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건물 성급한 계약 ‘뒤탈’
▲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솔로몬저축은행 본사. 솔로몬저축은행은 나라에이스홀딩스에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대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문제는 매각과 동시에 진행했던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계약에서 발생했다. 나라에이스 관계자는 “20층으로 이뤄진 건물에 공유 지분과 법무법인이 사용하는 8개 층을 제외한 나머지를 솔로몬저축은행이 20년 동안 사용하기로 했다. 매매 이후 임대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 지금까지 전혀 월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솔로몬저축은행 측은 “임대차 계약이 따로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월세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에 작성된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임대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만 “매매와 임대차 계약은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다. 또한 “나라에이스가 애당초 없었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이 따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매도인과 매수인은 거래완결일 이전에 매수인이 본건 부동산을 매도인에게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세부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다. 의견충돌로 임대차 계약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매매완료도 본래 지정했던 2월 15일이 훌쩍 지난 3월 9일에서야 이뤄질 정도로 두 회사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임대차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건물관리권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임대기간이 20년이다. 짧은 기간도 아니고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관리를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아무래도 건물에 사는 사람이 관리를 해야 정확하고 빠른 조치가 되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좋은 조건에 팔았으니 나라에이스에서도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나라에이스 관계자는 “매매 계약을 협상할 때 솔로몬저축은행 측에서 관리를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는 말을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건이라면 매입을 할 수 없다고 정확히 입장전달을 했고 솔로몬저축은행도 이를 받아들여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관리권을 달라니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건물관리는 본래 건물주가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일 아닌가. 게다가 우리 회사는 빌딩자동제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우리 건물도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며 “시설 보수나 주차문제부터 관리비까지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면 왜 건물 주인이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본부장은 기자가 해당 업체명을 밝히지 않고 문의하자 “건물관리는 대부분 건물주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금처럼 일부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애초에 특약으로 명시를 했었어야 후에 탈이 나지 않는데 계속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월 임대료와 관련한 부분이다. 매매 계약 당시 나라에이스는 임대보증금과 선납임대료 명목으로 각 247억 5000만 원, 총 495억 원을 공제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했다. 나라에이스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일어나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면서 거래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쪽에서는 거액을 투자하는 일이니만큼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래서 임대보증금과 선납임대료를 따로 책정하고 월세부분도 계약서에는 쓰지 않았으나 따로 구두로 협의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 5년 동안은 1년에 두 차례, 6개월분의 월세를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한 달 치 임대료라도 나눠 내라고 말했지만 이마저도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투자목적으로 산 건물인데도 이익은커녕 매월 이자만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불해야 할 연간 임대료는 54억 4500만 원이다. 나라에이스는 6개월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태라면 월 4억 5375만 원이라도 지불하라는 입장인데 솔로몬저축은행도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도 작성하지 않았는데 월세를 내는 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6개월 치를 선납하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말이다”며 “우리는 고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고 선납임대료를 납부한 상황이므로 나라에이스에서도 딱히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나라에이스는 “임대차 계약이 없어 월세를 못 주겠다면서 선납임대료는 납부했으니 해당기간만큼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모순된 주장”이라며 반발하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전문 정충진 변호사는 해당 업체명을 모르는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이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매매 당시 관련 부분을 자세히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선납임대료와 월세는 엄연히 다른 것으로 임차인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다만 “월세 선납은 구두로 협의했기 때문에 만약 법정으로 가서 건물주 쪽에서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없던 것이 된다”고 조언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계약 과정에서 나라에이스는 잔금을 마련하느라 바빴고 우리도 나름대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신이 없었다. 서로가 서두르다보니 세세한 부분을 다 맞추지 못하고 계약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며 “양보가 없으면 끝이 안 날 문제이니 양사가 논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