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퍼주니 매출이 무럭무럭
<세상 고쳐쓰기>에 소개된 21명은 모두 뛰어난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한다. 대부분의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하고 친환경을 함께 생각한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 친환경 드레스. 작은 사진은 뿌리가 살아 있는 부케. |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의류업체에 취직한다. 몇 개월 뒤 그는 SBS 방송국 의상팀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펜션 사업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영역에 진출한다. 젊은 나이에 홀로 시골 펜션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외로움과 소외감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3년 만에 사업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대바늘’이란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 대표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삶의 흔적이다.
대바늘은 2010년 2억 원이던 매출이 2011년 6억 원으로 200% 신장했다. 올해는 12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몇몇 고객을 대상으로 제작하던 웨딩드레스 사업이었지만 고객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부케, 청첩장, 음식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모든 상품의 친환경성을 고려한다. 결혼식에 사용된 꽃이나 부케는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옮겨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웨딩드레스는 일회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도 했다. 식이 끝난 후 수선해서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청첩장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사치스러운 결혼식을 친환경적인 알뜰한 결혼식으로 바꾸려는 소중한 실천인 셈이다.
친환경뿐만이 아니다. 대바늘은 수익의 60퍼센트 이상을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무료 결혼식을 진행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료 결혼식의 질이 일반 결혼식보다 절대 뒤처지지도 않는다. 고객들의 호평으로 대바늘이 진행하는 웨딩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한지로 만든 웨딩드레스로 무료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 두레마을의 핵심 기술 ‘초음파 에어 세차법’. |
회오리 세차법에 대해 두레마을 사무국장은 “일반 물 세차나 스팀 세차가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것이라면 회오리 세차는 피부 관리실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이 기술은 ‘에어컨을 이용한 세차법’이란 이름으로 미국, 중국 등지에서도 해외 특허와 인증을 받은 상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특허기술을 한때 취약계층이라 불리던 여성가장, 고령자 직원들이 개발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두레마을 가맹점 30곳 중 18곳이 자활공동체나 장애인단체 등 비영리 단체다. 게다가 가맹점 종사자를 분석해 보면 만 50세 이상 종사자가 70%를 차지할 만큼 고령자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사오정(사십오 세가 정년)’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기업들의 정년이 빨라지고 있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셈이다.
김 대표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2011년 두레마을 직원들과 연봉 협상을 벌인 일화는 그가 사람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1년 회사 예산을 알려준 뒤 자기 급여를 자기가 쓰라고 했다. 직원들은 대표한테 급여를 정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직원들의 급여를 꽤 많이 올려 버린다. 그리고 자기 급여는 3년째 동결시켰다. 실제로 김 대표와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 오너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회오리 세차법’이라는 기술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쉽지 않은 우리들의 인식 변화를 꼬집었다. 그는 “ 친환경 워셔액을 보급하려고 주유소에 공짜로 나눠 준 적이 있다. 겨울만 빼고 세 계절용으로 쓸 수 있고 가격도 3분의 1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워셔액 색깔이 연한 녹색이라 물을 탄 게 아니냐며 싫어했다”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친환경이 추세라고는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젖어들기란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세상 고쳐쓰기>의 인세 수익금은 전액 사회적 기업 활성화 기금으로 사용된다. ‘대바늘’과 ‘두레마을’뿐 아니라 소개하지 못한 사회적 기업인들 역시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었다. 작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다가오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들. 그들은 사람을 아끼고 함께하는 가치를 사랑하고 환경을 지킬 줄 아는 기업가들이었다.
박상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