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도 한강도 ‘민심 역류’
▲ 박근혜 위원장이 공식 선거기간 첫날인 3월 29일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의 선거구인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를 찾아 지원에 나섰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MB정권이 민주통합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꼴이다. 큰일 났다.”
지난 3월 30일 민간인 불법사찰이 2600건을 넘어선다는 KBS 새노조의 발표에 대한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의 첫 말이다. 벼랑 끝에서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질서 있는 정리’로 정당지지도를 겨우 만회해 놓았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추가 자료와 폭로가 이어지면서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 이슈가 다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건은 이슈가 없던 총선정국에 최대 화약고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이 억지로 정권심판론을 펌프질 할 때만 해도 잘 되지 않던 이슈가, 2600여 건에 달하는 구체적 사찰 사례 일부가 공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권심판론으로 불이 붙었다. 이 불은 쉽게 꺼질 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가 비록 ‘노무현 정권 때 자료가 80%’라고 주장하며 정면대응에 나섰지만 나머지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 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한국판 워터게이트’(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주장)로까지 비화돼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까지도 거론될 수 있는 핵폭탄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통합당의 선대위원장으로 뛰고 있다’는 얘기도 이번 사안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에 결정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 재수사에 이어 총선 뒤 여소야대 지형으로 바뀌어 특검까지 가게 될 경우 이번 사건은 대선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기에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고민이 묻어 나온다. 현재 박 위원장측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자신도 피해자라며 일단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가 참여정부 인사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찰 정국이 청와대와 야권의 전선으로 옮겨가자 관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6면 기사 참조). 이번 사건을 두고 무턱대고 이명박 정권을 공격할 경우 그동안 지켜온 ‘친 이명박 기조’를 깨뜨릴 수 있고, 이는 총선-대선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마냥 이 문제를 모른 체하고 지나갈 수도 없다. 수도권에서 뛰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을 ‘이길 수 있는데 이것 하나 때문에 선거 망치게 생겼다’며 곳곳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박 위원장으로선 총선 성적뿐 아니라 잠재적 대선 도우미들인 후보들의 원성을 무시할 수 없다. 총선 뒤 계속 이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자리 잡을 경우 박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의 안부근 소장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확보 가능한 270석의 의석 중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140석 대 130석 정도로 새누리당 제1당을 예측했으나, 불법사찰 문제가 확산되면서 현재는 135석 대 135석으로 예측 불허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최대 악재를 안고 가는 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총선 국면에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다. MBN 정치아카데미 전계완 대표는 “비수도권 지역에는 제한적이겠지만 수도권 박빙 승부지역에는 이번 사찰문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서울 종로 홍사덕, 정세균 후보, 중구 정진석, 정준호 후보, 영등포을 홍준표, 민병두 후보, 서대문을 이성헌, 우상호 후보, 은평을 이재오, 천호선 후보, 경기과천 의왕 박요찬, 송호창 후보 등 수도권 10여 개 선거구는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계완 대표는 또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번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본인의 대선 가도에도 심각한 상처를 줄 것”이라며 “총선 막바지에 터진 대형 악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과 달리 부산 사하갑 지역구에서 벌어진 문대성 후보의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은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표절논란 대응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지금 와서 (문 후보를) 자르면 박근혜 공천 책임론으로 확산될 것이고, 안 자르고 같이 갈 경우 낙동강벨트 전체의 민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옹색한 형국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다. 결국 사태가 흐려지기만 기다리다 적당히 묻어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게 현실적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당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표절논란에 대한 사실 확인 전에 문대성 후보가 이를 야권의 정치공작이라고 반격하면서 사태를 더욱 키워버렸다는 것. 문 후보가 “인용은 했지만 표절이 아니다. 논문의 핵심은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온라인 검색어 순위를 1위로 만들었다. 저작권법 5조 1항은 표절 여부가 내용보다 표현형식에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해명이 오히려 패러디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태권V 후보가 아닌 ‘컨트롤V’ 후보, 박사 학위가 아닌 ‘복사 학위’라는 말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의 잇따른 거짓말 논란에 이어 문 후보의 표절 의혹까지 나오면서 낙동강 벨트가 새누리당에 의한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선 형국이다. 특히 문대성 후보는 국제올림픽연맹(IOC) 선수위원으로 페어플레이 정신의 상징이었고, 현직 대학교수라는 점 때문에 논문 표절논란이 자신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문대성 후보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던 국민대학교도 학교 연구윤리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학위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판단과 결론’을 준비하고 있어 선거구도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서상민 박사는 “문대성 후보 문제는 당사자의 당선 여부를 떠나 전체 선거판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조기 수습을 하지 못하면 총선 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벨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확산, 낙동강 벨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덕성 논란.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총선 막판에 시련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안철수 변수’ 총선 파괴력은?
친분정치 시동…문재인 보고 있나?
“안철수 정치 시작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대선에 뛰어들기로 한 모양새다.”
안철수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편지정치’를 하면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안철수 정치’의 일단을 내비쳤다. 정당의 문제로 지지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결론은 이번 총선에 선별적으로 개입해서 자신의 입지를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설 가능성이 있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깔려 있다. 그와의 경쟁구도 공간을 이번 총선에서 확보하지 못한다면 야권의 대권 레이스 참여도 그만큼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MBN 정치아카데미 전계완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편지정치’였다면 이번 총선은 ‘친분정치’로 규정할 수 있다”며 “대중적으로 명분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발언은 계속될 것이고 수도권 총선 구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원장의 도봉을 인재근 후보, 과천의왕 송호창 후보 ‘지원사격’ 덕분에 인재근 당선 안정권, 송호창 박빙 우세에서 우열 우세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송호창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과천의왕의 지역구 특성상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지역이어서 바람과 조직이 맞붙는 형국이었다”며 “이번 안 원장의 지원이 무엇보다 선거 캠프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짜증난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총선 현장에 뛰어들어 비판과 격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에도 자신과 가치지향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식의 친분정치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달리 어떤 정당에도 지지 또는 비판 의사 없이 ‘욕을 들어먹지 않는 선’에서 실제로 안철수 식 정치만 한다는 비판이다. [고]
친분정치 시동…문재인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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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편지정치’를 하면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안철수 정치’의 일단을 내비쳤다. 정당의 문제로 지지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결론은 이번 총선에 선별적으로 개입해서 자신의 입지를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설 가능성이 있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깔려 있다. 그와의 경쟁구도 공간을 이번 총선에서 확보하지 못한다면 야권의 대권 레이스 참여도 그만큼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MBN 정치아카데미 전계완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편지정치’였다면 이번 총선은 ‘친분정치’로 규정할 수 있다”며 “대중적으로 명분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발언은 계속될 것이고 수도권 총선 구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원장의 도봉을 인재근 후보, 과천의왕 송호창 후보 ‘지원사격’ 덕분에 인재근 당선 안정권, 송호창 박빙 우세에서 우열 우세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송호창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과천의왕의 지역구 특성상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지역이어서 바람과 조직이 맞붙는 형국이었다”며 “이번 안 원장의 지원이 무엇보다 선거 캠프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짜증난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총선 현장에 뛰어들어 비판과 격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에도 자신과 가치지향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식의 친분정치를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달리 어떤 정당에도 지지 또는 비판 의사 없이 ‘욕을 들어먹지 않는 선’에서 실제로 안철수 식 정치만 한다는 비판이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