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과거도 ‘부글부글’
▲ 지난 1월 26일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운데)가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시위 현장에 ‘나꼼수’ 멤버 김어준 총수(맨 오른쪽)와 김용민 씨가 방문했다. 일요신문DB |
‘정치풍자토크쇼’를 표방하며 현 정권과 메이저 언론 등 권력들을 향해 신랄한 독설을 내뿜고 거침없이 ‘씹어대던’ 나꼼수는 김 후보의 낙선으로 기가 꺾일 수밖에 없게 됐다. 현란한 ‘입놀림’으로 국민들의 속을 긁어주던 나꼼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말’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4·11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패배한 데는 김 씨의 ‘막말’ 발언 파문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용민이 승패를 갈랐다” “김용민이 접전지 표 1~3% 깎아먹었다” “김용민 한 명 살리려다 15석 의석 날렸다” 등의 구체적인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2일 유튜브에는 2004년 성인인터넷방송에 출연한 김 씨가 여성비하 및 기독교 모독, 노인폄하를 하는 발언 등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은 진위를 의심할 만큼 입에 담기 힘든 저질 음담패설과 자극적인 내용들 일색이었다. 공개된 내용은 단순한 막말을 넘어 한 예비정치인이 가진 위험하고도 저질스러운 사고를 극명하게 드러내줬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간 논란이 된 나꼼수의 행보에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이들조차 탄식과 실망을 쏟아냈을 정도였다. 비난이 빗발쳤음에도 김 씨는 트위터를 통해 ‘성누리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실패했다. 쫄리면 죽으시든가’라며 오히려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와 공지영 작가 등이 비판에 나서자 결국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막말 논란 끝에 결국 김 씨는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김 씨는 나꼼수 열풍에 힘입어 여의도 입성을 넘봤지만 그의 ‘혀놀림’에 경악한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특히 김 씨는 정권심판을 기조로 한 민주당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씨의 낙선은 나꼼수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정치권과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던 나꼼수가 자가당착에 빠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권심판을 내세우며 헐뜯기에 집중한 나꼼수가 정작 멤버 개개인의 행적이나 치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다.
이는 그간 일각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나꼼수에 대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와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락과 관계없이 나꼼수를 이어갈 뜻을 밝힌 김 씨는 “조중동, 일부 교회권력들과 정말 ‘잡놈’처럼 싸워보겠다”며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번 사태로 나꼼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 최근에는 나꼼수 리더격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마저 갖은 구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채팅만남 유료사이트를 운영했던 김 총수의 과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2001년 김 총수가 만든 ‘남녀불꽃노동당(남로당)’은 성인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였는데 실제로 이 사이트를 통해 부적절한 만남과 조건만남이 빈번히 이뤄졌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또 김 총수는 ‘딴지몰’을 통해 당시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일본성인비디오 강좌’를 연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김 총수가 유명세를 타게 됐으며 상당히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고 있는 성과 관련된 김 총수의 과거 행적이 성에 대한 비상식적인 인식을 보여준 김용민 씨의 막말 사태와 맞물려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은 나꼼수가 도를 넘었다고 본다. 독설과 자극적인 말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것이 정의라는 것은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멤버들 스스로 반성과 쇄신이 없다면 국민들에게 계속 먹히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이 일자 김 총수는 “고루한 성의식을 근대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김용민 씨의 막말 사태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리더격인 김 총수의 ‘불편한’ 과거 행적이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나꼼수가 휘청거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