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친청계 후보 셋 모두 당선 ‘불편한 동거’ 불가피…친청계 ‘비명횡사’ 재연 우려 속 분당·창당설까지

당대표와 함께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최민희 박선원 서미화 이성윤 한민수 후보 순으로 당선됐다. 친청계 후보 3명이 모두 지도부에 들어가게 된 것. 다만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대표에게 권한이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포함하면 친명계 5명·친청계 3명으로, 친명계가 지도부에서 다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이재명 정부 1년차의 민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찐명’ 경쟁에서 박찬대 당시 후보를 제치고 당권을 쥐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에 이 대통령과 정 후보의 관계는 많이 달라졌다.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 엇박자가 노출됐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과 정 후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명청대전’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정 후보가 연임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친명계 안팎에서는 정 후보가 연임하면 이 대통령 레임덕에 빠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국무총리를 맡고 있던 김 대표 차출론이 나왔다. 청와대 내부 소식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김 대표와 ‘대통령과 총리’로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 취임 이후 당청 엇박자에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당대표에 도전하게 하기 위해 1년 만에 김 대표를 당에 복귀시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김 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자, 이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김 대표를 지원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에 대해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이 큰 잡음 하나 없이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며 “이제는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대는 시작부터 후보들 간에 난타전이 벌어졌다. 김민석 대표는 처음부터 ‘신천지’ 문제를 꺼내들었다. 김 대표는 “반명·분열주의·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정청래 후보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친청계는 즉각 반발했다. 정 후보는 “이런 황당한 네거티브가 먹힐 거라 생각하나”라며 “바로 법적조치에 들어간다”고 했다. 친청계 최민희·한민수·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도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직격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적통을 둘러싸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 입문해 당총재 비서실장까지 지낸 김 대표는 “DJ의 직계로 민생·실용·통합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노사모’를 언급하며 “노무현의 바람이 이인제의 조직을 이겼듯이 정청래의 바람이 이기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정 후보가 노사모의 핵심 인사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친청계에서는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 측에 선 것을 언급하며 ‘배신자’ 공세를 펼쳤다.
그 외에도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추진, 2022년 대선 정 후보의 ‘봉이 김선달’ 발언, 신천지 행사 관련 정청래 후보와 이지은 전 대변인 사진, 최민희 후보의 ‘황금똥’ 민간요법 등 과거 논란들이 ‘파묘’돼 다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각 후보 간에 법적 조치나 당내 윤리감찰 대응 예고까지 오고갔다. 정 후보 측은 김 대표의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 관련해 “특정 종교, 특정 인물과 관련해 당내 경선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허위사실 보도 또는 유포한 언론, 유튜브 등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무고 등 혐의로 법적조치했다”고 공지했다.
반면 김 대표 측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책임론’과 관련해 “일부 SNS 계정 등에서 ‘레버리지 ETF 도입은 김 전 총리 지시’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명백한 가짜뉴스로, 즉시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정 후보를 필두로 한 친명계와 친청계 간 감정 골이 깊어져 해소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 후보들은 전대 후유증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2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청래 후보와의 갈등 봉합 가능성에 “정 후보와의 감정적 문제는 다음 날이면 풀릴 것”이라며 “우리 사이에 감정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 후보도 전날 같은 방송에서 김 대표와의 관계 회복에 “나는 그렇게 쪼잔하지 않다”며 “선당후사, 대승적 차원에서 품어 안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영상메시지를 통해 “‘단결은 곧 승리이고, 분열은 곧 패배’라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바라보며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전당대회가 끝나는 즉시 모든 갈등을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단히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의 단결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대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복할 수 있겠느냐”며 “정 후보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전대 과정에 예고한 법적 대응이나 윤리감찰 요구도 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조용히 있을 것이다. 친청계 최고위원들도 처음부터 김 대표와 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계파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번에 선출된 김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가 오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
실제 전대 과정에 정치권에서는 친청계의 분당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과 민주개혁연대를 결성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제3정당을 창당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 후보는 전대 과정에서 “조국혁신당과 조속히 통합하고 진보당과 연대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겠다”며 조국혁신당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전대 기간에 제기된 이중당적 문제가 본격 수면 위에 오를 것이다. 정 후보의 주된 기반은 강성 친문 성향의 지지자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조국혁신당과 겹칠 수 있다. 그러면 이들과 함께 조국혁신당과 연대한 제3정당 창당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나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당을 탈당해 창당을 하게 되면 정치적 명분이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도 10일 분당설에 대해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생각조차 안 해봤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대표나 친명계가 정청래 후보와 친청계를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 대통령과 친명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럼에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 전대 결과로 당내 친문·친청계의 규모를 확인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래의 라이벌을 견제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친청계에서도 2024년 22대 총선 민주당 공천 과정에 ‘비명횡사’ 공천을 지켜봤다. 친명계와 각을 세워온 친청계 의원들이 다가오는 202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총선 공천이 다가오면 친명-친청 격돌은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