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때 그 아이들 다 어디갔어!
▲ 첫 생방송에서 예선 때보다 못한 무대가 연이어 펼쳐지자 실망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은 인기 참가자 이하이(왼쪽)와 박지민. 사진제공=SBS |
유독 일요 예능 시장에선 최약체이던 SB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약진을 보였다.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이 비로소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을 뛰어넘은 것. 다만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에게 여전히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높은 벽이었다. 막강 ‘1박2일’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첫 방송을 하는 날 ‘K팝스타’는 첫 생방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MBC 파업에 이어 KBS 파업까지 가시화된 상황이라 기선 제압에 성공하면 핑크빛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K팝스타’는 16.2%의 시청률(AGB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로 ‘1박2일’(27.7%)에 10% 이상의 큰 차이로 밀리고 말았다.
#김나윤 특혜설, 승부 조작설
지난 4일 방영된 ‘K팝스타’ 첫 생방송은 오히려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설만 양산했다. 그 중심에 선 김나윤은 엉뚱한 희생양이 됐다. 생방송에 진출한 ‘K팝스타’ 톱10 가운데 한 명인 김나윤은 올해 초 ‘청담동 클럽 사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미성년자인 그가 클럽에서 노는 모습이 촬영된 터라 파장이 만만치 않았는데 ‘K팝스타’ 제작진은 클럽에서 가족파티를 즐기던 모습이라 해명했다. 가족파티라는 해명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은 김나윤의 집안이 매우 잘나간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첫 생방송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무대에 남은 참가자는 김나윤과 ‘오뚝이’ 이정미였다. 결국 이정미가 탈락하자 김나윤이 집안 배경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특혜설’이 불거졌다.
이정미는 심사위원 점수에서 242점을 받았고 온라인 사전 투표에선 5위를 기록했다. 반면 김나윤은 심사위원 점수 251점, 사전 투표 10위였다. ‘K팝스타’는 심사위원 60%, 문자투표 30%, 사전 온라인 투표 10%의 배점 방식을 갖고 있다. 1000점 만점으로 보면 심사위원 점수는 600점, 사전 투표는 100점, 문자 투표는 300점이다. 결과가 공개된 두 영역(심사위원 점수와 사전투표. 700점 만점)만 놓고 보면 이정미는 544점(484점+60점)으로 김나윤은 512점(502점+10점)으로 32점 앞선 셈이다. 결국 300점 만점인 생방송 문자 투표에서 김나윤이 이정미를 32점 이상 앞섰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나윤 특혜설’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사전 투표 10위인 김나윤이 문자 투표에서 사전 투표 5위 이정미를 문자 투표에서 10% 이상 앞섰다는 부분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K팝스타’ 박성훈 PD는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문자 투표 결과 공개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 탈락자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남은 참가자 김나윤(왼쪽)과 이정미. ‘K팝스타’ 방송화면 캡처. |
‘K팝스타’는 심사위원 점수를 60%로 책정해 실시간 문자 투표가 당락을 좌우하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줬다. 인기투표보다는 3대 가요기획사 수장급 가수의 전문성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것. 그렇지만 이런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심사위원 점수 1등(박지민 270점)과 10등(이승훈 235점)의 점수 차는 35점으로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할 때 70점에 불과하다. 이 정도 점수는 100점 만점인 사전 투표만으로도 뒤바뀔 수 있다. 심사위원 점수에서 최저점을 받은 이승훈(235점)은 사전 투표에서 2위(90점)를 차지해 심사위원 점수와 사전 투표 영역 합산 점수(560점. 470점+90점)에서 이미 이정미와 김나윤을 앞섰다.
더 큰 화근은 탈락자 이정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어설픈 위로였다. 탈락자 발표를 앞두고 박진영은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다른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럽다. 탈락자는 심사위원이 아닌 시청자들이 뽑은 것”이라 강조했다. 당시 무대엔 김나윤과 이정미만 남아 있던 터라 이는 곧 심사위원 점수를 더 높게 받은 김나윤의 탈락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탈락자는 이정미였다. 결국 박진영이 언급한 ‘시청자가 아닌 심사위원이 뽑은 탈락자’는 이미 합격한 이승훈을 지칭하는 셈이다. 눈물까지 흘리며 이정미의 탈락을 아쉬워한 세 심사위원의 ‘탈락자는 시청자들이 뽑은 것’이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 어찌 보면 이승훈에 대한 비난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행히 이승훈은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이정미 탈락에 대한 원성을 받진 않았다. 대신 마지막 무대에 함께 남은 김나윤은 심사위원 점수에서 더 앞섰음에도 원성의 대상이 돼야 했다.
#연습생 선발 대회의 한계
당장 데뷔할 수 있는 가수를 선발하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K팝스타’는 3대 거대 가요기획사의 연습생 선발 과정을 생중계하는 데 더 포커스를 두고 있다.
가수 지망생들 입장에선 데뷔가 가장 큰 목표지만,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SM, YG, JYP 등 3대 기획사 연습생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다. 결국 ‘K팝스타’의 가장 큰 차별점 가운데 하나는 방송을 통해 한꺼번에 3대 기획사의 연습생 오디션을 생중계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선발된 톱10의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예선 당시엔 빼어난 실력을 보여준 이들이지만 첫 생방송에서 선보인 실력에는 아쉬움이 많았던 것. 일부 가요관계자들은 “당장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이들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10대 위주의 연습생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K팝스타’를 평가 절하할 정도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K팝스타’는 경쟁 방송사의 파업이라는 외적 호재를 만났다. 그렇지만 파업에 의한 방송 차질이 없다는 ‘차별성’만 갖췄을 뿐, 자체 경쟁력에는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