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주간문춘 외엔 전부 사라질 것” 자조에 “독자적 색깔과 트렌드 감지력 ‘본질’ 고민 필요” 자성까지
#1958년 신년호 발행부수 154만 부 육박
주간아사히는 1922년 창간됐다. 1954년에는 발행부수 100만 부를 달성했고, 1958년 신년호는 주간지 사상 최고인 153만 9500부라는 경이적 부수를 냈다. 연예보다는 정치, 경제, 교육을 중심으로 지면을 구성한 정통 주간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시바 료타로의 역사 기행, 야마후지 쇼지의 풍자화 등 많은 인기 연재기획을 선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주간 무라카미 아사히’도 여기서 탄생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출판대국’ 일본에도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과거엔 지하철 안에서 주간지를 들고 읽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한다. 서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종이잡지 매출액은 해마다 감소 중이다. 일례로 2022년 12월, 주간아사히의 평균 발행 부수는 약 7만 4000부에 그쳤다. 전성기에 비하면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급락했다.
경쟁지 ‘선데이마이니치’는 2022년부터 부수 공표를 중단해 버렸다. 줄어드는 부수를 공표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리얼사운드’는 “기존 독자의 고령화와 신규 독자 영입 실패로 주간지 시장 축소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출판은 “적자가 쌓여가는 주간아사히의 존속 여부를 계속 검토해왔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은 독자의 고령화에 맞춰 건강과 실용정보를 늘리는 등 대처도 병행해왔다. 하지만 결국 막을 내리게 됐다. 아사히신문출판은 “주간지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앞으로 뉴스 웹사이트와 서적 부문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근래 일본 잡지업계는 어두운 이야기뿐이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업계 쇠퇴가 진행되고 있다.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종이값이 급격히 치솟아 유통비는 더욱 오르게 됐다. 결과적으로 잡지 정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고, 독자 이탈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미 몇몇 주간지가 폐간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업계 1위인 ‘주간문춘’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주간지 저널리즘의 종말일까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서 일본 출판업계는 다양한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다. 만화의 경우 종이잡지 침체를 디지털 매체로 보완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잡지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웹사이트에서 페이지뷰(PV)를 늘려 수익으로 이어지는 광고형을 고집할 것인지,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독 형태로 갈 것인지도 아직 시행착오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간아사히의 휴간 소식은 출판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 “주간지 저널리즘의 종말이 시작된 듯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신문사 계열 주간지의 한계가 드러났을 뿐 잡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 편집장을 지낸 오구라 겐이치는 “신문사 계열의 주간지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더이상 눈에 띄는 기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간지 업계 1위로, 47만 부를 찍는 ‘주간문춘’은 종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독자적인 특종을 연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반면, 판매부수가 급격히 떨어진 주간아사히나 선데이마이니치 같은 신문사 계열의 주간지들은 내용이 견실하긴 하나 대부분 튀지 않는 기사들로 채워진다. 무난한 편집 방향성도 존재감을 희석시킨다. “굳이 사서 읽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오구라 씨는 “속보성으로는 인터넷 매체를 이길 수 없는 만큼 적어도 주간지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색깔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번 휴간 발표를 계기로 ‘주간지 보도의 본질’을 고민해 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널리스트 우다가와 게이스케 역시 주간지 특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독자가 읽고 싶어하는 기사를 제공하는 취재력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트렌드 감지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기존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독경제로 방향을 트는 것이 관건”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출판사들은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구독자가 최근 600만 명을 넘어섰고, 워싱턴포스트는 약 300만 명, 정기구독 뉴스레터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지방신문은 디지털에 투자할 예산조차 부족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우다가와 씨는 “일본도 똑같은 풍경이 벌어질 것”이라며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특색 없고 지명도가 낮은 지방신문이나 잡지는 디지털화, 구독화 시대에 있어 도태될 운명”이라고 말했다.
주간아사히 그때 그 시절엔…1980년대 '여대생 표지'로 화제
‘주간아사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80년에 시작된 여대생 표지 시리즈다. 첫 표지를 장식한 미야자키 요시코를 시작으로 오츠카 네네, 시모히라 사야카 등 수많은 여배우, 아나운서를 배출했다. 당시 표지 사진을 촬영한 이는 미야자와 리에의 사진집 ‘산타페’로도 유명한 사진작가 시노야마 기신이었다.
시노야마 씨는 “그 시절 주간지 표지라고 하면 이른바 ‘야한 느낌’을 내세운 것들이 많았다”며 “반대로 청초하고 지적이며 게다가 본 적 없는 신선한 얼굴이 좋을 것 같았다”고 여대생 표지를 기획한 배경을 밝혔다. 특히 1980년 1월 25일호 표지는 ‘전설의 사진’으로 불릴 만큼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구마모토대학 3학년이었던 미야자키 요시코는 주간아사히 표지를 계기로 TV 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