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수석 중 3명, 18부처 장관 중 9명이 캠프 출신…“보은 인사 안 할 것” 입장과 달리 공기업 요직도 꿰차
‘쉽게 사람을 내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이런 인사 스타일을 보였고,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내 사람 챙기기’는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했던 능력주의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 13일 당선인 신분일 때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해야지, 자리 나눠먹기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안 된다”며 코드 인사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는 2실장 6수석 2기획관 체제로 대통령실을 재편했다. 2실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다. 대학교수 출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 설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 대광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다. 2022년 3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통화 당시 김 실장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3성 장군 출신의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도 윤 대통령과 오래된 친분을 갖고 있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 경선 때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자문단에 합류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국정기획·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수석 등 6수석 중 3명이 윤 캠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조직본부 부본부장으로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부대변인으로 재직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수석은 지난 6·1 지방선거 때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패배한 후 윤 대통령 ‘입’으로 발탁됐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사회정책 분과 간사로 일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연금·복지 전문가라는 평이 따른다. 현재 윤 정부 사회·복지 정책을 설계하는 데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캠프에 몸담았던 검사 출신들도 대거 '용산행 열차'에 탑승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지휘했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캠프 법률팀장이었다. 취임 이후 이 비서관 아내가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 당시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 캠프에서 법조계 참모로 활약했다. 주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다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캠프 출신들은 정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검사 출신 박민식 보훈처장은 캠프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석동현 사무처장은 윤 후보 캠프에서 특보단장을 맡았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석 처장은 캠프 내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알려졌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캠프에서 외교·안보특보를 맡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의 경우 배우자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윤석열 캠프 싱크탱크 격인 미래비전위원회 간사였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대광초 동창이자 서울대 법대 동기다.
캠프에 참여했던 ‘뉴라이트’ 인사들도 요직에 임명됐다. 캠프에서 메시지 총괄을 맡았던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뉴라이트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캠프 총괄부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신 부위원장은 자유주의연대 대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18부처 장관 중 윤석열 캠프 출신은 절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캠프에서 선대위 경제사회위원장을 맡았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 충암고 4년 후배로, 서울대 법대 83학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이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법원행정처 기획담당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쳤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와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2월 선대위 해산 후 새로 구성된 선거대책본부장 겸 사무총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검사 출신 권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주한중국대사를 지낸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무고시 출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외교통이다. 윤 캠프 초창기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역할을 했다. 이 차관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하며 북한과 협상했던 인물이다.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선 후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선대본부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정책공약 전반을 총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캠프 국방 정책 특보로 외교·안보·통일분과 자문을 맡았다. 이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40기로 임관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참모를 거친 국방정책 분야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였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캠프에서 디지털미디어단장을 지냈다. 이 장관은 보안 전문기업 ‘테르텐’을 설립한 벤처창업가 출신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캠프 고용복지정책본부장이었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비서관으로도 근무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캠프에서 특별 고문을 맡았다. 198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4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제18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한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캠프에서 해양 수산 관련 정책 입안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캠프 예산조정분과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캠프 인사들도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캠프에서 대구경선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6월 재보궐 선거 당시 대구 수성을에 단수 공천 받은 후 국회에 입성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캠프 조직총괄본부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경남 창원에서 단수 공천 받은 후 5선에 성공했다.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상일 캠프 공보실장은 용인시장 후보 공천을 받고 당선됐다.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캠프 공익제보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2021년 10월 후보 시절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키는 건 안 할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보은 인사’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캠프 출신들이 대거 공기업 자리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캠프 탈원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최연혜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한국가스공사 수장이 된 최 사장은 한국철도공사를 이끌었던 철도 전문가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된 정용기 전 의원은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으로 캠프 조직총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캠프에서 여성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국악방송 백현주 사장을 두고도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백 사장은 정치,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국악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세원 가톨릭대 조교수도 문화·관광분야 경력이 전무하다. 김세원 원장은 캠프에서 문화트렌드선도위원회장을 맡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직에 오른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캠프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던 인물이다. 캠프에서 금융 정책 자문을 했던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캠프에서 문화특보를 맡았다. 김 사장은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이후 30여 년간 문체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윤석열 캠프 공동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대한석유협회장에 올랐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서울대 교수로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으며,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을 설계했다. 준정부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신임 부원장에 캠프 출신 유현석 씨를 임명했다. 유 부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으며, 캠프에서 홍보실장을 지냈다.
금융권에서도 캠프 출신들의 이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국공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실장은 캠프 영입 인사 1호다. 정책자문단 총괄간사로 윤석열 후보 정책 작업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면 2년간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게 된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윤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에서는 대통령 후보 정무실장직을 맡아 경제 공약 마련에 관여했다. 행시 출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캠프 초기에 합류해 경제 분과 간사를 맡으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짰다.
윤 대통령 ‘경제 책사’로 주목받던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다.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