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책 꽂는 소리 요란
검색을 키워드로 시장 선점 싸움을 벌였던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간의 경쟁이 도서검색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각기 유력한 서점업체와 결합, 확전을 꾀하고 있다. 기존 서점 출판업계 판도에도 점차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네이버가 2004년 7월 도서검색을 시작한 엠파스가 2005년 10월 서비스를 개시했고, 다음(Daum)은 오는 6월 개시할 예정이어서 3파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다음은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와 제휴를 맺고 도서검색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2년 가까이 도서검색서비스 분야에서 독주를 계속하던 네이버는 다음의 발표 직후인 23일 국내 최다 서적 보유 도서관인 국회도서관과 제휴를 맺었다는 발표를 잇따라 내놓았다. 다음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보이지만 네이버는 “이미 준비해 왔던 것을 시기가 돼서 발표한 것일 뿐”이라며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처음 도서검색 서비스가 출시될 때만 해도 본문검색을 위한 것보다는 가격비교를 통해 도서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당시 네이버는 예스24, 리브로, 알라딘, 인터파크 등의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와 가격정보 위주로 정보를 제공했다.
당시 네이버는 도서검색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제공보다는 지식인(지식-in)을 통한 사용자 생산 콘텐츠 검색에 집중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네티즌이 지식인을 이용하다 보니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단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지식들이 많아진 데다 깊이 있는 전문지식보다는 단편적인 내용에 치우쳤다는 평이다. 네이버의 경우 LG경제연구원, 한국전산원, 문화관광부 문화포털, 코트라 등 전문기관과 제휴를 맺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정보를 네이버 지식검색을 통해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콘텐츠의 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트렌드에 민감한 포털 업체들로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 기존 이용자들을 계속 잡아 둘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포털들은 동영상 검색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하는 등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의 도서검색 서비스는 기존의 불충분했던 도서검색을 발전시켜 검색기능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전자책이 인기를 끌면서 종이책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전자책 업계와 포털이 자연스럽게 제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 가지 이유. ‘펼쳐보는 책’에서 ‘스크롤하는 책’으로 점차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는 책을 사면 북토피아의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예스24의 매출 중 네이버를 통한 판매가 전체의 10%에 육박할 정도다.
네이버는 전자책업체인 북토피아와 제휴해 500만 권의 도서정보와 6만 권에 대한 본문검색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이용자는 도서에 대한 목차 및 책 전체분량의 10%를 직접 읽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10만 권으로 확대하고 매년 5만 권을 추가할 예정이다.
포털로는 두 번째로 본문검색을 제공하는 있는 엠파스는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알라딘과 제휴를 맺고 총 150만여 권에 달하는 도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업체인 바로북과 제휴해 1만 3684권의 본문검색 서비스를, 네오넷코리아와 제휴해 930권의 요약본 검색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도서검색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에 비해 검색기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다음으로서는 도서검색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다음은 교보문고가 확보하고 있는 315만 종의 도서검색 외에 올해 5만 권에 대한 내용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매년 2만 권 이상의 내용검색을 추가할 예정이다. 양으로 볼 때는 네이버의 2분의 1 수준이지만 책에 포함된 이미지 및 도표 등을 그대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해 가독성을 높였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음의 발표 직후 네이버는 국회도서관과의 제휴를 발표해 기선 제압에 나섰다. 국회도서관의 120만 권에 달하는 서지정보와 디지털화된 원문 6000여 권에 대해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도서관의 경우 이미 서지정보가 전산화된 지 오래이고 자체 사이트에서 이를 제공해왔으나 포털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네이버 측은 “국회도서관과는 독점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포털과도 얼마든지 제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다음은 교보문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3만 5300주를 주당 15만 원씩 총 53억 원을 들여 인수해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교보문고 측은 “이번 제휴를 통해 온라인 상 유통채널을 확대함과 동시에 다음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해 종이책의 매출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교보문고는 다음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라인 책방에서도 최다 매출왕 자리 등극을 노리게 됐다.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최대 최강의 책방이지만 온라인에선 선발업체인 예스24의 기세에 눌려왔었다. 하지만 이번 다음과의 제휴로 더 많은 네티즌들을 상대로 인터넷 교보문고의 서비스를 선보일 기회를 잡은 셈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종이책시장 규모는 2004년 97%에 이르지만 2010년에는 88%로 줄어들고, 종이책 유통의 경우 온라인 판매 비중이 현재 20%에서 2010년에는 3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따라서 서점 업계로서도 디지털화라는 일대 변화의 물결에 대처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공룡까지 뛰어든 인터넷을 통한 책유통 시대의 패권 향방이 주목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