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왕 이명수 출석왕 김학용 사치왕 차명진
▲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명수ㆍ김학용ㆍ차명진 의원. 일요신문 DB |
의정활동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입법 활동일 것이다. 올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1만 1016건. 17대 국회의 5728건에 비하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결된 법안은 601건으로 전체 법안 중 단 5.4%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실적’에만 매달려 일단 무리하게라도 법안을 발의만 할 뿐 그 뒤에는 나 몰라라 하는 구태 때문에 일어난 일종의 ‘법안 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지금도 국회에는 6452건의 법률안(각종 결의안과 의원징계 등까지 모두 합하면 6640건)이 발이 묶인 채 용도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법안을 제출한 ‘입법왕’은 누구일까.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법안을 제출한 의원은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이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무려 355건으로 두 번째로 많은 법안을 제출한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서울 동대문을)의 225건과 비교해도 130건이나 많은 숫자다.
물론 법안을 많이 제출했다고 해서 좋은 입법 활동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의원의 법안 가결률은 12.7%로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국민 정서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명수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법안 제출이 뻥튀기된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25년의 공직 생활을 하며 바꾸고 싶었던 법과 규정을 국회의원이 되어 마음껏 실천했다고 평가해 달라”며 “야당으로서 법안 가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대체 법안이 반영돼 폐기된 것을 합하면 40%가량 된다”고 밝혔다.
▲ 조순형 의원 |
1건만 발의한 의원은 새누리당 윤진식(충북 충주) 이상득(경북 포항남·울릉), 민주통합당 손학규(성남 분당을) 정세균(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신건(전북 전주 완산갑) 의원 등 5명으로 나타났다. 윤진식 의원 측의 한 보좌관은 “보궐선거로 당선된 의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법안발의 수가 적을 수 있다. 다선 의원들의 경우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의 법안발의에 관해 뒤에서 조언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평균 발의안건 수가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제출한 법안이 우리 실생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결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찬반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출석은 국회의원의 성실함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2008년 5월 18대 국회 출범 때부터 현재까지 본회의 출석률 100%를 자랑하는 ‘출석왕’은 총 2명으로 새누리당 김태원(고양 덕양을)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이었다(새누리당 김성동 최경희 의원과 창조한국당 선경식 의원 역시 본회의 출석률 100%를 달성했지만 임기 중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의원들이기 때문에 제외했음).
두 의원 가운데 진정한 출석왕은 출장 1번을 제외하고 상임위 회의 역시 모두 참석해 출석률 99.54%를 기록한 김학용 의원이다. 김 의원은 “18대 출범 때 출석률 100%를 약속했고 그것을 최우선적으로 지키려고 했다. 안성에서 서울까지 오간 거리가 8만㎞ 정도 된다(지구 두 바퀴 정도 거리). 출석률 1등이 19대 당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본회의 출석률 꼴찌는 민주통합당 최종원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으로 2010년 7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후 열린 65번의 본회의 가운데 38회만 참석해 58.46%를 기록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 역시 59.06%의 저조한 출석률을 보였다. 열려라 국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참여연대 이선미 간사는 “출석률이 높다고 해서 의정 활동을 열심히 했다, 안 했다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출석률이라는 게 비율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만큼 객관적 판단 근거가 될 수는 있다”라고 밝혔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주는 상장과 감투 역시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4년간 가장 많은 상을 싹쓸이 한 ‘수상왕’ 선정을 위해서 세 가지 까다로운(?) 검증을 거쳤다.
지난해 11월 법률소비자연맹 산하 국정감사모니터단이 선정한 ‘국정감사 우수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총 89명. 이 가운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2009년과 2010년에 선정한 ‘국회의원 약속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의원을 교차 확인했더니 새누리당 김성식(그 뒤 탈당으로 무소속), 이성헌, 홍일표 의원과 민주통합당 김재윤, 박주선, 김재균, 이용섭, 전현희 의원 8명으로 압축됐다. 마지막으로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서 선정하는 ‘거짓말 안 하는 의원’에까지 이름을 올린 의원은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과 비례대표 전현희 의원 2명뿐이었다.
당 대변인 출신의 전현희 의원은 3년 연속 ‘거짓말 안 하는 의원’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국회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수상했다. 김재윤 의원의 경우 제주도라는 지리적 불리함을 이겨내고 본회의 출석률 98%라는 놀라운 성실함으로 2011년 ‘대한민국 헌정상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두 의원 모두 ‘수상왕’에 손색이 없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18대 국회는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가장 왕성한 SNS 활동을 보여준 ‘소통왕’을 가리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SNS 영향력 지수인 클라우트 지수(klout.com)를 이용했다.
클라우트 지수의 경우 통상 60점이 넘을 경우 매우 영향력 있는 사용자로 분류할 수 있는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의 경우 75.54점(2012년 4월 18일 기준)으로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올랐다. 이 의원 외에 70점을 넘긴 의원으로는 정동영 상임고문(71.31)이 유일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69.58)과 홍정욱 의원(63.15)이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보여줬지만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은 공천 가산점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어떤 SNS 계정도 갖고 있지 않고 ‘오프라인’을 고수했다. 새누리당에서 제명당한 무소속 강용석 의원(서울 마포을)은 69.94점으로 다른 새누리당 의원보다 높은 소통지수를 기록했다.
마지막 분야는 ‘사치왕’ 부문이다. ‘6300원으로 황제식사를’이라는 최저생계비체험기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던 차명진 의원(부천 소사)은 국회안경점에서 45만 원짜리 안경을 2번이나 구입해 시민단체의 고발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나경원 전 의원(서울 중구)은 지난 2010년 문자홍보비로만 1718만 원을 지출했고 주유비로는 1467만 원(국회의원에게 매달 지급되는 유류지원비 110만 원 제외)을 썼다. 특히 2010년 11월 15일 국회 앞 경일주유소에서 4번에 걸쳐 총 37만 원을 주유해 ‘카드깡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치왕’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돈 씀씀이가 큰 의원들도 있었다. 지난해 <국민일보>에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국회의원들이 쓴 정치자금 내역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해마다 거액의 후원금을 모으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우 삼성동 자택 근처 호텔을 109회(리츠칼튼 호텔의 경우 29회 이용에 374만 원 지출)나 이용해 ‘호텔 정치’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대권 주자라 어쩔 수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호텔 정치 관행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같은 당의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은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지급되는 2만 원짜리 도금 배지 대신 2돈짜리 순금배지를 만들고 제작비용 58만 원을 정치후원금으로 충당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진정한 금값을 하는 의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토막상식
국회 개막 1일 아닌 30일인 이유
18대 국회가 5월 29일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왜 5월 31일로 딱 떨어지지 않고 29일에 끝나고 새 국회는 5월 30일에 시작되는 것일까. 이는 과거 국회의원들이 하루만 일해도 한 달치 세비를 계산해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은 2000년까지 이어져 오다 비난이 거세졌고 임기 첫 달과 마지막 달의 경우 일한 날짜만큼 세비를 지급하기로 법을 개정해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전통만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어 새 임기를 맞는 국회의원의 경우 이틀을 일하고 세비로 4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
국회 개막 1일 아닌 30일인 이유
18대 국회가 5월 29일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왜 5월 31일로 딱 떨어지지 않고 29일에 끝나고 새 국회는 5월 30일에 시작되는 것일까. 이는 과거 국회의원들이 하루만 일해도 한 달치 세비를 계산해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행은 2000년까지 이어져 오다 비난이 거세졌고 임기 첫 달과 마지막 달의 경우 일한 날짜만큼 세비를 지급하기로 법을 개정해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전통만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어 새 임기를 맞는 국회의원의 경우 이틀을 일하고 세비로 4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