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달래줄 ‘마음 부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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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23일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공개했다. 이 내역을 살펴보면 재산규모와 변동사항이 각기 달랐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자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의 재산 수준을 살펴보면 이들이 서민들의 삶과 어느 정도 가까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야 대권 잠룡 5인의 재산 내역을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은 지난해보다 5865만 원이 줄어든 21억 8104만 원을 신고했다. 박 선대위원장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택인 강남구 삼성동의 단독주택이다. 박 선대위원장이 지난 1990년에 사서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 2층짜리 건물(317.35㎡, 약 96평)로 올해 신고가액이 19억 4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4000만 원 하락했다.
반면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105.6㎡, 약 32평)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5700만 원으로 시세 변화가 없다가 올해엔 300만 원 오른 60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이외에도 박 선대위원장은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한 건물에 지역구 사무실을 전세로 얻어 사용하고 있다. 이곳 전세금은 4000만 원으로 지난 2010년 이후 변화가 없는 상태. 이외에 예금액은 지난해 9290만 원에서 올해 7815만 원으로 1475만 원가량 줄어들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이용해온 차량 변화도 눈길을 끈다.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장학회에서 업무용으로 제공했던 SM520을 타다가 지난 2005년 2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반납하면서 체어맨으로 승용차를 교체한 바 있다. 이 2005년식 체어맨을 애용해 오다가 지난 2009년 재산신고 당시 매도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차를 매도하면서 당시 새로 구입한 차량은 2008년식 에쿠스VL450, 그리고 이듬해엔 2008년식 베라크루즈를 한 대 더 구입해 지금까지 두 대의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압도적’인 재산규모를 자랑한다. 해마다 국회의원 중 재산순위 1위에 랭크될 뿐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 평균 재산을 높일 만큼의 ‘수조 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부자 정치인’이다. 하지만 올해 신고한 액은 2조 227억 6042만 원으로 전년의 3조 6708억 9655만원에서 무려 1조 6481억 3612만 원이나 재산이 줄었다. 44.9% 정도로 재산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2조 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재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주식 평가액이 줄어든 탓이 크다. 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주식 중 현대중공업 주식(771만 7769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재산신고 당시엔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으로 주식평가액만 2조 2136억 9735만 원이 늘었으나, 올해 신고엔 반대로 1조 6533억 1952만 원의 손실을 얻었다.
또한 정 전 대표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과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대지와 임야를 상속받아 소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신고 당시에 비해 평가액이 4137만 원이 늘어나 현재 평가액이 35억 6356만 원이었다. 여기에 은행과 보험 예금 역시 이자와 배당 수익이 50억 4954만 원이 늘어나 264억 4869만 원을 가지고 있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골동품 및 예술품 목록. 정 전 대표와 부인 김영명 씨는 회화와 사진, 병풍 등을 여덟 점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두 점(사진:VESSEL, 수묵화:사슴이 노니는 우리 강산)은 지난해에 새로 구입한 것이었다. 각각 매매가가 540만 원, 2000만 원에 달했다. 가장 고가의 것은 부인 김영명 씨 소유의 사진(파노라마 #4, 80×240㎝, AES+F Group, 2006)으로 가격이 4178만 원에 이르렀다. 이외에 정 전 대표와 부인이 각각 한 대씩의 차를 새로 구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재산신고 당시 부인 소유의 자동차 넉 대(2006년식 그랜저TG, 2007년식 베라크루즈, 2008년식 제네시스, 2010년식 베라크루즈)와 장남 소유의 자동차 한 대(2002년식 산타페)를 갖고 있었으나, 올해엔 본인 명의의 자동차 한 대(2011년식 제네시스)와 배우자 명의의 자동차 한 대(2011년식 K5하이브리드)를 더 신고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대선주자 중 비교적 ‘소박한’ 살림살이를 살고 있다. 올해 신고한 재산 총액은 4억 4443만 원으로 전년보다 4135만 원 줄어들었다. 김 지사의 자택 역시 대선주자의 집 중 가장 ‘싼’ 편에 속하는 곳. 경기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김 지사의 아파트( 105.6㎡, 31.9평)는 시세가 1억 5800만 원으로 거의 가격 변동이 없는 다소 낙후된 아파트다. 김 지사 부부는 경기지사 공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김 지사의 딸이 지난해 5월 결혼하기 전까지 살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 지사는 본인 소유의 자동차는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으며 부인 설란영 씨 명의로 2005년식 뉴아반떼와 2008년식 그랜저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005년식 뉴아반떼는 지난해에 장녀 명의로 변경한 것으로 되어 있다. ‘주식 부자’인 정몽준 전 대표와 비교되는 대목은 김 지사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30주, 10주 가지고 있다는 점. 평가액은 87만 원 정도에 이르렀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경우 현역 의원이나 공직자 신분이 아니므로 이번 신고 대상에서는 제외되었으나, 총선 출마 후보자의 재산 신고 내역을 통해 재산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대표의 총 재산은 6064만 원으로 지난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신고했던 재산 내역(총재산 4억 1946만 원)과 비교하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엔 한 대표와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 명의로 각각 경기 고양에 아파트 한 채 씩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밖에도 경기 고양에 상가와 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신고에선 경기 고양의 남편 명의 아파트 한 채(129.18㎡, 약 39평)와 서울 마포구의 작은 규모의 사무실 전세권(84.7㎡, 약 26평)을 신고했다.
또한 자동차도 당시 두 대(본인 2004년식 SM3, 배우자 2000년식 SM520)에서 2004년식 SM3만을 현재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한 대표의 은행 채무가 많은 점도 재산이 줄어든 원인이 되었다. 한 대표와 남편 박성준 교수 각각 은행채무 및 사인간 채무, 전세보증금 채무 등 총 6억 63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결국 총 재산에서 남편 박 씨 소유의 재산이 1억 9615만 원이지만 한 대표 본인 재산만을 보면 1억 4922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경우 총 11억 7657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주된 재산목록은 부동산과 예금 등이었고 주식이나 회원권 등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고향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갔을 당시 이곳과 가까운 경남 양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던 문 고문은 이곳에 주택과 대지를 구입해 보유하고 있다. 문 고문이 경남 양산에 갖고 있는 땅은 2635㎡(약 797평) 규모로 시세는 1억 7346만 원이다. 243.1㎡(약 74평)과 86.34㎡(약 26평) 규모의 주택 두 채의 시세는 1억 3400만 원에 이르렀다. 이외에 제주시 한경면에 4485㎡(약 1357평)의 임야를 신고했는데, 지분 4분의 1을 공유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어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량은 본인 명의의 2001년식 렉스턴 한 대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외에 문 고문은 예금 및 보험금액으로 5억 8921만 원을 신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문 고문이 낸 책 <문재인의 운명>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하다>의 저작권을 지식재산권으로 신고한 것. <문재인의 운명>은 5년간(2011~2016년)의 연간 소득금액을 3억 6841만 원으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하다>는 같은 기간 595만원의 지식재산권을 신고했다. 또한 비영리법인에 대한 출연재산으로 ‘노무현재단’에 출연한 300만 원도 기재돼 있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