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놓고 빼놓고… 까도 까도 나오네
▲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 전경. 김찬경 회장의 횡령 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처럼 은행을 되살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살길 찾기에 급급했던 김 회장에게 국민건강보험료나 세금은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부인 명의로 된 김 회장의 자택,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가 지난 3월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당한 상태인 것.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 때문에 어떤 이유로 자택을 압류했는지 알려줄 수 없으나 건강보험 체납으로 인한 것은 사실이다. 압류까지 진행됐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건강보험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금액이 상당하다”면서 “부인의 명의라도 부부가 주민등록 주소지를 같은 곳으로 해뒀다면 남편의 세금체납 때문에 압류를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에도 강남세무서로부터 압류를 당한 기록이 있다.
김 회장이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억 원을 불법대출 받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던 골프장 ‘아름다운CC’를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퇴출을 유예 받는 대신 해당 골프장을 매각해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지난 4월 말 부산 소재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에 매각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부동산등기부 확인 결과 김 회장의 의지대로 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매각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10년 5월부터 골프장을 비롯해 리조트 건물과 토지까지 한국자산신탁주식회사에 신탁되어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아름다운CC는 2008년 1월부터 신탁되었다가 2010년에 잠시 본래 소유주로 귀속했으나 곧바로 다시 신탁됐다. 우리 모르게 매매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어떤 계약과정을 통해 신탁되었는지는 밝힐 수 없으나 매매를 위해 우리와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김 회장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재산을 팔아서라도 은행을 되살리겠다고 했으나 이미 자산 대부분은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라 실제로 돈을 마련할 곳이 없었다. 그나마 근저당 설정이 되지 않은 제주본사 사옥이나 충청지점 건물은 매물로 나온 적도 없으며 사실상 김 회장 소유의 전통주택인 ‘건재고택’ 역시 지난 4월에서야 1차 경매가 시작됐는데 이 역시도 성사되지 않았다(‘건재고택의 비극’ 참조).
▲ 솔로몬저축은행 전경. 임석 회장은 재산 은닉 의혹을 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임 회장에겐 압구정동 아파트 외에도 성동구 옥수동에 아파트 1채가 더 있었다. 문제의 아파트는 시가 11억 원 상당으로 압구정동 아파트와 달리 부인과 공동명의가 아니라 임 회장 단독으로 15년 동안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3월 13일 부인에게 증여된 상태. 재산 축소 의혹의 새로운 정황이 나온 셈이다.
임 회장은 대치동 본사 사옥과 역삼동 사옥을 매각해 17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으나 여기에도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00억 원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유예처분을 내릴 때 요구한 금액. 임 회장은 이를 근거로 자구노력을 성실히 해왔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솔로몬저축은행이 회수했던 금액은 훨씬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3월 나라에이스홀딩스와 본사 사옥 매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은 임대보증금과 선납임대료 명목으로 각 247억 5000만 원, 총 495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본사 사옥 매각을 통해 거둬들인 돈은 495억 원으로 이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990억 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일요신문> 1043호 ‘솔로몬저축 본사 임대료 분쟁 시끌’ 단독보도).
미래·솔로몬저축은행에 비해 비교적 관심을 덜 받고 있으나 한국·한주저축은행도 각종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정지 직전 주요주주의 손실을 보전해줘 개인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저축은행의 지주회사 격인 씨앤씨캐피탈이 부림저축은행이 보유한 한국저축은행 주식을 되사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통천 한국저축은행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강남 도곡동 아파트에도 부림저축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로 확인됐다. 다만 채무자는 이 대표가 아닌 그의 부인으로 돼 있으며 금액은 13억 원이다. 어떤 이유로 근저당을 설정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영업정지 발표 불과 일주일 전인 4월 30일 설정된 것이라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충남 조치원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한주저축은행의 비리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빼돌린 재산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난 것. 현재 김임순 한주저축은행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대출금을 연체한 기업에게 18억 원을 빌려주는 등 불법대출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지난 9일 여신업무를 총괄하며 불법대출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한주저축은행 여신팀장까지 구속돼 비리가 만연해 있었음을 증명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찬경 미래저축 회장 비리 ‘풀버전’
◆부인이 운영하던 국내 유명 대형 외식업체에 미래저축은행이 100억 원대의 불법대출 의혹(미래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 매매)
◆충남 아산시 소재 ‘아름다운CC’ 골프장 겸 온천리조트 차명으로 소유. 이를 위해 20여 개의 SPC(특수목적법인) 세워 1000억 원대 불법 대출(아름다운CC는 시가 2000억 원 상당이며 이 외 1000억 원대의 또 다른 리조트도 차명소유)
◆충남 아산시 ‘건재고택’을 비롯해 고택 9채 소유. 70억 원 상당으로 시가에 비해 고가에 사들인 것으로 자금조달 의문
◆충남 아산시에 아들과 부친 명의로 200억 원 상당 부동산 소유
◆우리은행으로부터 현금 130억 원, 수표 70억 원을 인출해 밀항 시도
◆회사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대기업 주식 270억 원어치 몰래 빼돌려 사채업자 통해 190억 원 현금화
◆2001년부터 7차례 걸쳐 미래저축은행에서 37억 원 대출받아 개인용도로 쓰거나 친인척에게 대가 없이 전달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는 56억 원 비자금 의혹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급여를 받지 않고 법인카드로 매달 수천만 원 소비
◆지난 4월 부인 차량으로 100억 원 비자금 빼돌렸다는 주장 제기
◆제주도 카지노 불법으로 소유하다 밀항 직전 수십억 원에 중국인 사업자에게 매매
◆필리핀 카지노 건설사업 투자 위해 고객예금 수백억 원 빼돌림과 동시에 2000억 원 수상한 대출 의혹
◆동생 명의 빌딩을 담보로 솔로몬저축은행과 하나캐피탈에 편법으로 대출
◆서울 압구정동 시가 40억 원 상당의 아파트 배우자 명의로 등기이전 해 재산 은닉 의혹 제기
◆유상증자 위해 차명 차주 내세워 솔로몬저축은행과 100억 원대 교차 증자
▲ 충남 아산 외암리에 위치한 ‘건재고택’.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이곳이 김찬경 회장의 별장처럼 이용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하고 있는 ‘건재고택’. 조선 후기 대학자 외암 이간 선생(1677~1727)이 태어난 곳이다. 이간 선생의 후손인 건재 이상익(1848~1897)이 지금의 모습으로 지은 뒤 1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건재고택과 돈으로 얽히고설킨 이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으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건재고택은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3호로 지정되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예 작품과 현판 비롯한 40여 점의 유물도 보관돼 있으며 문화재청은 건재고택을 포함한 외암민속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의 위해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이처럼 고요했던 건재고택에 시련이 불어닥친 것은 후손인 고 이준경 씨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저축은행과 접촉하면서부터다. 이 씨는 고택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았으나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대출금 상환 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재고택은 이준경 씨의 아들이 물려받았지만 그 역시 대출금과 이자, 연간 1억 원이 넘는 관리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9년 끝내 건재고택은 예안이씨의 후손이 아닌 ‘남’에게 넘어가게 됐는데 매수인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아들 김 아무개 씨였다. 건재고택과 토지(4433㎡)를 매입하는 데 김 씨가 지불한 금액은 총 10억 원. 당시 미래저축은행과는 상관없는 개인 간의 거래라고 알려졌으나 문화재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가격인 탓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결과적으로 건재고택은 김찬경 회장의 별장으로 이용되다시피 하며 미래저축은행 회식 장소로 쓰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의 아들에게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공익근무요원 신분에 만취상태로 서울 청담동 일대를 운전하다 차량 8대를 들이받고 불구속으로 입건된 것. 사건이 일어난 직후 김 씨는 소유권 등기를 원 소유주로 넘기며 건재고택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럼에도 채권자였던 미래저축은행은 건재고택의 ‘불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경매를 통해 처분하려 했으나 1차 경매가 이뤄지지 않고 미래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것. 더욱이 김찬경 회장은 건재고택에서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56억 원을 도난당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자작극으로 보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별장으로 써오던 건재고택을 서둘러 경매에 붙인 것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어 건재고택을 둘러싼 악연은 계속 될 듯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