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의 숙명… 게임으로 즐긴다
게임의 소재는 한계가 없다. 붕어빵을 구워 파는 일조차 게임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어떠한 현상이라도 그에 걸맞은 상상력이 더해지면 훌륭한 게임이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정자를 소재로 게임으로 만들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번식 전쟁’은 정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 게임의 원제는 ‘Sperm Wars’ 즉 정자 전쟁. 제목이 낯 뜨거웠는지 적당히 의역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자신의 세포에서 상대방의 세포로 정액을 발사해 정자를 침투시키면 된다. 물론 상대방 세포도 함께 정액을 발사한다. 이때 정자끼리 부딪치며 충돌이 이뤄진다.
양쪽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자의 힘이 세고 수가 많은 쪽이 점차 상대방 세포에 가까워지다가 결국 승리한다. 정자의 힘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브로콜리 아이템을 많이 먹으면 된다. 또한 단계가 올라갈수록 세포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정액을 쏘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 중간에 여성 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이 등장한다. ‘에스트로겐’은 정자의 힘을 약하게 하기 때문에 보이는 즉시 터치해 죽이는 것이 좋다.
‘번식 전쟁’을 접해본 이용자들은 몰입도가 상당히 높고 의외로 머리를 많이 쓰게 돼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정자에 다른 수컷의 정자를 섞으면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정자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세포소기관인 첨체 속의 효소를 이용해 상대 정자의 몸에 구멍을 뚫어버릴 정도로 잔인한 공격을 가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3억분의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정자의 숙명, 게임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까.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