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빼고 양념 치니 입맛 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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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
그렇다면 우리나라 시장은 어떨까. 표면적으로만 보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전망과 달리 꽤 흥행할 것처럼 보인다. 나온 매물이 많은데다 이중 ‘알짜’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이름만 살펴봐도 매각 대상 기업들이 얼마나 눈길을 끄는지 알 수 있다. 하이마트, 웅진코웨이는 유통 기업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물이다. 동양생명, 금호종합금융(금호종금) 등도 보험업과 금융업을 강화하고픈 기업들에 안성맞춤이다. 쌍용건설을 비롯한 중소 건설사들 역시 입맛을 당기는 기업들이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 이후 전격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하이마트는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유통 전문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자문사까지 결정했으며 홈플러스는 자문사 없이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대표이사(선종구 전 회장)의 배임·횡령 등으로 한때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까지 당한 하이마트는 거래 재개와 함께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익 감소 같은 악재가 겹쳤지만 하이마트는 유통기업들에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다다른 대형 마트로서 초대형 가전 유통을 확보하는 일은 분명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도 “경영권 리스크가 없어졌다는 것도 하이마트의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유진그룹이 인수할 때와 달리 이제는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상장 이후 9만 원대까지 올랐던 하이마트 주가는 여러 악재가 노출되면서 5만 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입찰 때까지 과연 주가가 회복될지 관건이다. 매각을 발표하던 지난해 12월 1일 상황과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유경선 회장이 “6월 말까지 매각이 불투명하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웅진코웨이도 유통업체들이 탐내는 기업이다. 태양광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웅진그룹이 내놓은 웅진코웨이를 잡기 위해 롯데, GS, KT 등이 뛰어들었다. 사업적으로만 보면 웅진코웨이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그다지 크게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웅진코웨이의 렌탈사업은 기존 유통업체들에 없는 독특한 사업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하이마트를 탐내는 유통업체 중에는 서슴없이 “웅진코웨이에는 관심 없다”고 말하는 기업도 있다.
웅진코웨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받는 것은 ‘방문판매망’. 웅진코웨이의 최대 강점인 영업망 확보를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유통업체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웅진코웨이 역시 가격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하이마트의 경우와 반대로 웅진코웨이의 인수 가격은 매각을 발표하던 때보다 오히려 뛰었다고 보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매트리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등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까닭에서다. 매각 발표 이후 사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하는 것에 대해 ‘인수 가격 높이기’라는 관측도 있다.
두 번의 매각 작업이 무산됐던 쌍용건설도 이번에는 기필코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24.72%)이 내내 매각 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우리사주조합이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포기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고스란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에 동의함으로써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전에는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으나 이제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신주 발행 때문에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없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은 구주에 국한돼 있다.
이전에는 쌍용건설을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어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인수 메리트가 추가됐다. 쌍용건설 끌어안기를 원했던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 까닭은 자금난. 이대로 있다가는 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신주 발행을 동의하게 만든 것이다. 이밖에 우리금융, 대우일렉,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매각 공고를 냈거나 매각을 위해 자문사 선정에 들어갔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M&A 시장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M&A 시장이 침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게다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간극을 메우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기도 한다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대한생명과 보고펀드의 동양생명 딜 무산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내 M&A 시장의 상황 역시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딜’이 독특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별개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A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의 대형 딜은 글로벌 추세와 상관없이 매도자의 특수한 사정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 특성을 전했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경우 모기업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고, 대우일렉과 쌍용건설의 경우 채권단의 자금 회수 때문에 시장에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매도자의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는 투자 메리트가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성이 있어 글로벌 상황과 달리 국내 M&A 시장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앞의 M&A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아무리 침체돼 있다 해도 그 중에서 오르는 종목이 있듯이 M&A 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려의 시선이 있다 해도 개별 딜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M&A 전문가는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실탄이 풍부하고 인수에 관심 많은 기업이 적지 않다”며 “다만 인수 후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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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 최대주주. | ||
최근 M&A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금호종합금융(금호종금) 인수를 검토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현대차의 금호종금 인수 검토는 꽤 신빙성 있는 근거와 함께 언론에도 표출됐다. 현대중공업도 M&A 시장에서 화젯거리였다. 현대중공업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거나 절차를 막 마친 건설업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건설, 성지건설, 남광토건 등이 그 대상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비슷한 시기에 M&A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는 ‘형제의 각개약진’이어서 꽤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전혀 관심없다”며 부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한 현대라이프생명(옛 녹십자생명)을 키우기에도 바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금호종금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현대중공업도 “소문은 들었으나 생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선지 M&A 시장이 열릴 때마다 늘 인수 후보로 올라온다”며 소문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이 같은 소문이 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현대차의 금융계열사는 모두 5개로 현대라이프생명, HMC투자증권,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이 그것이다. 현대차가 장차 ‘금융소그룹 형성’을 꿈꾸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보험·증권·카드사가 있긴 하지만 현대차로서는 은행, 증권, 투신, 외화 도입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합금융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남아 있는 유일한 종합금융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금호종금이 현대차에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것. 이 때문에 ‘현대차가 금호종금을 노리고 있다’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으면서 퍼져나갔다.
조선업 불황을 플랜트 건설 강화로 극복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건설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늘 걸리는 대목이다. 플랜트 경쟁사인 삼성, 두산, STX 등이 건설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설사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해외에서 플랜트 건설 사업을 펼치는 데 더 용이할 뿐 아니라 국내 건설업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명색이 재계 7위(공정거래위원회 2012년 4월 12일 자료) 그룹으로서 건설 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불편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동양건설, 성지건설, 남광토건 등 기업회생절차에 있거나 막 끝낸 중견 건설사 중 한 곳을 인수하기 좋은 때인데다 인수한다면 구색도 맞추고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도 이미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인수 물망에 오른 동양건설, 성지건설, 남광토건은 모두 플랜트 건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플랜트 건설을 하지 않는 그 세 곳이 인수 물망에 올라 있다면 그것은 플랜트 사업 강화 차원이 아니라 사업다각화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문이 심심찮게 나돈다. 흥행을 위해서다. 즉 매각 주간사의 입지, 수수료 문제와 관계있는 흥행이 성공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름 있는 기업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수 검토’와 ‘인수 가능성’은 늘 열려 있기 때문이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