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부문 없지만 다양성 ↑ 침체된 한국 영화시장에도 훈풍 불어넣을까
지난 4월 14일 칸 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경쟁부문 및 비경쟁부문 등 초청작이 발표됐다. 한국 작품은 △'거미집'(김지운 감독, 비경쟁부문) △'화란'(김창훈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탈출: PROJECT SILENCE'(김태곤 감독, 미드나잇 스크리닝) △'잠'(유재선 감독, 비평가주간) △'우리의 하루'(홍상수 감독, 감독주간) 등 5편이다. 이 가운데 '탈출'은 4월 25일 오전 오피셜 셀렉션의 추가 선정작으로 공개됐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것이란 강박에 빠진 김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강행하며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영화다.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이어 세 번째 칸 입성이며, 한국 배우 중 최다 칸 영화제 진출에 빛나는 송강호는 여덟 번째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
김창훈 감독의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영화다. 다양한 지역과 문화의 독창적이고 색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름을 올린 이 작품은 김창훈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며 송중기에겐 데뷔 이후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는 작품이다.
비평가주간 초청작인 '잠'도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김창훈 감독과 더불어 유재선 감독은 첫 번째 영화로 칸의 초청을 받은 신인 감독들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 상(Camera d'or)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로 정유미는 네 번째, 이선균은 세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
불륜 고백 이후 국내 활동 빼고 다 소화하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신작 '우리의 하루'도 칸 감독주간 폐막작에서 볼 수 있다. 만일 이번 영화제에 두 사람의 동반 참석이 이뤄질 경우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그 후' 이후 6년 만이 된다.
4월 25일 오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린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ILENCE'는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선균, 주지훈이 주연을 맡았으며 이선균은 '잠'과 '탈출' 두 작품을 칸에서 선보이게 된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누아르, 판타지, 호러 등 장르 영화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수의 작품을 엄선해 영화제 기간 중 자정에 상영되는 섹션이다. 2022년에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칸 영화제의 K무비 진출이 팬데믹 이후 침체된 한국 영화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도 관심이 높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시장이 다소 침체되고 흥행도 어렵다고는 하나 한국 영화의 퀄리티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뒤 좋은 반응을 얻어낸 작품의 경우 국내 관객들의 관람욕을 높여주는 일이 많은 만큼 이번 칸 영화제 진출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