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뒤집어라 ‘된장맛’의 봉기
▲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지난해 1조4천7백억원어치가 팔린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이 70%, 농심 제품 중에서는 신라면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농심의 안성탕면이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양식품의 삼양라면과 농심의 짜파게티가 근소한 차로 3위를 다투고 있다. 라면업계에서 농심과 신라면의 아성이 견고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연초부터 농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제품은 GS리테일이 PB로 출시한 ‘틈새라면’. GS리테일의 편의점 체인망인 ‘GS25’는 라면 체인점으로 유명한 ‘틈새라면’과 제휴, 틈새라면의 주메뉴를 인스턴트화해 봉지라면과 컵라면의 두 가지 형태로 출시했다.
GS25 식품팀은 “2천여 개 자사 편의점만으로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라면상품 개발에 나섰다. 신라면과 비슷한 매운맛으로는 승산이 없어 시중에서 가장 맵다고 소문난 라면가게와 손잡아 10∼20대가 좋아하는 자극적인 맛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신라면이 매운맛으로 히트를 쳤으니 더 매운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출시 후 GS25는 매장에서 틈새라면을 두드러지게 배열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그 결과 2주 만에 GS25 매장의 컵라면 판매량에서 신라면을 제쳤다며 홍보에 나섰다. 1월3일부터 1월17일까지 2주간 틈새라면은 14만9천7백 개, 신라면은 11만3천 개가 팔렸다는 것이다. 봉지라면에서는 신라면이 15만4천2백 개, 틈새라면이 12만4천1백 개로 여전히 신라면이 앞서고 있다.
GS리테일이 자축하는 것에 대해 농심은 “GS25 자사 유통망을 통해 대대적인 판촉을 벌였으니 판매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체 시장 중 GS25에서 판매되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별다른 의미가 없는 데이터다”라며 틈새라면의 도전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
그러나 GS리테일은 “전체 컵라면 판매량 중 편의점을 통한 판매가 15%를 차지한다. 전국 9천5백 개의 편의점 중 GS25가 2천 개가 넘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있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 2월부터는 GS수퍼마켓으로 3월부터는 GS마트로 판매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8백만 개 이상이 팔릴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
GS25는 틈새라면 이전에도 지난해 삼양식품과 제휴해 ‘면왕’‘김치면왕’‘작은면왕’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에 힙입어 틈새라면을 기획한 것. 틈새라면의 제조는 한국야쿠르트에서 맡고 있다. 신라면을 공격하기 위해 ‘식당-편의점-라면업체’가 연합군을 결성한 셈이다.
틈새라면이 매운맛으로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했다면, 올해 라면업계는 된장맛 라면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최초로 된장맛을 구현한 ‘장(匠)라면’을 출시해 된장맛 라면 유행에 앞장섰다. 이전에도 한국야쿠르트는 클로렐라, 누룽지 등 특이한 재료들의 라면을 출시한 바 있다. 한국야쿠르트측은 “이것저것 온갖 재료를 라면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한국 전통의 맛인 된장을 연구하게 되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장라면은 출시 후 월 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한때 농심과 막상막하의 상대였지만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던 삼양은 2004년 12월부터 시작한 ‘먹고싶다 삼양라면’ TV CF가 호응을 얻으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된장라면’을 선보이면서 농심 추격을 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청국장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어 웰빙 이미지에 적당한 재료”라고 설명하고 있다. 된장라면은 출시 후 월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뚜기식품도 이번 달 1일 ‘미소라면’을 출시해 된장 레이스에 동참했다. 오뚜기는 “한국 전통의 맛인 매운맛이 히트한 만큼 된장라면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된장맛이 매운맛의 대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농심은 “된장라면이 큰 호응을 얻는다면 개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직은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올해도 주력제품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오랫동안 길들여온 입맛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된장맛 라면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지 장기적인 히트로 이어질지 당분간 두고 볼 일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