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회장님 연임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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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계는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 ||
이를 당연시할 뿐,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 축구는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빼앗긴 권리마저 되찾지 못한 채 그저 내부 단속에만 신경 쓰는 모습은 한숨을 짓게 만든다. 과연 한국 축구, 축구협회는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의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2012 런던올림픽 메달?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 이러한 세간의 시선과는 달리 한국 축구(보다 엄밀하게 말해 축구협회)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내년 1월 축구협회장 선거까지 8개월여 남았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선거 보름 전까지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각 시도협회장 및 축구협회 산하 연맹 단체장) 중 3명의 추천서를 받아 제출하면 후보로 등록할 수 있어 시기적으로는 여유롭다고도 볼 수 있지만 요즘 기류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아직 뚜렷한 후보군이 나오지 않았으나 축구계는 조중연 현 축구협회장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축구협회 요직으로 활동한 한 원로 축구인은 “주변의 소문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이 재선에 나설 확률은 95% 이상”이라고 단언했다.
조 회장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와 논란의 소지가 분명함에도 불구, 조 회장은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부단장으로 활동한 김석현 씨를 사무차장으로 데려왔다. 사무차장은 과거 없었던 직책이라는 점에서, 분명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여기에 법무실장 직책도 새로 생겼다. 전임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활동한 브라질 국적의 가마 코치와의 잔여 연봉 반환 소송을 맡고 있는 이중재 변호사가 이 자리에 왔다. 5월 2일부로 인사 발령이 났다.
사실 김주성 사무총장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 굳이 사무차장까지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 축구계의 주된 반응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조언들을 조 회장 주변에서는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조 회장은 결국 뜻을 관철했다. 별도 이사회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채 초 스피드로 인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조 회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실패한 행정은 몇몇 사례들을 통해 이미 잘 알려졌다. 축구협회 기물을 훔치려다 발각되고, 간부들의 법인카드 사용에서 비롯되는 포인트를 기프트카드로 환급해 발급받아 사적으로 유용하려던 회계 담당 직원을 징계하기는커녕, 거액의 특별 위로금까지 줘가며 조용히 사태를 무마시키다 세간에 알려져 조롱거리가 된 게 불과 두어 달 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진국 전 전무이사가 사퇴했고, 대한체육회로부터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뒤늦게 해당 직원을 종로경찰서에 고소하고 퇴직위로금 환수를 위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축구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김석현 씨의 사무차장 인선은 조 회장과 김주성 총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김석현 씨가 인천 구단을 성공적인 경영으로 이끈 것도 아니다.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인천 구단의 문제에서 분명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랬던 그가 축구협회 행정 부책임자로 나선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보직이 더욱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윗사람만 즐비한 비정상적인 역 피라미드 구조의 축구협회는 더 이상한 모습이 됐다. 정작 실무자를 뽑는 데는 인색했던 축구협회였다. 불확실한 신분을 가진 인턴 직원과 계약직 직원들이 최근까지도 즐비했다. 수년간 인턴 꼬리표를 달고 활동했던 직원이 정식으로 채용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미 축구계는 조 회장의 재선 캠프가 마련됐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낙하산’ ‘코드’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사 처리를 하면서 조 회장은 차기 선거를 위해 ‘자기 편’ 끌어 모으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비리 및 횡령 직원 사태가 터진 뒤 “남은 임기 동안 주어진 소임을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만 해도 조 회장은 임기를 마치고 깨끗이 물러날 것으로 비쳐졌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선다고 선언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축구협회 핵심 직원은 “인사 시점부터 이상하다. 굳이 필요 없는 보직을 지금 왜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런 행동이 가능할까”라며 어이없어했다.
조 회장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월급 받는’ 축구협회장이다. 임기 4년 중 3년 동안 2억 원이 상회하는 고액 연봉을 꼬박꼬박 받아왔다. 물론 월급 받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축구계가 회장을 명예직으로 본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상황은 조금은 애매모호하다. 사실 조 회장은 작년 10월 정기 이사회 때, 월급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임기 1년을 남기고 갑자기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더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다’는 측근들의 만류에 따라 ‘월급 문제’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조 회장의 재선 가능성은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 축구계 야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다만 확실한 점은 조 회장의 재선에 곱지 않은 입장을 보이는 인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몇몇 대의원들이 “내 이름을 거론해도 좋다. 조 회장을 지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조 회장에게 반발하는 세력이 꽤 있다.
조 회장을 지난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조차 조 회장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권 도전의 뜻을 밝힌 정 명예회장이 이미 내부적으로 축구협회장 차기 선거에 누굴 내보낼지 결정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다만 정 명예회장이 염두에 둔 인물들이 대개 ‘현대가’ 출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축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겸임 여부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하지만 큰 뜻을 품고 있는 정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조중연 체제가 달가울 리 없다. 또한 축구협회 현 수뇌부조차 조 회장에 등을 돌렸다는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렇듯 내부적으로도 삐걱거리지만 대외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유감스럽게도 조 회장 체제에서 한국 축구의 외교력은 추락을 거듭했다. 정 명예회장이 작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 앞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실패하면서 시작된 일이기는 했지만 조 회장이 한국 축구의 실리에 도움을 준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당장 K리그만 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4장에서 3.5장으로 줄어들었다.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작년 5월 희대의 승부조작 사태가 벌어졌을 때, 뒤로 숨기 바빴던 그들이었다. 어느 누구도 당당히 나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랬던 그들은 5월 말 스위스 베른에서 치를 스페인 원정 평가전 소식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최근에는 축구인들의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기술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채 무리하게 K리그 브라질 용병 에닝요(전북 현대)에 대한 특별귀화를 추진하다 국내 스포츠계 최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추천조차 받지 못했다. 체육회의 비추천 입장을 통보받자 단독으로 법무부에 따로 특별귀화 요청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이미 허술한 행정으로 망신살이 뻗친 이후였다. 조금만 불리하면 숨기거나 숨기 바쁘고, ‘괜찮다’ 싶으면 떠들썩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축구협회 집행부는 분명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