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내가 10살이나 언닌데 이자벨만 스위트룸”
▲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다른 나라에서> 팀. 왼쪽부터 윤여정, 유준상, 이자벨 위페르, 홍상수 감독, 문소리. |
▲ <돈의 맛> 배우들. 왼쪽부터 김강우, 김효진, 윤여정, 백윤식. |
통상 경쟁 부문 진출자들은 영화제 집행부가 준비한 특급 호텔인 마르티네즈, 그레이 다비뇽, 칼튼 호텔 등 3곳 중 1곳에 묵는다.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이 가운데 그레이 다비뇽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먼저 상영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공식 행사에도 참여했던 윤여정은 며칠 전 칼튼 호텔에서 그레이 다비뇽으로 숙소를 옮겼다. <다른 나라에서> 팀에게는 칼튼 호텔이 숙소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이자벨 위페르와 윤여정 유준상 문소리 등이 같은 등급의 방을 쓴 건 아니다. 이자벨 위페르는 칼튼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었지만 다른 배우들은 같은 호텔의 일반 객실에서 잠을 청했다.
윤여정은 “2년 전 <하녀>로 왔을 때는 마르티네즈 호텔에서 묵으며 우디 앨런, 알랭 드롱 등도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자벨 위페르에게만 스위트룸을 줬더라. 내가 이자벨보다 열 살이나 많은데”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은 2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한국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경쟁부문에 올라 어느 해보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 중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이자 <시>의 여주인공인 윤정희는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여우주연상은 영화 <서티파이드 카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에게 돌아갔다. 당시 비노쉬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에 등장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의 수상은 일찍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또한 그는 다른 경쟁 부문 진출작의 여타 배우들과 달리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줄리엣 비노쉬뿐만 아니라 이자벨 위페르는 프랑스에서 ‘국민 배우’로 손꼽힌다. 그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남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 배정에 대한 애교 섞인 불만을 토로했지만 윤여정 역시 칸의 부름을 받은 모든 배우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영화 섹션에 따라 호텔 급수도 분명 다르다”고 운을 뗀 윤여정은 “어떤 베트남 여자 배우였던 것 같다. 내게 오더니 TV에서 봤는데 사진 찍을 수 있느냐고 묻더라. 몇 십 년 전의 내 모습 같았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며 “우리나라의 국력이 세져서 좋다”고 눙쳤다.
▲ 칸에 출품된 한국영화 <다른 나라에서>(왼쪽)와 <돈의 맛> 홍보 포스터. |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영화 <트리 오프 라이트>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던 할리우드 명배우 브래드 피트는 올해는 <킬링 뎀 소프틀리>를 들고 또 다시 프랑스로 왔다. 그를 보기 위해 칸을 찾은 관광객이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래드 피트에게도 스위트룸이 배정됐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부호인 브래드 피트는 굳이 집행위원회가 제공한 호텔에 묵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호화 크루즈를 타고 칸을 찾았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배의 가격이 수백억 원에 육박한다고 하더라. 개인 크루즈에서 묵으면 취재진에게 시달리는 일도 없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유명 배우들은 종종 크루즈를 타고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유명인들을 가리켜 ‘얼굴이 명함’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자국에서는 유명한 영화인일지라도 ‘별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이나 외신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때문에 감독이나 배우들 역시 출입증을 만들고 행사에 참여할 때는 항시 지참해야 한다.
▲ 배우들의 출입증 바탕색은 블랙으로 통일돼 있다. |
배우들이 출입증을 직접 목에 거는 일은 드물다. 언제든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길 수 있기 때문에 행사 복장에 흠이 될 수 있는 출입증은 통상 수행하는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가 갖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측은 “배우들 역시 신분 확인 차원을 위해 출입증을 만든다. 행사장에 들어갈 때는 주변 스태프가 가지고 있다가 경호원이 확인을 요구하면 보여 준다”고 말했다.
보는 눈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유명 배우와 감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돈의 맛>의 배우들 역시 이런 이점을 활용해 칸을 즐기고 있다. 김효진은 “저녁 때 거리를 돌아다녔다. 정말 오랜만에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닌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오랜만에 만끽한 셈이다.
프랑스 칸=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