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1등…전설 남기고 떠났다
▲ 2010년 12월 12일 국내 최강마를 가리는 그랑프리(G1)에서 미스터파크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6월 3일 부경 제5 경주로 치러진 국1군 1600m 경주. 경마팬들의 시선은 12두의 출주마 중 유독 한 마리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부경 마필 중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던 미스터파크였다. 63㎏의 가장 무거운 부중을 짊어졌지만 경주거리도 줄고 기승술을 인정받던 코스케 기수의 안장이라 미스터파크의 우승을 점치는 팬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불운은 예고 없이 미스터파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외곽선입으로 3코너에 들어설 무렵. 한 차례 마체가 덜컹 거리더니 지축을 울리던 미스터파크의 말굽이 현저하게 흔들리며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주행을 중지하고 말았다. 원인은 오른쪽 앞다리의 인대 단열이었다. 미스터파크는 이날 경주 중 당한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경주부적격마’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주와 조교사 등 관계자들은 미스터파크의 앞날을 두고 머리를 맞댔지만 경주마로서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터라 달리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마침내 고심 끝에 부상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키는 최후의 처방을 내놓고 말았다. 당대를 풍미하던 신화적인 경주마가 역사의 저편으로 퇴장하는 순간이었다.
미스터파크는 연승 대기록으로 인해 공중파 방송 뉴스에 등장하는 등 그간 화려한 족적을 남겼지만 처음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미스터파크가 경주로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7개월여 전인 2009년 11월 21일 주행조교심사 때였다. 당시 외국인 기수 마틴이 기승해 선입에 이은 선행 전개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주파기록은 1분 05.8초로 무난한 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엑톤파크(미스터프로스펙터의 손마)의 자마로서 ‘혈통이 괜찮은 신마’ 정도로 평가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엿새 만에 미스터파크는 부경 국5군 1000m 경주로 데뷔전을 치렀다. 53㎏ 부중으로 마틴 기수가 외곽 게이트인 11번 게이트에서 기승해 맨 후미에서 추입작전(S-1 기록 15.9)으로 경주를 전개하다 머리 차로 3위를 기록했다. 훗날 빼어난 선두력을 자랑하게 될 이 명마가 당시 출발불량으로 발주조교검사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묘한 운명의 복선처럼 공교롭게도 미스터파크의 데뷔전과 마지막 경주 모두 외국인 기수들이 안장에 올랐던 셈이다.
미스터파크가 첫승을 올린 것은 그로부터 2주일 뒤. 12월 11일 국4군 1200m 경주에 출주해 선행에 나선 뒤 선두권을 바짝 따라가는 선입작전으로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날의 승리가 경이적인 연승 행진의 첫걸음이 될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이후 3연승으로 우승사냥에 나서던 미스터파크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은 2010년 3월 7일 국2군 승군전인 1600m 경주였다. 당시 불량주로에서 54㎏의 같은 등짐을 지고 선두력이 뛰어난 천년대로(7번 게이트)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결과는 목 차이로 미스터파크의 짜릿한 우승이었다. 두 경주마의 구간별 기록은 시작부터 직선주로에 이르기까지 거의 흡사했고, 2번 게이트를 배정받았던 행운이 미스터파크의 승리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2군 강자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차지한 미스터파크는 그 다음 경주인 5월 28일 국2군 1300m 경주에 나와서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초반 선행경합이 있긴 했으나 선행으로 경주를 전개했음에도 2착마인 백점만점에 목 차이로 힘겹게 승리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이 경주를 통해 국1군으로 승군한 미스터파크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1군에는 내로라할 강자들이 즐비한데 과연 연승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승군 속도만큼 미스터파크의 걸음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국1군 데뷔 무대에선 1800m 경주에 처음 나와 선입 전개로 2위마에 3마신 차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후 강자들과 맞붙어 몇 차례 아슬아슬한 승부를 연출하면서도 마지막 한 발을 이겨내는 끈기로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미스터파크가 마침내 국내 최강마로 등극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12일 치러진 2300m 그랑프리 경주(G1) 때였다. 터프윈, 동반의강자, 당대불패 등 서울과 부산의 명마들이 총출동해 ‘왕중왕’을 가리는 최고의 대상경주에서 인기순위 4위권의 이 3세마가 우승을 차지하리라고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터파크는 51㎏의 가벼운 부중과 1번 게이트의 이점을 살려 선행선입 전개를 펼치며 역주한 끝에 반 마신 차이로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연승가도에서 가장 커다란 고비를 맞았던 대상경주에서 극적 승리를 거두면서 미스터파크의 우승 릴레이는 11차례로 이어졌다. 데뷔한 지 불과 1년 보름 만에 거둔 쾌거였다.
그 후로도 미스터파크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연승 횟수를 늘려나갔다. 국1군에서 맞상대가 부족하면 혼1군 경주에 나와 외산마들과도 자웅을 겨루며 승리를 일궈냈다. 마침내 지난해 9월에는 혼1군 2000m 경주에 출주해 2000년대를 전후해 과천벌을 호령했던 명마 새강자의 15연승 기록을 돌파했다. 이때부터 미스터파크의 승리는 그 자체가 국내 경마계의 새로운 역사가 되었다.
비온 뒤 대나무 자라듯 17승까지 쑥쑥 올라가던 미스터파크의 연승 그래프가 멈춘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2300m 그랑프리 대상경주에서였다. 1년 만에 설욕전을 펼친 과천 최강마 터프윈의 일격에 미스터파크는 3/4마신 차이로 준우승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비록 18연승의 큰 꿈은 좌절됐지만 미스터파크의 질주가 이대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올 들어 미스터파크는 2연승을 거두며 다시 우승 릴레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미스터파크의 아름다운 질주는 이제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미스터파크의 기록적인 연승을 두고 비교적 강도가 약한 편성의 경주에 자주 출주한 덕분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말은 컨디션의 기복이 있는 생물이고, 기후와 주로상태, 편성 등 그 무엇보다도 승부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많은 것이 바로 경주다. 유무형의 견제와 갖가지 변수를 극복하고 일궈낸 17연승의 대기록을 과연 앞으로 어떤 경주마가 깨뜨릴 수 있을까. 더욱이 미스터파크는 1000m와 1500m를 제외한 모든 거리의 경주를 연승으로 석권한 보기 드문 기록도 지니고 있다.
22전 19승, 2착 1회. 지난 2년 6개월여 동안 미스터파크는 승률 86.4%, 복승률 90.9%라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기록해왔다. 성적이 빼어났던 만큼 그간 벌어들인 상금도 만만치 않았다. 19회의 우승상금만 9억 8270만 원. 여기에 여타 상금 등을 더한 총 수득상금은 10억 7500여만 원에 이른다. 연간 순위상금이 1억~2억 원 사이를 오가던 곽종수 마주의 상금도 4억~7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신장했다. 2010~2012년 6월 초까지 곽 마주는 35승을 거뒀는데 그중 16승이 미스터파크가 올린 것이었다.
미스터파크의 예기치 않은 불운을 두고 경마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좋은 경주마에 무거운 중량을 자꾸 더해줘 결국 경주마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핸디캡 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과연 미스터파크와 같은 명마를 안락사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는가’ 하는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미스터파크가 한창 때인 5세마였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아쉬움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명마는 사라져도 기록을 남기는 법. 이제 미스터파크는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지만 오랫동안 경마팬들의 가슴 한켠에 ‘살아 있는 전설’로 남게 될 듯하다.
이장수 프리랜서
안락사 둘러싼 논란
‘거액 보험 가입’은 헛소문
한때 경마팬들 사이에선 미스터파크가 거액의 보험에 들어놨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미스터파크의 주인인 곽종수 마주는 논란이 일자 마사회 경마사랑방 게시판을 통해 미스터파크에 혹시 안좋은 일이 생길까봐 보험 자체를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안락사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경주마 보험은 사망 여부와 관련없이 경주마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경주마부적격 판정을 받을 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곽종수 마주는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농장에서 일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그 방법이 없어서 안락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인대가 끊어지면 당겨서 다시 잇거나 혹은 다른 말의 인대로 대신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이러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도 정말 고통스럽다. 물론 회복되더라도 예전처럼 경주에 나설 지도 의문이다.
현재 미스터파크의 유골은 묘비를 세우기 위해 그가 태어난 제주도 트리플크라운 목장에 보내졌다. [이]
기수의 ‘마필 제어’ 적절성 논란세울 때 인대에 무리? 전문가 “이상 느껴 세워”
미스터파크의 경주 장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일 미스터파크에 기승해 레이스를 이끌었던 코스케 기수의 제어가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이 논란은 곽종수 마주가 코스케가 왜 마필을 제어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는데, 이견이 없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코스케의 제어가 적절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코스케 기수는 경주 후 “두 차례 조교를 했을 때와 오늘 경주로 출장 시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했고, 오늘 경주 초반부에서 ‘원그린’이 선두로 나오는 것을 보고 무리에 갇혀 전개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아 말을 약간 외측으로 유도했으며, 이후 내측의 ‘바다제왕’과 몇 차례 접촉이 있기는 했으나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페이스 안배를 적절히 하면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3코너를 지나면서 말이 외측으로 기대며 나가기 시작했고, 3~4코너 중간지점부터는 말의 오른 앞다리의 절음이 현저하게 느껴져 말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일부 경마팬들은 코스케 기수가 제어하면서 말에 무리가 가서 결국 인대까지 끊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고, 마주 또한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코스케 기수가 제어하기 이전에 이미 말에 무리가 갔고, 이를 감지한 기수로서는 마필을 서서히 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마필의 이상이 언제 발생했느냐가 논란의 초점이지만 마사회 재결위원회도 코스케 기수의 진술을 인정했다. [이]
‘거액 보험 가입’은 헛소문
또한 경주마 보험은 사망 여부와 관련없이 경주마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경주마부적격 판정을 받을 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곽종수 마주는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농장에서 일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그 방법이 없어서 안락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인대가 끊어지면 당겨서 다시 잇거나 혹은 다른 말의 인대로 대신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이러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도 정말 고통스럽다. 물론 회복되더라도 예전처럼 경주에 나설 지도 의문이다.
현재 미스터파크의 유골은 묘비를 세우기 위해 그가 태어난 제주도 트리플크라운 목장에 보내졌다. [이]
▲ 미스터파크가 2011년 6월 19일 최다연승 타이기록인 15연승을 달성했다. 4코너 선회지점을 돌고 있는 미스터파크. 연합뉴스 |
미스터파크의 경주 장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당일 미스터파크에 기승해 레이스를 이끌었던 코스케 기수의 제어가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이 논란은 곽종수 마주가 코스케가 왜 마필을 제어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는데, 이견이 없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코스케의 제어가 적절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코스케 기수는 경주 후 “두 차례 조교를 했을 때와 오늘 경주로 출장 시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했고, 오늘 경주 초반부에서 ‘원그린’이 선두로 나오는 것을 보고 무리에 갇혀 전개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아 말을 약간 외측으로 유도했으며, 이후 내측의 ‘바다제왕’과 몇 차례 접촉이 있기는 했으나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페이스 안배를 적절히 하면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3코너를 지나면서 말이 외측으로 기대며 나가기 시작했고, 3~4코너 중간지점부터는 말의 오른 앞다리의 절음이 현저하게 느껴져 말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일부 경마팬들은 코스케 기수가 제어하면서 말에 무리가 가서 결국 인대까지 끊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고, 마주 또한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코스케 기수가 제어하기 이전에 이미 말에 무리가 갔고, 이를 감지한 기수로서는 마필을 서서히 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마필의 이상이 언제 발생했느냐가 논란의 초점이지만 마사회 재결위원회도 코스케 기수의 진술을 인정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