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고소전쟁 ‘청와대’는 왜 등장?
▲ 성신여대 내분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 정문.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10여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성신여대 내분 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확전되고 있는 내막을 들여다봤다.
성신학원에서 감사와 이사직을 역임한 이 전 이사는 평생을 법대교수로 살아왔다. 성신여대와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성신학원의 감사 및 이사직에 임명돼 상근이사와 교원징계위원장직을 역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학내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 총장 측과 반대교수 측으로 세력이 양분될 때, 심 총장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이 전 이사는 늘 심 총장 측 사람으로 분류됐다. 그런 이 전 이사가 최근 심 총장을 고소하는 동시에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자와 만난 이 전 이사는 “과거 10년 전부터 이어져 온 대학 내 분규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고소 및 징계가 난무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징계위원장인 내가 지시하지도 않은 부당한 징계가 내려지고, 파면되는 교수들을 지켜보면서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사실이 왜곡되는 현실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내분 사태는 2006년 7월 심 총장(당시 이사장)과 대학 운영문제로 격렬하게 대립하던 이 아무개 총장이 심 총장의 월권행위와 과도한 간섭에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촉발됐다. 이후 임시총장이 선임됐지만 문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성신여대 교수평의회는 대학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취지로 심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심 총장에 대한 고발건은 ‘무혐의’ 처리가 났고, 사법당국의 면죄부를 받은 심 총장은 자신을 고발한 교수들에게 중징계와 파면 조치를 취했다.
당시 대학 징계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전 이사는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며 “서로 용서하고 교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심 총장 측을 설득했다. 이 전 이사의 중재로 교수들에 대한 징계는 무마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당시 기획처장이었던 조 아무개 교수 등 심 총장 측 인사들이 징계제청서를 위조해 정 아무개 교수(교수평의회 회장) 등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2008년 10월 정 교수와 구 아무개 총장(당시 임시 총장)은 부당한 징계에 반발해 교과부에 감사를 요청하고, 심 총장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당시 여당 국회 교육기술분과위원이었던 A 의원에게도 감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요청서에는 심 총장이 저지른 배임 혐의를 포함해 직무상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여한 사안 등 학내 비리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 전 이사는 대학비리 사건으로 교과부, 국회 등에 출석해 사실관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급기야 2008년 11월 말에는 이 전 이사와 정 교수가 A 의원실에 불려갔다. A 의원이 학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A 의원은 감사를 요청한 두 사람에게 오히려 “구 총장은 노사모 회원이다. 청와대 B 수석을 시켜 잡아 넣겠다”는 폭언을 퍼 부었다고 이 전 이사는 주장했다. A 의원의 발언은 이날 자리에 함께한 정 교수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자기 A 의원이 B 수석을 들먹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전 이사는 “A 의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는 “심 총장 덕분에 기획처장에서 고속 승진한 조 아무개 전 부총장 또한 고교 동기동창인 B 수석을 들먹이며 ‘심 총장에 반발하는 교수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의원과 B 수석 역시 고교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의원이 단지 조 전 부총장과 고교 동창이라고 해서 심 총장 측을 도왔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전 이사는 “A 의원실에서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학교 측에 유출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료 유출설은 2009년 3월 김 아무개 이사장이 구 총장과 정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 전 이사는 “김 이사장은 심 총장 측 인사로 사실상 대리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문제는 김 이사장이 정 교수를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정 교수가 A 의원에게 제출했던 감사요청서가 첨부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전 이사는 대학 측에 문서를 전달한 인물로 김 아무개 교수(현 청와대 비서관)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 전 이사는 “김 비서관이 당시 교수시절에 A 의원실에 자주 들락거리며 부산 세미나에도 동행하는 등 두 사람이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뉴라이트싱크넷’에서 각각 운영위원장과 상임운영위원으로 같이 활동한 바 있다. 결국 A 의원이 평소 친분이 있던 김 비서관에게 문서를 전달해 고소하게 도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 교수는 교수평의회 대표로서 진실을 규명하고자 2009년 5월 심 총장과 조 전 부총장, 김 이사장을 배임 및 서명위조 혐의 등으로 경찰에 맞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 전 이사는 경찰에서 이사회 회의록 상 본인의 서명이 위조된 것과 신일학원 토지 1만 6000평 매입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전 이사는 조사과정에서 알 수 없는 행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는 “교과부의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요일에 느닷없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 것도 모자라 간단한 사안인데도 12시간 가까이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조사에서 ‘나의 서명은 분명히 위조됐고, 신일고 땅 매입 건은 나 몰래 진행된 사안이다’고 말했다. 조사는 40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전 이사는 “조사가 다 끝났는데도 담당 형사가 ‘기다려 달라. 상부에 중간보고하고 의논해야 되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잠시 뒤 다시 돌아온 담당형사는 이 전 이사에게 ‘반성해 보라’며 별관2층 특별조사실로 데려갔다고 한다. 이 전 이사는 “당시 담당형사가 자기 입장이 곤란하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때론 화를 내는 등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전 이사는 필적 감정을 위해 자필 진술서를 작성한 뒤 저녁 10시가 다 돼서야 귀가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이 전 이사는 경찰로부터 ‘필적 감정 결과가 나왔으니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전 이사는 필적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담당형사는 ‘보안상의 이유’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 전 이사는 “담당형사가 필적 결과는 보여주지 않으면서 ‘양벌죄’를 운운하며 심 총장은 책임이 없다는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는 계속되는 경찰의 알 수 없는 행태에 ‘배후가 누구냐. 누가 시켜서 이러는 것이냐’고 따져묻자 담당형사는 “다 알지 않느냐. 협조만 하면 만사가 형통인데”라는 말을 남기고 오후에 보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당시를 떠올리던 이 전 이사는 “경찰의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신일고 부지 매입에 본인은 모른다고 했지만 내가 주도했다고 결론 내렸고, 회의록 서명 위조로 고발한 정 교수의 주장은 허위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심 총장은 죄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가 배후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학내 파벌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학내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총장과 조 전 부총장이 인맥을 동원해 반대 교수와 이 전 이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 이사는 앞서 제기한 심 총장과 조 전 부총장 및 A 의원 등에 대한 고소가 ‘혐의 없음’ 처리되거나 ‘각하’ 처리되자 지난 4월 20일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 결과에 따라 성신여대 사태는 또 한번 격동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성신여대 사태 발단은?
설립자 손녀 진입 후 교수들과 갈등 폭발
10여 년 동안 지속돼 온 성신여대 사태는 심화진 총장의 자격논란에서부터 시작됐다. 성신학원은 설립자가 후손 없이 작고하여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심 총장은 스스로 설립자의 손녀 또는 외손녀라고 주장하며 이사회에 진입해 2년 만에 이사장이 됐다.
심 총장은 이사장이 된 뒤 학사행정에 간섭하며 당시 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정관개정을 강행하면서 20여 년간 총장에게 위임되어 온 교원 인사권을 뺏으면서 전임 총장 및 교수들과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교수평의회 측은 “심 총장이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월권을 행사하고 전임 총장들을 내쫓고, 대학 교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땅을 사 학교에 손해를 끼치는 등 배임 혐의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10년 국립대 및 사립대 감사 결과’ 자료에서 성신여대는 위반 사항을 지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훈]
설립자 손녀 진입 후 교수들과 갈등 폭발
▲ 심화진 총장. |
심 총장은 이사장이 된 뒤 학사행정에 간섭하며 당시 총장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정관개정을 강행하면서 20여 년간 총장에게 위임되어 온 교원 인사권을 뺏으면서 전임 총장 및 교수들과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교수평의회 측은 “심 총장이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월권을 행사하고 전임 총장들을 내쫓고, 대학 교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땅을 사 학교에 손해를 끼치는 등 배임 혐의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보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10년 국립대 및 사립대 감사 결과’ 자료에서 성신여대는 위반 사항을 지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