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서 찰칵…당신, 딱 걸렸어!
▲ 박기량.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 김연정.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 ‘두산의 여신’으로 불리는 치어리더 임아름 씨.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으로 부상한 롯데 자이언츠의 치어리더팀 팀장 박기량 씨는 ‘롯데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의 여신은 스테이지 위에서 빼어난 미모와 화려한 안무로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지만 실제 박 씨는 데뷔 이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차분한 여고생이었다고 한다.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고2 때 길거리에서 응원단 언니의 눈에 띄어 픽업됐습니다. 제가 키가 큰 편(176㎝)이라 눈에 잘 띄는 편이었거든요. 처음엔 거절했다가 그 언니를 세 번이나 마주친 거예요. 인연이다 싶어 찾아갔는데 마침 응원단 대표님과 우리 아버지가 아시는 사이더라고요.”
박 씨는 그렇게 치어리더의 세계에 입문했고 원주 동부와 창원 LG 등 농구판을 거쳐 야구장까지 진출하며 경력 6년차의 베테랑 등급에 올라섰다. 야구를 맡은 지는 4년이 됐다는 박 씨는 이제 어엿한 롯데 치어리더팀의 팀장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보였다.
“롯데 치어리더팀 팀장으로서 올 시즌 ‘롯데 응원단이 최고다, 제일 예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우리 치어리더팀 평균 신장이 173㎝거든요. 성실하게 노력하고 열심히 응원하다보면 최고의 치어팀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최근 몇몇 보도와 네티즌들의 지적으로 도마에 오른 선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팀장다운 대답을 내놨다.
“노출이 심한 의상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한 달에 두 번 스페셜 스테이지를 펼치거든요. 이게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를 따라하는 건데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의상을 연예인들이 소화하는 복장으로 입어 문제가 됐다고 봐요. 그래서 주말 경기에 하던 걸 평일 목요일, 금요일로 옮겼어요. 주말에 가족들끼리 관람 오시는 야구팬들을 배려한 조치예요. 우리도 과감한 노출은 조심하고 있어요. 하지만 스페셜 스테이지가 롯데 치어팀만의 특징이고 자부심인 만큼 선정적으로 보시기보다 응원의 한 문화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고2 때 울산 모비스 농구팀 치어리더 소속사 언니가 저를 캐스팅하셨어요. 그 때는 잠깐 도와주는 아르바이트 정도였는데 그 다음해 겨울 시즌 LG 세이커스 농구팀 치어리더로 본격적으로 나섰죠. 아시는 대로 2009년에는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팀에 있다가 올해부터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외향적이고 활발할 것 같은 김 씨도 치어리더 활동 이전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여고생이었다고 한다. 스테이지 위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김 씨만 기억하는 야구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다.
“제가 여중·여고를 나와서 아는 남자도 없어요. 그냥 조용한 편이었는데 키가 조금 큰 편이었어요. 고2 때 키가 168~169㎝ 정도 됐는데 치어리더 활동하면서 더 커 이제는 171㎝예요. 아마 키 때문에 캐스팅된 거 아닐까 싶어요. 저를 전지현 씨와 비교해 주시는데 너무 과분하고 영광이에요.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우상처럼 생각하던 분이거든요. 관심 가져주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감사하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치어리더는 야구장의 비타민, 야구장의 활력소라고 풀어내는 김 씨.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고 앞으로는 경성대 전지현보다 ‘롯데의 김연정’으로 불러달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지난 6월 5일 잠실 야구장에서 홈팀인 두산 베어스의 치어리더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고등학교 2학년 때에요. 선배 언니가 추천해서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삼성 썬더스 등 농구 쪽으로 시작했고 두산 베어스 치어팀 활동을 하게 된 건 4년 전부터예요. 사실 농구단 치어리더를 하다가 잠시 2년쯤 쉬기도 했어요. 하지만 계속 생각이 났고 하고 싶어서 결국 두산 베어스로 치어리더 컴백을 한 거죠.”
스테이지 위에서의 정열적인 모습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대면한 임 씨는 굉장히 차분하고 조용해 보였다.
“고등학교 때 제가 이렇게 스테이지에서 춤을 출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사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고 평소에 말 수도 적은 편이거든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임 씨와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팬들이 상당수였다. 임 씨에게 높아진 관심과 인기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부담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래도 절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팬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데 화장을 하고 있으니까 알아보시고 사진 촬영 부탁하거나 이름 외치시거나 이런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께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늘씬한 몸매로 스테이지를 누비는 임 씨의 몸매관리 비법은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였다.
“특별히 몸매관리는 하지 않아요. 단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경기 끝나면 야식도 챙겨먹는 편이고요.”
롯데의 박기량 팀장, 김연정 씨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박 팀장은 스스로를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했고 김 씨는 ‘식단조절만 조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반 여성들이 들으면 굉장히 부러워할 체질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임 씨의 조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연습도 많이 하고 스테이지에서도 계속 움직이니까 힘이 많이 들거든요. 어지간한 운동보다 힘드니까 절로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야구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치어리더라는 임 씨는 올해 700만 명이 아닌 1000만 관중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내도록 돕는 게 치어리더기도 하지만 그녀한테는 관중이 늘어나는 것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박찬호, 김병현, 이승엽, 김태균 선수가 복귀하면서 관중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3루 쪽 원정팀에 한화나 삼성, 넥센이 오면 관중이 이전과 다르게 꽉꽉 들어차는 걸 확인할 수 있거든요. 아마 1000만 관중이 돌파되면 전광판에 딱 뜰 것 같아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치어팀도 더욱 분발할 겁니다.”
치어리더가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남몰래 겪는 어려움도 있다. 제일 큰 것은 인터넷 상에 달리는 악플이다. 롯데 여신 박기량 씨는 처음에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에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사진이나 기사 아래 달리는 악플들로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 넥센의 배트걸 민수진 씨 역시 자신이 나온 사진이나 기사 아래 달린 악플에 상처를 받기도 했단다. 관심의 표현을 넘어서는 악의적 댓글에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 외에 두산 임아름 씨는 치어리더 몰카 촬영 치한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한 남성이 치어리더들이 서는 스테이지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것이 발각되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사연이었다. 야구를 좋아하고 그래서 무대에 오른 치어리더들한테는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이렇듯 크고 작은 마음 고생을 안고 무대에 오르는 치어리더들은 오늘도 소속팀의 승리와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율동으로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김민식 인턴기자
▲ 신소정과 민수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신소정 “면접 봐달라 무작정 요청”
야구장을 찾는 재미가 두 배가 됐다. 바로 배트걸의 등장이다. 헬멧을 눌러쓴 청순한 외모에 야구팬들의 마음도 설레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배트걸은 롯데 신소정 씨와 넥센 민수진 씨다.
신 씨와 민 씨는 각각 22세와 21세로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똑같다. 또 두 사람 모두 이번 시즌부터 각각 롯데와 넥센에서 배트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만에 빼어난 미모로 사진기자들과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데뷔는 달랐다. 넥센 배트걸 민수진 씨는 대학 교수의 권유로 배트걸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평소 활달하고 친근감 있는 성격을 눈여겨본 담당 교수가 민 씨에게 배트걸 지원을 추천한 것이다. 이후 민 씨는 면접 등 채용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넥센의 배트걸이 됐다. 반면 롯데 배트걸 신수정 씨는 입지전적 ‘개척자’ 스타일이다. 타 구단 배트걸 활동을 보면서 ‘나도 저만큼 할 수 있는데’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신 씨는 여기서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약간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무작정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전화를 했다. 그렇게 없던 면접을 만들어냈고 이에 당당히 합격한 당찬 배트걸이다.
야구를 접한 계기도 달랐다. 신 씨는 야구의 도시 부산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롯데를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이에 비해 민 씨는 야구와의 조우가 조금 늦었다고 털어놨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민 씨는 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배트걸이 됐지만 생소한 야구에 적응하느라 처음엔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하지만 솔직하고 밝은 성격 덕분에 주위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진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묻고 배우면서 착실하게 배트걸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신 씨와 민 씨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연예인 맞먹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아직 몸으로 체험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으로서 장래 진로에 관한 고민이 더 크다고 토로한다. 배트걸은 홈경기에 일당(약 5만 5000원)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신분이다.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