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짱 톰 크루즈 ‘필승코리아’ 열창
▲ 리포터 김엔젤라는 그가 만난 가장 매너 있는 해외스타로 톰 크루즈를 꼽았다. 사진은 톰 크루즈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연 쇼케이스. |
국내 1호 비디오자키이자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한동안 해외 스타들의 인터뷰를 도맡아 했던 방송인 최할리.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 스타는 바로 마이클 잭슨과 브래드 피트다. 지난 98년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발맞춰 내한했던 마이클 잭슨. 그의 내한소식에 마이크를 들고 청와대로 출동한 최할리. 그의 팔에는 당당히 ‘근접 인터뷰’라고 적혀있는 완장이 달려 있었고, 그는 실제로 초근접 인터뷰를 시도하게 된다. 축하 공연이 한창이던 때 당당히 그의 옆으로 다가가 준비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 최할리. 행사가 진행되던 도중이라 경호원들은 그를 제지할 수 없었고 주변의 소리가 시끄러워 본의 아니게 최할리는 마이클 잭슨과 귓속말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이른바 한국식 들이대기 인터뷰였던 셈.
▲ 마이클 잭슨이 1999년 6월 25일 잠실 운동장에서 자선 공연을 열었다. 일요신문DB |
브래드 피트와의 인터뷰에선 현장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98년 브래드 피트를 인터뷰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 최할리. 그는 친한 동료였던 윤도현으로부터 브래드 피트에게 자신의 CD와 편지를 전해달라는 특명을 받게 된다. 무사히 인터뷰가 끝날 무렵 최할리는 브래드 피트에게 윤도현의 CD를 건넨다. 그러나 아뿔싸, CD를 전해주던 도중 CD가 떨어졌고 그 안엔 윤도현의 전화번호가 적힌 편지가 있었다.
돌발 상황에 경호원들이 나서 선물을 압수했고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자 바로 최할리에게 퇴장을 명령했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주며 브래드 피트를 몰래 유혹하려는 여자로 오해했던 것. 졸지에 스토커 취급을 받은 최할리는 아직도 그 사건이 두고두고 억울하다며 브래드 피트에게 해명할 수 있는 만남의 순간을 15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해외 스타들의 인터뷰에는 특징이 있다. 사전에 리포터들을 철저하게 교육시킨다는 것. 예를 들면 스킨십 절대금지, 선물 사전검열, 개인 신상 관련 질문 금지, 춤과 노래 연기 등의 재현 요구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한국어 금지를 요구하는 스타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눌한 발음으로 ‘사랑해요’를 외치던 모습은 이제 옛말.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를 넘어 ‘대박’ ‘짱’ 등의 새로운 단어들을 외쳐달라는 요구가 늘자 아예 홍보대행사 차원에서 한국어 금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팀의 LA 정킷 행사에서도 한국의 취재팀에게 신신당부됐던 사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제한을 뚫고 당당히 할리우드 스타 앞에서 한국식 들이대기 인터뷰의 끝을 보여줬던 이가 있으니 다름 아닌 아나운서 전현무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던 영화 프로그램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현장을 찾아 할리우드 신예스타 로건 레먼을 인터뷰했다. 로건 레먼은 영화 <나비효과>의 아역 출신으로 요즘 최고의 라이징 스타다. 전현무 또한 인터뷰를 앞두고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온통 방송을 재밌게 하자는 생각뿐이었다는 전현무.
▲ 전현무가 로건 레먼의 신발을 벗긴 모습. 사진출처=전현무 트위터 |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영화시장이 거대화됐지만 여전히 아시아인을 무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도 있다. 해외스타 인터뷰 경험이 많은 연예전문 리포터 A는 자신이 수차례 만난 미국의 여성 스타 S에게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종종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고 리포터를 무시하는 스타들이 있지만 할리우드는 더 하다고. 제아무리 전세계적인의 사랑을 받는 월드스타일지라도 동양인을 안 좋아하는, 다소 인종차별주의자의 기질을 가진 배우들이 있는데 S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A는 S와의 첫 만남에서 단 한 번의 눈 마주침조차 없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S가 A를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S는 A가 준비한 선물을 건네자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예전부터 필요했던 것이다”며 활짝 웃더니 인터뷰가 끝나자 그 선물을 그냥 내팽개친 채 인사도 없이 냉랭하게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A는 “S를 여러 번 만나 안면이 있지만 아는 체하는 경우가 없다”며 선물 사건을 언급하며 “진정한 할리우드 액션을 맛봤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해외 스타 인터뷰 경험이 있는 연예 리포터들이 꼽은 최고의 매너스타는 다름 아닌 톰 크루즈다. KBS <연예가중계>의 리포터 김엔젤라 또한 톰 크루즈와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처음 인터뷰한 해외 스타가 톰 크루즈인 데다가 그의 매너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것. 그가 스페인으로 날아가 톰 크루즈를 인터뷰할 당시 월드컵이 한창이었는데 마침 한국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에 그와의 인터뷰가 잡혔다고 한다. 한국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톰 크루즈에게 전하자 톰 크루즈는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집에 가서 TV로 봐야 하는데 스포일러를 말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내더니 이내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는 것.
톰 크루즈는 김엔젤라와 함께 ‘오! 필승코리아!’를 부르는 등 털털한 매력을 뽐냈다고 한다. 이후 한국을 방문한 톰 크루즈를 또 만난 김엔젤라는 “레드카펫 행사 도중 수많은 팬들 사이에서 나를 대뜸 알아보더니 먼저 다가와 인터뷰는 물론 셀카까지 찍어줬다. 게다가 손에 사인까지 해준 톰 크루즈의 매너에 진심으로 감동했다”고 전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