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삼성 ‘CEO 기숙사’
▲ 타워팰리스. 일요신문DB |
감히 회장님보다 비싼 집에서 살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룹별 최고가의 집은 회장이나 오너 일가의 차지였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의 대표이사들이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것과 달리 네 회장은 모두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자택은 서울 용산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보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살고 있어 유일한 강남 거주자였다.
최고가를 기록하는 ‘회장님 댁’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넓고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곳은 대지 2143㎡에 지하 2층, 지상 2층 총면적 961㎡ 규모로 이뤄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이다. 7년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으로 선정된 이 회장의 자택은 지난해 발표된 공시가격 기준으로 97억 7000만 원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세 그룹 회장들은 30억 중후반대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10년 이상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떠나 인근의 다른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대지면적 1682㎡에 총 면적 1998㎡으로 공시가격 38억 2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은 공시가격 37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택. 최 회장의 집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지 698㎡에 총 면적은 1159㎡ 규모다. 지난 2005년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곳이다. 최 회장의 자택 한 집 건너에는 이명박 대통령 사저가 자리 잡고 있다.
재계 2위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22억 5000만 원으로 4대그룹 회장 중에서는 가격이 저렴하다. 이곳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던 곳으로 실제 정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거주하고 있다. 한남동 자택은 대지 1120㎡에 총 면적 950㎡이며 공시가격 35억 4000만 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해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삼성그룹은 20개 계열사를 선정했으며 이 중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포함됐지만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닌 이건희 회장은 빠졌다.
삼성의 경우 CEO 주소지 평균 집값이 다른 그룹들에 비해 3억 원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룹회장들 외에 4대그룹 전체 조사대상 중 가장 비싼 곳에서 사는 인물도 있었으며 대부분 10억 원 이상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 싼 곳에 사는 이는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으로 공시가격 7억 원(124㎡)이었다.
전세로 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 국적인 고순동 삼성SDS 사장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그 주인공. 현재 최 사장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244㎡형으로 공시가격 40억 원에 이르는 최고급 주거지다.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국내 공동주택 중에서는 네 번째로 비싼 곳이기도 하다. 전세가격만으로도 35억 원(3년 계약)에 이르는 곳이다.
이는 그룹회장을 포함한 전체를 놓고 보아도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가장 비싼 집이지만 최 사장 소유는 아니다. 이곳은 2010년 9월부터 삼성SDI가 전세를 낸 ‘사택’인 셈이다. 이후 최치훈 사장이 삼성카드 대표이사로 옮기면서 같은 해 12월 삼성카드가 전세권을 이전받아 사용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 다음으로 비싼 집에서 살고 있는 이는 이건희 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대지면적 851㎡에 총 면적 891㎡로 32억 2000만 원.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CEO는 단 한 명인데 바로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이다. 그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의 18억 2000만 원 상당의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19억 1000만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파트 한 채도 소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아파트가 ‘CEO 기숙사’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곳에 살다가 CEO가 되면서 타워팰리스로 이사 온 경우도 있을 정도다.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총 9명의 주소지가 타워팰리스였다. 대부분이 공시가격 기준 공동주택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타워팰리스1’(244.7㎡)에 살고 있으며 특히 비(B)동에 4명의 대표이사가 살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정태영 신성재 오너 일가를 포함해 1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집을 탐방해봤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아이스코 사장은 정 회장의 실제 거주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바로 옆에 살며 ‘로열패밀리’임을 과시했다. 두 사람의 주거지는 각기 부인의 명의로 되어있다는 것도 공통점. 신 사장의 집의 공시가격은 20억 8000만 원. 정 사장 집은 독특하게도 근린생활시설(사무실)로 돼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대부분 10억 원 이하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재계 1위인 삼성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공시가격 10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장이 겨우 2명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10억 원, 105㎡)에 거주하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파크뷰(11억 원, 162㎡)에 사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다.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도 고급 오피스텔인 경기 안양시 평촌아크로타워에 살고 있으나 기준시가로 13억 원(83㎡)이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윤준모 현대다이모스 대표이사는 정몽구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법인등기부상 윤 대표이사의 주소지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시가격 2억 2000만 원으로 현대차그룹은 물론 전체 조사대상 중에서도 최저가에 랭크됐다. 그러나 해당 부동산등기부에 윤 대표의 이름은 없었다.
현대차그룹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양재동 그룹 본사와 가까운 경기도에 거주하는 CEO가 많다는 점이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15명 중 4명이 경기도에 살고 있으며 이 중 3명은 분당에 살고 있다. 특히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과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이었다.
#SK그룹
SK그룹은 14개의 계열사 19명 대표이사(공동대표 포함)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최창원 최신원 박장석 대표까지 4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오너 일가가 포함돼 있다.
오너 일가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곳은 SK E&S 대표이사로 등재된 최재원 그룹 부회장(최태원 회장 친동생)의 집이다. 서울 서초구 트라움하우스5차에 살고 있는 최 부회장의 집은 40억 원에 달하며 이곳은 지난해 공시가격 기준 연립주택 중 가장 비싼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다음 최고가는 앞서 소개했던 최태원 회장의 자택이며 박장석 SKC 사장이 뒤를 잇고 있다.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딸 최혜원 씨의 남편인 박 사장이 사는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로 공시가격 30억 원에 이른다.
오너 일가 중 가장 저렴한 곳은 SK케미칼 대표이사인 최창원 부회장의 집이다. 최 부회장 자택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으로 대지 1070㎡에 총면적 863㎡. 가격은 25억 4000만 원이다. SK그룹 대표이사 중 가장 저렴한 곳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 래미안하이어스에 살고 있는 박인식 SK브로드밴드 사장으로 3억 5700만 원(84㎡)이다.
SK그룹의 특징은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거주지역도 서울·경기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라 평균을 내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본인이 아닌 부인 명의인 곳도 많았으며 법인등기부에는 주소지로 등재돼 있지만 실제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경우가 가장 많기도 했다.
#LG그룹
LG그룹은 구본무 구본준 오너 일가를 포함해 총 12개 계열사 15명 대표이사를 선정해 그들의 주거지를 살펴봤다.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4대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구 부회장의 보금자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대우로얄카운티로 공시가격 20억 원(244㎡)이며 이는 LG그룹에서 구본무 회장 다음으로 비싼 가격이다.
LG그룹 계열사 사장의 전반적인 주택가격은 현대차그룹보다는 다소 높으며 삼성보다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미국 국적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제외한 12명의 대표이사 중 7명이 9억~15억 원 사이의 주택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아파트(15억 9000만 원, 140㎡)에 거주하고 있는 김대훈 LG CNS 사장의 집이다. 가장 낮은 가격에서 살고 있는 박영기 LG화학 사장의 주소는 대전 유성구 원촌동 싸이언스빌로 가격은 3억 원이며 면적은 서울 강남 10억 원대의 주택과 비슷한 수준인 161㎡다.
구본무 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다. 구 회장이 8년 동안 유지해온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은 박규석 서브원 대표다. 게다가 박 대표의 주택은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공시가격으로는 6억 9000만 원이었다. 대지는 총 531㎡에 달한다.
LG그룹 CEO들은 전반적으로는 서울 서초구 반포 인근에 많이 모여 살고 있었다. 변영삼 LG실트론 사장을 비롯해 김대훈 LG CNS 사장, 조준호 LG 사장이 반포의 고급 아파트를 주소지로 두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법인등기부상 주소지가 다른 기업에 비해 본인 소유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사장님 집도 유행 탄다
요즘 ‘부의 상징’은 타운하우스나 저층 고급빌라
4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의 주거지 변천사는 곧 그 시대 고급 주택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법인등기부등상 주소지를 근거로 조사해본 결과 20년 전인 1990년대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은 단독주택과 아파트. 지금은 그룹별 1~2명씩만 살고 있지만 그 당시는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아파트에 살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이곳은 아파트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지금도 ‘강남 알짜 아파트’라고 불린다.
10년이 흐른 2000년대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유행하면서 대대적인 주소변경이 시작됐다.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상복합이 부유층의 상징이 되면서 이러한 인기는 더욱 높아만 갔다. 4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2000년대 재직했던 이들 대부분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과 브랜드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보다는 타운하우스나 저층 고급빌라를 선호하는 것.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이나 최재원 SK 부회장이 사는 서초구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SK 오너 일가 ‘무주택 전통’‘워커힐에 살어리랏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은 평생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보유하지 않고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에스톤하우스 안에 있는 VIP룸에 거주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오랜 시간 그렇게 지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주택을 구입해 화제가 됐다.
최태원 회장이 구입한 논현동 자택은 본래 최신원 SKC 회장 명의였다. 실제 최신원 회장이 그곳에 거주했던 것은 아니나 최태원 회장에게 논현동 자택을 넘기면서 최신원 회장이 ‘무주택자’가 됐다. 당시 최신원 회장의 실제 주소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호빌라 역시 박장석 SKC 사장 소유였다.
현재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최신원 회장의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용산파크자이 아파트이지만 이 역시도 최신원 회장의 명의는 아니다. 확인 결과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SKC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의 개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주택소유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으나 현재는 워커힐호텔에 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박]
요즘 ‘부의 상징’은 타운하우스나 저층 고급빌라
4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의 주거지 변천사는 곧 그 시대 고급 주택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법인등기부등상 주소지를 근거로 조사해본 결과 20년 전인 1990년대 최고경영자(CEO)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은 단독주택과 아파트. 지금은 그룹별 1~2명씩만 살고 있지만 그 당시는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아파트에 살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이곳은 아파트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지금도 ‘강남 알짜 아파트’라고 불린다.
10년이 흐른 2000년대는 초고층 주상복합과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유행하면서 대대적인 주소변경이 시작됐다.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상복합이 부유층의 상징이 되면서 이러한 인기는 더욱 높아만 갔다. 4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2000년대 재직했던 이들 대부분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과 브랜드 아파트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보다는 타운하우스나 저층 고급빌라를 선호하는 것.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머물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이나 최재원 SK 부회장이 사는 서초구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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