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예결위원 등 실세 의원들 실속 챙겨…지역구 홍보로 활용되지만 필요성 검증 어려워
특히 여야 지도부가 추가 예산 확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총 9개 사업에서 63억 3200만 원을 따냈다. 세종시와 공주역을 연결하는 광역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사업에 14억 원을 추가 확보했는데, 이는 정부안(43억 8000만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외에도 동아시아 역사 도시 진흥원 건립 예산 12억 5000만 원, 공주대 평생교육원 리모델링 5억 8000만 원 등 정부안에 없었던 예산이 추가됐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11억 400만 원의 지역구 예산을 추가했다. 성 의장은 대산~당진 고속도로 사업(80억 원),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21억 5000만 원) 등에서 정부안에 없던 5개 사업을 추가로 따내 예산을 증액했다. 성 의장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서산·태안이 확보한 국비 총액이 역대 최고인 4976억 원”이라며 “무려 6%나 국가 예산 규모가 줄어들었다. 우리 지역은 오히려 전년도 대비 6.8%나 더 많은 국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니 그야말로 ‘예산 폭탄’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홍보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 여당 실세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더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상드림스마트시티, 재해위험지구정비 사업 예산 등 49억 원을 반영시켰다. 당대표 출마에 나선 권성동 의원은 지역구인 강릉 내 하수관로 정비 사업 등 35억 원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동해신항(석탄부두) 5억 원, 동해·묵호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예산 5억 원, 태백시 봉안당 신축 15억 3100만 원 등 총 38억 7100만 원을 확보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지역구 내 국도 건설 사업 예산, 충북경찰특공대 신설 등 316억 원의 예산을 늘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은 5558억 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해 가장 많은 액수의 지역 예산을 따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부산 최대숙원 사업인 ‘하단~녹산 도시철도 건설’ 및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북구·강서구을 관련 주요사업 국비를 정부안보다 132억 7400만 원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도 실속을 챙겼다.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는 7개 사업을 새로 추가 편성해 62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재명 대표 40년지기로 알려진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신설 예산, 장흥·광적 국지도 건설 등 28억 원을 챙겼다.
예산안을 다루는 상임위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노원 어린이복합체육문화센터 등 36억 원을,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파주 음악전용공연장 건립 예산 등 42억 5000만 원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총 506억 원을 예산으로 추가 확보했다. 윤 의원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인천 남동구 지역 발전 예산으로 506억 원을 확보했다”며 “서창~안산간 고속도로 건설에만 334억 원을 배정받았다”고 홍보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관련 2억 원과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 및 하수관로 등 관련 예산 70억 원을 증액했다.
앞에서 거론된 예산들은 정부안에는 담겨있지 않지만 각 상임위와 예결위 소소위원회 등을 거치며 예산에 반영된 것이다. 과거부터 정치권에서는 이런 ‘쪽지예산’을 두고 비판이 계속됐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쪽지예산은 사업 타당성 등을 검증받을 수 없는 데다, 통상 여야 실세들이 실속을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쪽지예산이 반복되는 것은 지역구 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결위 소속 한 여당 관계자는 “이번 예산안은 특히 총선 앞둔 시점이라 지역구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며 “소위 말하는 ‘밀실 합의’는 오래된 문제지만 지역구를 위한 예산이라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이미 정부안에서 지역구 예산안이 마무리가 됐는데, 이후 소소위에서 여야 실세들을 중심으로 예산이 돌아간다”며 “본인 지역구만을 위한 홍보용 예산에 불과하고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증액인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