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검증부대 벌써 ‘한건’
▲ 지난 5월 30일 부산대학교에서 안철수 원장이 강연을 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최근 정치권에선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한 사정기관이 안 원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을 접촉했다는 소문이 불거진 것이다. <일요신문>이 해당 사정기관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사실 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내용을 안 원장 측도 듣고 자체적으로 확인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는 안 원장이 대권 레이스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질 네거티브 공세에 대비, 나름대로의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대선주자로 부각된 후 안 원장과 관련된 온갖 얘기가 돌아다니더라. 대부분 허무맹랑한 것이 많았지만 대처가 부족했다는 반성도 했다. 안 원장 역시 네거티브 대응을 맡아 줄 인사들을 꾸준히 섭외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부산대학교에서 있었던 안철수 원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학생 3000여 명이 운집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이러한 유 전 관장의 이력 때문에 안 원장이 김근태계, 친노계, 박원순계 등 야권 전체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 캠프를 꾸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유민영 인사’만으로 온갖 정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상징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툭툭 던져 설왕설래를 낳았던 안철수식 정치의 연장선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특히 유 전 관장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의 주류로 떠오른 친노와 안 원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관장은 “안 원장 개인의 언론담당 창구일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학계에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문정인(정치외교학)·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치학),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이 ‘안철수 싱크탱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안 원장이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을 폭넓게 만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머드 급’으로 꾸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한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와 사외이사인 윤연수 변호사, 권석균 한국외대 교수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밖에 청춘콘서트를 주최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홍신 씨,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방송인 김제동 씨, 배우 김여진 씨, 소설가 이외수 씨 등도 안 원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부산대 강연’은 장외 대선 출정식?
‘○○은 무섭지 않다, 단지 힘들 뿐’
지난 5월 30일,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을 듣기 위한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체육관에 마련된 2800여 석은 강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득 찬 상태였다. 늦게 온 학생 상당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자석 주변에 있던 한 남학생은 “3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며 “수업 이외 외부 강연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학내 방송국과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부산대학교방송국의 한 국원은 “보통 동시접속자 수가 3000명 이상이면 과부하가 걸리는데 학내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은 처음이었다”며 얼떨떨해 했다.
두 달 만에 재개된 안 원장의 공식 스케줄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한 매체에서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인 6시께 강연 후기를 노출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기자들은 “이번 강연이 19대 국회 개원일에 맞춰, 고향인 부산에서 성사된 만큼 대선 출마에 관한 구체적 발언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안 원장의 강연 내용을 접한 많은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열린, ‘장외 출정식’이라는 느낌까지 받았다”라며 이전의 강연에 비해 진일보된 ‘정치 이벤트’에 주목했다. 안 원장은 지난 4월 총선 전에 가진 경북대학교 강연에서 정치 참여 관련 질문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이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니 마칠 때가 된 것 같다”며 극도로 조심했던 것과 달리 이번 부산대 강연에서는 정치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뚜렷이 밝혔다.
오후 7시 10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연에서 안 원장은 “모든 국민들이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 정의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런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 정치권에서 각자 정책을 놓고 싸우고 그 싸움의 결과로 합의를 이룬다면 이는 좋은 싸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을 보면 권력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지를 갖고 싸우고 있다. 이런 싸움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민에게 필요한 ‘복지 정의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대학원생은 이에 대해 “고용과 연계한 복지, 공정한 룰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은 안 원장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통일을 통해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부분은 다른 강연에서 듣지 못한 새로운 키워드였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 전반에 관한 드래프트(초안)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원장이 이번 강연에서 처음으로 평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안보와 남북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향후 대선 정국에서의 안보논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평화’의 화두는 안 원장이 정치영역으로 한 발짝 더 옮겨간 결정적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인 통합진보당 사태에도 의견을 개진했는데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것 같다. 또 진보 정당에서 공유되고 있는 인권 평화와 같은 가치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안 원장 측이 온라인과 SNS 여론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했던 ‘빨갱이는 없다’는 발언을 두고 보수 세력의 비난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의식하고 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이날 강연에서도 링 주위만 맴돌며 여전히 정치참여에 대해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여론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안 원장의 대권 도전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대권도전 선언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져 서울대 1학기 강의가 끝나는 6월 말이나 7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 안 원장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는 심리학과 학생의 마지막 질문에 관해 “제가 의사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분야인 백신 회사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감한 도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도전한 기억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출현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공부했고 나머지 시간은 원래의 일을 열심히 했다. (중략)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단지 힘들 뿐이다”라는 답으로 강연을 끝마쳤다. 이를 두고 “대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하는 대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은 무섭지 않다, 단지 힘들 뿐’
지난 5월 30일,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을 듣기 위한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체육관에 마련된 2800여 석은 강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득 찬 상태였다. 늦게 온 학생 상당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자석 주변에 있던 한 남학생은 “3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며 “수업 이외 외부 강연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학내 방송국과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부산대학교방송국의 한 국원은 “보통 동시접속자 수가 3000명 이상이면 과부하가 걸리는데 학내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은 처음이었다”며 얼떨떨해 했다.
두 달 만에 재개된 안 원장의 공식 스케줄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한 매체에서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인 6시께 강연 후기를 노출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기자들은 “이번 강연이 19대 국회 개원일에 맞춰, 고향인 부산에서 성사된 만큼 대선 출마에 관한 구체적 발언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안 원장의 강연 내용을 접한 많은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열린, ‘장외 출정식’이라는 느낌까지 받았다”라며 이전의 강연에 비해 진일보된 ‘정치 이벤트’에 주목했다. 안 원장은 지난 4월 총선 전에 가진 경북대학교 강연에서 정치 참여 관련 질문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이 질문이 나오는 것을 보니 마칠 때가 된 것 같다”며 극도로 조심했던 것과 달리 이번 부산대 강연에서는 정치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뚜렷이 밝혔다.
오후 7시 10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연에서 안 원장은 “모든 국민들이 행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 정의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런 가치들을 이루기 위해 정치권에서 각자 정책을 놓고 싸우고 그 싸움의 결과로 합의를 이룬다면 이는 좋은 싸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을 보면 권력쟁취를 목적으로 상대방이 얼마나 나쁜지를 갖고 싸우고 있다. 이런 싸움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민에게 필요한 ‘복지 정의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대학원생은 이에 대해 “고용과 연계한 복지, 공정한 룰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은 안 원장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통일을 통해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부분은 다른 강연에서 듣지 못한 새로운 키워드였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 전반에 관한 드래프트(초안)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특히 안 원장이 이번 강연에서 처음으로 평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안보와 남북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향후 대선 정국에서의 안보논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평화’의 화두는 안 원장이 정치영역으로 한 발짝 더 옮겨간 결정적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인 통합진보당 사태에도 의견을 개진했는데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한 것 같다. 또 진보 정당에서 공유되고 있는 인권 평화와 같은 가치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안 원장 측이 온라인과 SNS 여론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했던 ‘빨갱이는 없다’는 발언을 두고 보수 세력의 비난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의식하고 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런데 안 원장이 이날 강연에서도 링 주위만 맴돌며 여전히 정치참여에 대해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여론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안 원장의 대권 도전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대권도전 선언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져 서울대 1학기 강의가 끝나는 6월 말이나 7월 초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 안 원장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는 심리학과 학생의 마지막 질문에 관해 “제가 의사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분야인 백신 회사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감한 도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도전한 기억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출현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공부했고 나머지 시간은 원래의 일을 열심히 했다. (중략)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다. 단지 힘들 뿐이다”라는 답으로 강연을 끝마쳤다. 이를 두고 “대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하는 대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