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멜론에 맞은 벌레왕국 ‘움찔’
그 다음 주 다시 벅스가 1위로 올라서고 멜론은 2위로 내려선 뒤 벅스는 1위를 지켜내고 있다. 그렇지만 1800만 명의 회원수를 가진 벅스에 480만 명의 회원을 가진 멜론이 일평균 방문자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멜론은 SK텔레콤 가입자를 중심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며 가입자를 늘리고 있고, 상장을 앞두고 있는 벅스는 음악 포털을 표방하며 유료회원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멜론은 KTF의 도시락, LG텔레콤의 뮤직온처럼 이동통신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음원 서비스이고 벅스는 인터넷 기반의 음악 사이트이다. 고객 기반이 서로 다르지만 이 둘이 경쟁관계가 된 것은 최근 MP3 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유료 음원 공급자들이 같은 시장에서 맞붙게 되었기 때문이다.
벅스는 멜론의 1위 등극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순간적으로 사용자 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이는 멜론이 1월 26일부터 2월 27일까지 한 달간 벌인 1개월 무료체험 페스티벌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멜론이 방문자 수로 1위를 할 때조차도 페이지뷰로는 벅스가 6만 595번, 멜론이 2만 9149번으로 벅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멜론측은 지난해 10월 벅스가 유료화되면서 많은 수의 이탈 고객이 멜론으로 유입된 것을 상승세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음악사이트 이용자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MP3파일은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인터넷 기반에서는 유료화에 어려움이 많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소리바다의 P2P 서비스가 중단된 뒤 올해 유료화로 재개되고, 또다른 P2P인 프루나(Pruna)에 대해서도 사용금지 소송이 제기되면서 MP3 이용자들이 인터넷 기반에서 이동통신 기반으로 대거 옮겨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벅스와 멜론의 음악제공 서비스는 거의 유사하다. 주로 스트리밍(streaming: 인터넷과 연결된 상태에서만 재생이 가능) 서비스가 강세인 벅스를 의식한 듯 멜론도 월 3천원의 정액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벅스도 유료화를 시행하면서 MP3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멜론(위)과 벅스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 ||
그러나 이 때문에 멜론은 한 달이 지난 뒤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프리클럽에서 다운받는 MP3파일은 유효기간이 한 달이다. 멜론은 프리클럽의 이용료로 월 4500원을 받고 있는데 1개월 무료사용 이벤트 가입자들로부터 한 달 뒤부터 요금을 징수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무료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들 중 130명이 자신도 모르게 요금이 과금되었다면서 SK텔레콤을 상대로 부당이익반환 및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3월 27일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유료화를 선언한 벅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벅스는 음악, 모바일, VOD, 게임의 4대 서비스를 중심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달 가수 이효리의 사이판 쇼케이스에 벅스전용기로 회원 300명을 참가시키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음악 다운로드 매출이 월 3000원 정액제인 스트리밍 매출을 넘어서고 있어 유료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멜론은 휴대전화기로 간단히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지만 호환성이 없는 반면 인터넷 기반인 벅스는 호환성을 내세우고 있다. 벅스의 경우 MP3파일의 DRM(디지털저작권관리)을 비교적 융통성 있게 적용하고 있고, 일부 음원에 대해서는 프리DRM(DRM 제한이 없는 것)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음질을 보강하기 위해 일반 MP3파일의 음질이 128Kbps보다 두 배 이상의 용량이 필요한 320Kbps로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음반사업자쪽에서 인수된 뒤 유료화 모델을 실행하고 있는 벅스는 전문음악사이트로는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이다. 이미 해외투자자로부터 200억 원, 연예인 등으로부터 100억 원 등 총 4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받을 계획을 세우고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벅스 대 멜론의 대결 구도는 기존 음반업계와 전방위 디지털 콘텐츠 확보전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한판 승부가 되고 있기도 하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