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세지만 수익성 개선은 숙제…코로나19 백신 사업 성과가 IPO 흥행 열쇠
#IPO 흥행 여부, 김정균 대표 입지에 영향
보령바이오파마의 전신은 1991년 설립된 보령신약으로 2002년 보령바이오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보령바이오파마는 사명 변경 이유에 대해 “백신 등 생명공학 제품의 연구개발 및 제조 전문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4년 국내 최초로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고, 2014년에는 세포배양 일본뇌염 사백신을 출시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8.6%의 보령파트너스고, 김정균 대표와 그 특수관계자는 보령파트너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3.2%를 갖고 있으며 2016년 3월에는 보령바이오파마 사내이사로 취임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보령바이오파마의 IPO 흥행 여부는 김정균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령바이오파마의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김정균 대표의 지분 승계도 보다 수월해진다.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진행하면 김 대표와 보령파트너스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균 대표는 2020년부터 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으므로 지분만 승계하면 승계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현재 김은선 회장의 보령홀딩스 지분율은 40% 중반대이고, 김정균 대표의 지분율은 2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보령홀딩스는 김은선 회장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97.6%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지만 구체적인 주주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너 일가의 보령홀딩스 지분율이 90%가 넘기 때문에 IPO를 통해 확보한 현금 전액을 상속재원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최근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IPO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PO 본부장은 “국내외적으로 백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우수한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주관 경험을 살려 보령바이오파마가 투자자들에게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사업 탓에 비용 증가?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은 상승세에 있지만 최근 수익성은 악화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은 2019년 990억 원에서 2020년 1154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8억 원에서 122억 원으로 줄었다. 판매비와 관리비, 연구개발비 등 지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지출한 이자도 늘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전환사채 이자 등 금융비용은 2019년 15억 원에서 2020년 7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환사채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보령바이오파마의 부채총액은 2019년 404억 원에서 2020년 875억 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60.55%에서 122.66%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보령바이오파마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령바이오파마는 코로나19 관련 각종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9월 진원생명과학, 아이진, 큐라티스 등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후 연간 5억 도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의 생산을 담당할 예정이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생산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국코러스, 종근당바이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푸트니크V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코러스는 최근 러시아연방 보건부로부터 스푸트니크V 및 스푸트니크라이트 생산을 위한 GMP(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아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보령바이오파마가 아직 GMP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가 GMP를 받아야 한다고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라며 “현재로는 한국코러스만 GMP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20년 초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추진 업체가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보령바이오파마, 다섯 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령바이오파마 측은 자체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령제약그룹 측은 비용 증가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최근 다방면에 투자를 했고, 각종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 보령홀딩스 관계자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을 비롯해 여러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며 “IPO를 앞두고 회사의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할 목적으로 전환사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상장 목표 시기는 2022년 4분기다. 보령바이오파마의 기존 사업도 인정받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IPO 성공의 핵심 열쇠로 꼽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의 사례처럼 코로나19 의약품 개발·생산은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만큼 내년 상반기에라도 관련한 성과를 거두면 IPO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보령바이오파마는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세울 포트폴리오가 있고, 매출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IPO를 진행해도 기본적인 성적은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각종 투자를 진행했으므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