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살균’ 라면의 진실

영국이 ‘오버’

지난해 7월 영국 식품표준청(FSA: Food Standard Agency)은 농심라면 중 일부가 방사선 살균 사실을 표기하지 않았다며 농심의 전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농심은 방사선 살균을 한 사실이 없다며 맞섰다. 이후 이 일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방사선 살균 논란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방사선 살균 처리는 미국에서 2002년부터 시행된 살균 방법이다. 고온을 가했을 때 상태가 변하는 식품의 살균을 위해서는 방사선 살균이 가장 편리한 방법인 데다 화학약품 처리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에서도 2004년 4월 식품위생안전위원회에 의해 허가되었다. 방사선 살균 대상 품목은 ‘감자, 양파, 마늘, 밤, 생버섯, 건조버섯, 계란분말, 가공식품 제조원료용 곡류, 두류 및 그 분말, 가공식품 제조원료용 전분, 가공식품 제조원료용 건조수산품 및 건조식육품, 장류 및 그 분말, 가공식품 제조원료용 건조 과채류, 효모, 효소식품, 조류식품, 알로에 제품, 인삼(홍삼 포함) 제품류, 건조향신료(고추가루 또는 실고추포함) 및 이들 조제품, 복합조미식품, 소스류, 침출차, 분말차, 2차 살균이 필요한 환자식’으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식품에 대해 방사선 살균이 허용된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세업체 두 곳에서만 방사선 살균이 처리되고 있어 실제 처리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처리되는 양은 종로에 있는 식당들에서 점심 한 끼 먹는 양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데다 수출용 농산물에만 처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 FSA에서 농심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라면 원료 중 일부가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데, 중국 농산물의 양이 워낙 많은 데다 그 식품들의 방사선 살균 여부가 100%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농심에서 방사선 살균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입 원료에 방사선 살균 처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종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