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조력자’…이주 여성에 ‘사랑’ 전하다”
- '퍼시먼트리' 카페, 드립백 1% 이주 여성 기부 '눈길'
- 스마트방석, 허리교정 벨트로, 백팩 등 바른 자세교정을 위한 제품 개발도 착착 진행
이가현 ㈜성우디앤피 대표이사는 전 한국장애인촉진공단 강사, 전 성우기획 대표, 현 DGIEA 정회원·대구중소상공 협의회 재무차장을 역임하고 있다. 특히 20년 전부터 한국에서 거주하는 또 다른 이웃인 이주여성과 격무에 시달리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다. 다문화자녀들이 학령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점에서도 이들을 위한 인권과 복지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일요신문] "살면서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다 갚아야 할 것들이죠.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면서 늘 뒤에서 도와드리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
이가현 ㈜성우디앤피 대표이사는 스스로 '봉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는 이같이 말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이주 여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를 살펴주며 함께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요신문'이 이가현 대표를 대구 중구 '퍼시먼트리(Persimmon Tree)' 카페에서 만나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퍼시먼트리'는 이 대표의 관심과 배려로 만들어진 곳으로, 비건(Vegan) 루왁 커피, 수제 감쿠키, 드립백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 봉사, 인생의 터닝포인트…해외 라오스부터 국내 노화도까지
20대 이가현씨는 편집과 디자인에 몰두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수준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글자 포인트, 구도, 배치, 색감 등을 수십차례 수정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모든 피드백을 받아들여 콘텐츠에 반영해야 하는 이른바 '노가다 고객서비스'인 것이다. 한때는 언론사 편집국 일을 하며 교정도 함께해 격무에 시달리기도 했다.
"디자인은 클레임이 있는 수정 업무라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6~7년 간 밤새 일을 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나 잘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했었죠.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서 시작한 것이 '봉사' 였어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밥과 반찬도 해 드리고, 빨래도 해 드리고. 꼭 봉사하는 것이 무엇을 해 드린다 기보단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저에게도 기쁨으로 다가오면서 '내가 정말 행복한 자리에 있구나. 모든 것은 감사구나. 이렇게 내가 사회에 빛 되게 쓰임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존재감도 다시 채워졌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2015년부터 대구경북국제교류협의회(DGIEA·Daegu Gyeongbuk International Exchange Association)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계명대에서 주관한 첫 해외 봉사로 라오스에 간 그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주했다. 이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안경광학 교수들과 함께 봉사팀을 꾸려 해외 봉사를 나갔다. 국내에선 해남에서 배 타고 40분이 걸리는 노화도까지 가서 봉사를 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해 해남까지 가서 다시 배 타고 들어가는 데 우선 가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리죠. 사실 교수님들이야 전문가들이시니 어르신에게 물리치료를 해 주시고, 시력 체크를 해 주실 수 있지만 저는 그냥 보조로 스텝 역할이었어요. 어르신 다치시지 않도록 질서정연하게 줄 세우고, 안경도 나눠드리고, 학교에 방문해 학용품을 나눠줬어요. 제가 봉사자의 한 일원으로서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인 거죠. 봉사는 주러 가는 것인데 얻어오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녀의 디자이너의 실력은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한국장애인촉진공단을 통해 장애인직업학교에 외부 강사로 초빙돼 현직 디자인 강사로서 장애인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친 것이다. 일과 병행하며 일주일에 2차례 시간을 빼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더욱 철저히 자기의 몸과 마음 관리를 하게 됐다고 한다.
"2018년쯤 이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직업학교에서 외부 강사로 저를 불러 주셨어요. 1학기를 맡아서 디자인 강의를 한 거죠. 일주일에 2번, 한번 강의에 2~3시간 정도를 했는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마침 그해 8월 기능경기대회가 있어서 그것도 같이 준비하다 보니 잠도 못 잘 때가 많았죠. 하지만 대회에서 우리 팀이 금상과 동상을 탄 거예요. 일반인이 아니라 몸이 조금 불편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편집디자인·그래픽스운영기능자격증을 따는 것은 물론, 대회에서 상까지 휩쓸었으니 그게 얼마나 뿌듯한지..."
― ㈜성우디앤피, '성우체어' 출시 눈 앞…몸 불편한 이웃 위한 '스마트 교정 의자'
올해 이가현 ㈜성우디앤피 대표이사는 대구지역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며 더 큰 도약을 하게 됐다. 분야는 '자세교정'이다. 등이 굽은 어르신과 장애인 등 유질환자의 보조장치와 신규 제품 개발해 보급한다. 청소년들의 자세 교정은 물론 기업체 근로자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전망도 좋다.
"최종 목표는 사회 약자분들 중에서 자세 질환자의 건강한 삶과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또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지역사회에 '건강'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사업설명회에 PT를 야심 차게 준비해 갔고, 최종 선발된 28개 업체 중에서 5등을 했어요(웃음)."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성우체어(가칭 SW체어)'는 앉을 시 둔부와 허벅지를 받쳐주는 좌판과 허리·척추를 편안하게 감싸는 등판부, 무릎 받침부로 구성돼 현재 70% 공정률로 시제품이 제작 중이다. 내년 말에 출시될 의자용 센싱모듈을 탑재한 '성우 스마트 센싱 체어'도 주목할 만하다. 체중 감지에 따른 각도, 위치, 강도 등을 객관적 수치로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는 자세 교정이 가능한 의자다. 앱(APP)과 연동해 자세 모니터링, 압력측정 센서, 올바른 자세 유도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확대 개발이 가능하다. 이 밖에 스마트방석, 허리교정 벨트로, 백팩 등 바른 자세교정을 위한 제품 개발도 착착 진행 중이다.
자세교정에 대한 교육도 한다. 장애인시설, 복지센터, 노인회관, 기업체 등 현장을 다니며 올바른 자세를 통한 건강을 지역사회에 전한다. 특히 반복 작업을 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체험관과 교육관도 마련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교육받게끔 자체·외부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민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올해 9월 DGIEA, 로타리클럽, 대구중소상공인협의회와 협약(MOU) 체결도 앞두고 있다. 효사랑요양병원 등 요양·정형외과·한방·재활병원과도 접촉 중이다. 지역사회의 공헌은 물론 국내 시장의 안정성 그리고 수출지향적인 산업인 점에서 2026년 이후부턴 채용 20명, 10만 불 이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뚫기 쉽지 않은 사회적기업에서 5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주 여성분들을 채용할 거예요. 취약계층 중에서도 제일 힘든 분들이시거든요.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 가운데서도 타국에 와서 아이를 낳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현실은 너무 차갑죠. 우리가 기피하는 힘든 일들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과거에 우리나라가 보릿고개 시절 독일이나 해외로 파견돼 일하던 간호사들이 생각나요.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자동으로 봉사와 수익 창출로 연계되겠죠. 여기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도 이주 여성분이세요. 정말 성심성의껏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사해요."
- '퍼시먼트리(Persimmon Tree)' 카페, 드립백 1% 수익은 이주여성에게
'퍼시먼트리(Persimmon Tree, 중구 봉산문화2길 40)' 카페 역시 이 대표의 관심과 배려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 곳에서는 비건(Vegan) 루왁 커피, 수제 감쿠키, 드립백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작은 나눔의 공간으로 쓰여지고 싶어서 카페를 열게 됐어요. 우선 커피는 비건 루왁이예요. 기존의 루왁은 사향고양이에게서 나오는 비싼 커피죠. 하지만 그것은 동물 학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커피를 발효해서 루왁의 맛을 재현해 싱글 원두로 만들었어요. 대구에선 아마 최초일 거예요. 여기 드립백 1개당 1%씩 이주여성자립센터에 기부로 들어갑니다. 사람도 동물도 다 같은 자연이잖아요. 당연히 존중해주고 지켜줘야 할 존재라고 생각해요."
감나무에 영감을 받아 메뉴를 개발된 퍼스먼트리 쿠키는 선착순으로만 먹을 수 있다. 감말랭이 속에 치즈가 가득 들어간 쿠키에 그래놀라, 호두 등이 흩뿌려 손이 많이 가는 인기 메뉴다. 수요는 많은 데 공급에는 시간상 한계가 있어 늘 물량이 모자란다고 한다.
"저기 벽에 걸려있는 그림과 드립백의 그림들은 임수은 계명문화대 네일아트뷰티학과장님의 작품이에요. 최근 개인전 '겉옷(Outer)' 전시를 한 그림들이 이곳에 왔어요. 검은 피부를 가진 여성들의 당당함이 묻어나는 그림은 이주여성에게도 희망으로 전해질 거라 믿어요. 나중에 카페에서 물품나눔도 하고 바자회도 하고 그림전, 굿즈, 엽서, 액자 등 많은 콘텐츠를 선보일 겁니다. 발생한 수익은 당연히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회에 환원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이 제 삶의 행복이니까요."
한편 이가현 ㈜성우디앤피 대표이사는 전 한국장애인촉진공단 강사, 전 성우기획 대표, 현 DGIEA 정회원·대구중소상공 협의회 재무차장을 역임하고 있다. 특히 20년 전부터 한국에서 거주하는 또 다른 이웃인 이주여성과 격무에 시달리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다. 다문화자녀들이 학령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점에서도 이들을 위한 인권과 복지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