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8일 방송되는 '환경스페셜2' 6회는 '데드 존 2편,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편으로 꾸며진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휴대전화 수는 평균 30대로 1명이 평생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수는 230대다. 하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자제품의 편리함 이면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광산의 흙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의 값싼 노동과 눈물이 담겨있다.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버린 전자제품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전자제품 생산을 위해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 보고 전자제품 생산과 폐기로 인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취재했다.
코발트는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다. 최근 무선, 휴대용 가전제품이 늘어나고 전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약 4만 명의 아이들이 광산노동에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곳의 아동노동 실태를 알고도 헐값에 코발트를 사들인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이 스마트 산업의 필수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온몸으로 중금속에 노출되지만 하루에 1~2달러도 채 벌지 못한다.
하루 열두 시간 코발트를 찾는 모린 남매, 코발트를 채굴하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메삭, 보호장비도 없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25m 땅굴에서 코발트를 캐는 수많은 아이들까지 아동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근 전자제품 재활용 업체에 들어오는 전자제품 사용 연한들이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10년 넘게 사용됐다면 요즘에는 2~3년 쓰이고 버려지고 있다. 그나마 허가 업체를 통해 재활용되면 다행이지만 모든 전자제품이 합법적으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이 취재 중 찾게 된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수출용 컨테이너. 자세히 살펴보니 부서진 텔레비전, 물에 젖은 오디오처럼 우리에게 쓸모없는 것들이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멀리 보내지고 있었다. 이렇게 모인 중고 가전은 인천에서 1만 2000km 떨어진 나이지리아에 모인다.
팔 수도 고칠 수도 없는 가전들이 이곳에 모이면 아이들은 녹슬고 깨진 전자제품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값이 나갈 만한 물건들을 찾는다. 또 다른 아이들은 하루 13시간 동안 구리를 얻기 위해 전선을 태운다. 우리가 버린 전자제품을 마지막으로 치우는 건 가장 어리고 가난한 아이들인 것이다.
프랑스는 소비자가 수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관행을 막기 위해 '수리할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계획적 진부화'를 범죄로 규정한 유일한 나라다. 계획적 진부화란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줄이는 관행을 뜻한다. 기업이 2년쯤 지나면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줄도록 설계하거나 업데이트하면 구형 모델의 성능이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신제품을 광고하고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제품이 너무 낡았다고 믿게 한다. 구형 제품을 버리고 새 제품을 사야 기업의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만난 프랑스 한 시민단체는 계획적 진부화 법을 통해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지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수리 가능하고 더 튼튼한 제품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값싼 노동 위에 쌓아 올린 풍요의 그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꿈도 갖지 못한 채 병들어가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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