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제 몸’에 손대기…잘 될까
▲ 박현주 회장 | ||
지난 23일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 미래에셋투신운용 45.83%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24일에는 맵스자산운용 지분 87.75%를 추가로 매입했다. 매입비용은 7백36억원가량이다.
미래에셋그룹에서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맵스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이 자산운용사 세 개를 개인 명의로 사들인 이유가 명확치 않다 보니 이 거래를 통해 박 회장이 얻을 이익과 자금조달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당초 계열사 5개의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캐피탈을 금융지주회사로 만들려고 하던 계획이 실제로는 별다른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를 소유하는 것 이외에 다른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대신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2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이 32.21%, KFC(한국파이낸셜컨설팅)가 31.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KFC의 지분 48%를 소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 개인회사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징수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일반적인 금융회사의 경우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영업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가 됨으로써 사업상의 제한을 받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캐피탈은 자기자본의 10배까지 차입이 가능해 자금조달과 신사업 진출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지주회사가 되면 차입한도가 100%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이 아닌 새로운 순수 지주회사를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계열사인 증권회사가 상장할 경우 공시의무 때문에 모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과 계열사들에 대한 정보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기됐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 계열사 지분 매입에 대한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지자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23일 저녁 기자간담회를 요청해 이에 대해 설명했다. 최 사장은 “증권사와 생명 등 상품판매 파트와 운용파트를 분리해 ‘밀어주기’ 비판을 벗어나는 게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박 회장과 동원증권 시절부터 17간을 함께 근무한 창업동지다.
▲ 미레에셋증권 | ||
한편 자금의 출처에 대해 미래에셋측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이 3천2백억원, 자산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 7백억원대의 거래를 두고 자금출처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일부 매각하는 등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거래를 통해 박 회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은 박 회장과 KFC가 63.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KFC는 박 회장이 지분 48%를 소유한 회사로 미래에셋캐피탈 자체가 박 회장 회사나 다름없다. 오너의 지분이 적은 상태에서 계열사의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면 부당이득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박 회장 개인적으로는 아무 이익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왜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자산운용사 3개를 매입한 것일까. 미래에셋측은 박 회장이 이들 회사를 피델리티나 템플턴 같은 세계적 자산운용사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은 2004년 12월 홍콩에, 2005년 2월에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12명 규모의 홍콩법인은 올해 리서치센터를 강화해 20여 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국와 인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일 인도로 출국했는데 3주간 해외에서 머무를 계획이다.
미래에셋측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보면 CRC(구조조정컨설팅)업체에 소속된 경우가 없다. 해외투자자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소유구조다. 때문에 CRC업체인 미래에셋캐피탈 소유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박 회장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염두에 두고 소유구조를 장기적으로 고치는 과정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로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미래에셋의 행보를 보면 새로운 소유구조가 예상되기도 한다. 이번 박 회장의 계열사 매입으로 증권, 생명의 금융서비스 분야와 투자·자산운용 분야를 분리했다. 지주회사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자산운용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초 박현주 회장은 미국의 투자전문가인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 같은 투자운용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이 강력한 대주주로 미래에셋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도 버크셔 헤서웨이와 비슷하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은 자산운용사, 투신운용사, CRC, 증권사, 보험사 등 종합금융 라인업을 갖추고,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발판으로 세계시장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박 회장이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