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물러나도 영향력 여전
▲ ‘형제의 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용성 전 회장(오른쪽)과 박용만 전 부회장. | ||
박용만 전 부회장도 지난해 말 비자금 사태 이후 그룹 부회장직을 내놓은 뒤 근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불러 술자리를 즐기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박 전 부회장의 두산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박용성-용만 형제 퇴진 이후 구성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지배구조 개선 TF 팀장을 맡은 김용성 네오플렉스 사장이 박 전 부회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부회장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박용만 전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등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 직함을 갖고 있어 이사회에 참석할 뿐”이라며 박 전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두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이 최근 들어 두산 사옥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따금 모습을 드러낸다고 밝힌다. 현재 그룹 내 주요 임원들은 모두 박 전 부회장 사람들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인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두산의 실질적 경영인은 박용만 전 부회장일 것”이라 입을 모은다. 박 전 부회장의 직·간접 경영 관여를 통해 박용성 전 회장의 영향력도 반영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들 형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월11일 서울중앙지검은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혐의로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에게 각각 징역 6년을, 박용만 전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선고일은 2월8일이다. 만약 박용성-용만 형제가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비판여론에 떠밀려 그나마 지금 갖고 있는 계열사 직함마저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검찰이 이들 형제에 대해 불구속 수사 방침을 내려 여론의 질타를 맞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두산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들(박용성-용만 형제)은 분식내역을 자진 공개하고 비자금을 환원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용성씨의 경우 IOC 위원으로 국익에 기여한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변론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선 두산 총수일가에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이건희 삼성 회장 귀국 이후 벌어질 삼성가에 대한 검찰수사과정과 법원의 판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평도 나온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