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몽구, 몽근, 몽헌, 몽준 형제. | ||
정몽준 의원(MJ)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정몽구 현대차 회장(MK)과 정몽헌 현대아산 의장(MH) 등 형제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는 MJ가 대권에 도전함에 따라 ‘현대’ 일가가 10여 년 만에 또다시 정치판에 끌려나와 온 시선이 현대가로 쏠리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이유 때문인지 MK는 지난달에만 두 차례 출국을 하는 한편 각종 재계 모임에 일체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으며, MH 역시 한달반 전에 출국해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MH는 지난 4월과 비교해볼 때 전체 주식 평가액이 총 2백68억원에서 1백9억원으로 60% 이상이 줄었으며, MK 역시 7천8백13억원에서 4천9백69억원으로 36.4% 이상이 줄었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 현상이 두드러진다해도 유독 현대가 형제들의 손해가 큰 편이다.
이중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던 사람은 MJ 바로 윗형인 MH.
MH는 실제로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경영복귀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는 지난 2000년 3월경 왕자의 난 이후 무려 2년6개월 만의 컴백. 지난 9월에는 MH계열사의 경영체제 역시 사실상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대목에서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지원설’이라는 핫이슈가 터졌고, 지난 9월15일경 일본, 미국 등지에 대북사업 관련 투자유치를 떠났던 MH는 현재 한 달이 넘도록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불과 세 달전 상황과 정반대로 MH의 경영복귀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
이같이 직접적인 타격이 아닐지라도 MJ의 맏형 MK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MK에게는 ‘세계박람회’ 유치라는 굵직한 업무가 맡겨져 있어, 현대차 관계자들이 말하듯 “세계박람회 유치차원에서 해외 출장이 잦다”는 주장이 일견 설득력있어 보인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MK는 지난 9월19~21일까지 2박3일 동안 ‘투자 유치 활동’을 이유로 일본을 방문, 한국 최대 명절인 추석기간에조차 형제들과 얼굴을 마주대하지 않았다.
또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0월10일에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순방한 후 12일에 귀국했으며, 이로부터 10일 뒤인 지난 22일에는 1주일 일정으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을 방문했다. 특히 이 방문은 세계박람회 유치보다는 인도 현지법인을 방문하고, 또 서남아시아, 유럽시장 수출을 위한 전략회의가 일정이 잡혀있어, 굳이 이 시점에서 방문할 필요는 딱히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 동생 MJ의 출마로 두 형인 MK와 MH가 속앓이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