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경비 속 호송차 타고 수원지검 압송…“이재명 전혀 몰라” 대북 송금 제외한 모든 혐의 부인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은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태국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742편을 타고 1월 17일 오전 8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8시 44분쯤 김 전 회장은 빨간색 뿔테 안경을 끼고 파란색 셔츠에 검정 재킷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 에어사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호송팀에 이끌려 CIQ(세관·출입국심사·검역) 구역으로 걸어 나갔다.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김 전 회장은 “저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받았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 대표 측과의 관계, 연락 여부에 대해선 “모릅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전혀 모른다는 거냐’는 질문에도 “네”고 짧게 답했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이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이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F 출구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수십 명이 모여들었다. 경찰과 공항 보안요원 등은 F 출구 주변을 삼엄하게 통제했다. 법조출입기자단(풀단)에서 질문할 기자 2명을 제외한 외부인과 취재진 접근은 철저히 제한됐다.
오전 9시 7분쯤 김성태 전 회장이 검찰 호송팀에 이끌려 F 출구로 나왔다. 그 뒤로 양선길 회장도 걸어 나왔다. 일부 유튜버들은 “김성태 자백해라” “양심 고백해라” 등의 고성을 질렀다. 김 전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으로 빠져나갔다. 김 전 회장은 법무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만 했다.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호송차에 탑승한 뒤 수원지검으로 압송됐다.
앞서 1월 17일 0시 30분쯤 김성태 전 회장은 ‘시골무사 이성계’ 책을 한 손에 든 채로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의 인천공항행 비행기 출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회사에서 전환사채를 만드는 데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또 그는 “이재명 씨와는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이재명 대표와 인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중 골프를 치거나 유흥을 즐기는 등 ‘황제도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하루하루 지옥같이 살았다. 김치나 생선은 좀 먹었는데 그걸 황제도피라고 한다”며 “억울한 건 많지만 모든 게 불찰이니까 한국에 돌아가 조사받고 소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2022년 5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김 전 회장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이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쌍방울그룹이 2018년 임직원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 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수사 선상에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은 8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다 2023년 1월 10일 태국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 검거팀에 체포됐다. 태국 이민국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강제 추방 결정을 내렸고, 김 전 회장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포기하고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귀국 전 1월 15일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는데 내가 그 사람을 왜 만나냐”면서 “이재명 때문에 제 인생이 이렇게 초토화됐는데.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2018년 북한 고위급 인사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선 “비즈니스하려고 개인 돈을 준 것”이라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