제2의 명동 이대 앞에 쇼핑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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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권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코스로 떠오른 이화여대 앞. ‘이화’는 중국어로 ‘돈이 들어온다’는 뜻의 ‘리파’와 발음이 비슷하다. 사진은 이대 앞 관광객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서울 명동은 중국·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한 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이 방문하는 관광특구인 만큼 상인들의 주요 고객도 관광객이 돼버렸다. 늘 북적거리는 중앙로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면 비교적 한산한 명동 뒷골목을 만날 수 있다. 인적이 뜸해진 것과 동시에 이곳에 들어서면 여기가 한국이 맞는지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외국어로 뒤덮인 상점 간판부터 호객행위를 하는 종업원까지 일본어나 중국어만 사용한다.
상점들도 낯설다. 명동 곳곳에 흩어져있는 국내 상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둔 ‘외국인 전용 면세점’을 비롯해 일본어 간판을 내세운 김치 전문 판매점도 있다. 쇼핑, 먹을거리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5층 건물 전체가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센터로 변신한 곳도 눈에 띈다. 10㎡(3평) 남짓한 작은 공간만 있어도 전통음식이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곳곳에서 찾아 볼 수도 있고 음식점들도 모두 중국어나 일본어 메뉴판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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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들의 관광코스 명동.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중국·일본 관광객들에게 동대문은 여전히 쇼핑의 메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두타나 밀리오레 같은 종합쇼핑몰을 찾는다. 하지만 진정한 ‘쇼핑 고수’는 평화시장이나 야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종합쇼핑몰보다 저렴한 가격과 특이한 제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
평화시장상가회 관계자는 “종합쇼핑몰에 밀려 상가 전체가 활기를 잃었었는데 요즘은 관광객들 덕분에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다”면서 “원래 의류나 잡화류 도매상 점포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점포들이 장사가 잘 되다 보니 한편에 기념품도 두는 등 판매품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중화권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떠오른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이화여대. 이대 인근에서 만난 여행가이드 이 아무개 씨(여·33)는 “처음에는 이화여대가 한국에서 똑똑한 여자들이 다니는 학교라 소문나 중화권 여성 관광객들이 좋은 기운을 얻어가기 위해 많이 찾았다. 그러다 이제는 이화(梨花)라는 학교 이름이 중국어로 ‘돈을 번다’ ‘이익’이라는 발음과 비슷해 이곳을 방문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 명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학교 앞 상권도 확 변했다. 여성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화장품 브랜드숍은 최근 1.5배나 늘었다. 100m 간격으로 같은 브랜드숍이 들어서 ‘제2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다. 대학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외국인 전용 슈퍼마켓도 생겼다. 김치, 김, 막걸리 등 전통음식을 판매하고 있는데 하루 1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고 한다.
식당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여대생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마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음식점으로 변했다. 또 단체손님을 받기 위해 점차 대형화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대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자 김 아무개 씨(54)는 “최근 몇 년 사이 임대료가 30~50%까지 올랐다. 한편으론 돈 없는 영세업자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곳을 떠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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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북한산 둘레길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졌다. |
외국인 방문객들이 점차 늘어나자 주변 상권도 변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과 우이동 일대에 휴게소와 커피점 등 편의시설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기념품과 국립공원 특산물 판매점도 곳곳에 생겨났다. 서울 성북구 둘레길 일대에는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곳에는 길거리 음식도 관광객의 입맛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 간식’인 떡볶이, 붕어빵, 어묵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틈새를 비집고 이색 간식거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동남아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신촌·이대·홍대’에는 이런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오래된 길거리 음식들도 외국인을 위해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매운맛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맵지 않은 떡볶이’를 따로 판매하거나 원하는 재료만 넣어 즉석에서 김밥을 만들어주는 상점도 찾아볼 수 있다.
이대 앞의 한 노점상은 “요즘에는 관광객을 위해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래는 인근의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는데 이젠 관광객이 주요 손님이 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동남아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해서 그런지 여기서도 거부감 없이 사먹는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