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치료제 생산 중단, SK바이오 백신 수출 기약 없어…앞다퉈 개발 나선 업체들 상당수 한계 드러내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어제와 오늘
셀트리온은 2021년 9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6개월 만에 거둔 쾌거였다. 코로나19가 사실상 풍토병화 되면서 렉키로나의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월 렉키로나의 신규 공급을 중단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CT-P63을 추가한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의 임상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임상 3상 환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임상 시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이면서 증권가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렉키로나가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자 주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2020년 12월 한때 40만 원을 넘겼지만 현재는 17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렉키로나의 생산은 하고 있지 않고, 특정 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제형 변경에 대한 안전성과 신규 플랫폼 기술 적용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플랫폼 기술 확보를 위한 바이오테크 기업과의 협업은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정도 밝지만은 않다. 식약처는 올해 6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한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월 61만 도즈의 스카이코비원을 출하하면서 본격적인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1월 공시를 통해 “스카이코비원은 낮은 접종률로 인해 초도 물량 이후 추가 완제는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추후 정부 요청에 따라 생산 및 공급 재개 예정”이라며 “해외 판매를 위한 글로벌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큰 공을 들여왔다. 스카이코비원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에 따른 손해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백신 원액을 생산하고 있고, 완제품은 공급 일정이 잡히면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가 1000만 도즈의 백신을 선구매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기대했던 백신 수출은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다. 아직까지 스카이코비원의 허가를 내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해외 국가의 허가를 받더라도 이미 수많은 백신이 개발됐기 때문에 글로벌 바이오 업체와 경쟁을 해야만 한다. 백신 접종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안 그래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4781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3164억 원으로 줄었다. 주가 역시 2021년 한때 36만 2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관련기사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올인’에 웬 걱정?).
#하나둘 포기하는 업체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하나둘 개발을 중단하고 있다.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비를 지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줄어들어 임상 시험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와서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접종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다.
녹십자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당시 “식약처는 치료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추가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며 “심사 의견을 수용하고 신청한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종근당도 지난 7월 “코로나19 발생률 감소 및 대다수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증환자로의 이행률 감소로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며 “개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며 코로나19 관련 전문가의 의견 및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임상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HK이노엔, 대웅제약, 부광약품, 일양약품, 동화약품, 제넥신 등 다수의 업체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19 이슈에 편승해 ‘찔러보기’식으로 개발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개발 능력도 없으면서 무조건 뛰어든 측면도 있다”며 “치료제 개발한다는 말만 하고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업체도 적지 않다. 신풍제약, 일동제약, 제넨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등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기대는 높지 않다.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면 셀트리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 중에서 일동제약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공동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최근 일본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한국 방역당국도 조코바의 사용승인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다른 변이가 발생했을 때 조코바가 대응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편에선 기존 치료제·백신이 변이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무조건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 번 개발에 성공하면 변이주에 맞는 개량 백신의 개발은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