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 직접 꿰매 입거나 사제 물품 구입…육군 측 “계약 업체의 원단 수급 제한 등으로 지연”
'일요신문i' 취재 결과, 국내 일부 육군 항공부대 헬기조종사들이 최근 2년간 비행복을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항공부대 관계자는 “(우리) 부대 헬기조종사가 약 40명”이라며 “이들 모두 2021년과 2022년 비행복을 주문했지만 받지 못 해 찢어지고 해진 비행복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육군 항공부대 헬기조종사의 비행복은 점프슈트 스타일의 원피스 비행복과 상하의가 나눠진 투피스 비행복이 있다. 헬기 탑승 시 비행복 착용은 필수다. 헬기 운용을 통해 아군의 물자를 신속하게 수송하고, 적군을 격멸하는 임무를 맡은 헬기조종사에게 비행복은 전투복인 셈이다. 2021년부터 비행복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군인들이 전투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도 못 한 채 훈련하고 전투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일부 항공부대에 비행복 보급이 지연되고 있는 건 맞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 계약 업체의 원단 수급 제한, 조달 담당 기관의 변경 등으로 비행복이 지연 납품됐고, 이 기간 일부 인원의 전출 등으로 배송 주소가 변경돼 현재 추가 조치를 진행 중”이고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헬기조종사 비행복은 개인별 치수에 맞춰 보급된다. 매년 3월 육군의 각 항공부대 헬기조종사들은 국방부 인트라넷 피복쇼핑몰에 접속, 자신의 키·몸무게·가슴둘레 등 개인별 치수를 입력해 비행복을 주문하면 현품으로 보급된다.
비행복 지급이 2년간 지연되면서 헬기조종사들은 자체적으로 비행복을 수선해가며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헬기조종사 A 씨는 “우리 부대원 중 비행복 가랑이가 안 터진 사람이 없고, 나도 비행복 가랑이가 찢어져 꿰매 입었다”며 “다른 지역 (항공)부대 동기 헬기조종사들도 ‘2년간 비행복을 받지 못 해 해진 채로 입고 훈련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행복 코스프레 의상이라도 주문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비행복을 받지 못 해 자비를 들여 사제 물품 구매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헬기조종사 B 씨는 “우리 부대 장교가 비행복 지급이 안 돼서 자비로 18만 원짜리 원피스(점프슈트 스타일의 비행복)를 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비행복 보급 지연 이유조차 알리지 않아 헬기조종사들은 답답해하면서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A 씨는 “부대 실무자로 있던 군무원에게 ‘비행복 주문했는데 왜 보급되지 않느냐’고 묻자 ‘문제가 있다’고만 답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또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며 “비행복 보급 지연 이유라도 정확히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육군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베이스 보완, 간부 피복쇼핑몰 체계 개선, 조달청 및 관련 기관과 협업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계획된 일정에 따라 항공피복 보급이 진행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