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예술단자문위 ‘베토벤 제9번 교향곡’ 특정 종교 편향 이유로 공연 취소
[일요신문] "자문성격의 종교화합 자문위원회가 본 취지와 다르게 사전검열적 성격를 가지고 운영돼 문화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므로 폐지한다."
대구시가 27일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이 특정 종교에 편향됐다는 이유로 공연을 부결 시킨 것이 종교중립을 어겼다는 취지다.
자문위는 지난 2021년 12월 구성됐다. 시립예술단 예술감독·단원들의 종교중립 의무를 강조하고 예술계-종교계 간 화합·발전방안 일환으로 '대구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로 개정되며 설치된 것이 '시립예술단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다.
자문위는 총 6명으로 구성됐는데,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의 가사가 특정종교에 편향됐다며 1명이 공연을 반대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자문위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의원 과반수로 의결한다. 종교 중립성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선 출석한 종교계 자문위원의 전원 찬성을 전제로 운영됐다. 애당초 이같은 부결은 종교계 의원의 만장일치 의결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결국 자문위의 부결로 '베토벤 제9번 교향곡' 공연이 취소되자 지역 예술·종교계는 예술표현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시와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종교화합 자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예술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위원회가 본래의 취지였던 자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구속력 있는 의결 기구로 운영됐다. 특히 종교계 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는 현 제도는 사전검열적인 기능을 수행해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으로 판단했다.
시립예술단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는 폐지된다.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상의 종교화합 자문위원회 조항은 다음달 10일 입법예고, 오는 6월 15일 시의회 조례안 심사를 거친 후 오는 7월 삭제될 예정이다.
시는 특정 종교음악으로 인한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종교중립 의무의 준수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별도로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과 같이 공공예술단인 시립예술단의 종교편향적 공연 금지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위반시 엄중히 인사 조치한다. 특히 곡 선정에 책임이 있는 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은 단 1회라도 특정 종교에 편중된 공연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촉했다. 시립예술단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예술회관장과 콘서트하우스 관장도 직무유기로 감봉 이상 징계 조치할 방침이다.
관장과 시립예술단 예술감독 채용 시, 종교 편향적 인물은 철저히 사전 검증해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관련 채용심사위원회 구성 시 불교·기독교·가톨릭 등 종교계 추천인사를 포함할 계획이다. 채용 시 종교편향방지 서약서 징구를 의무화하고 직무계획서 안에 종교편향 방지계획을 제출하게 한다. 관장과 예술감독의 종교중립 의무 준수를 강도 높게 촉구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자문성격의 종교화합 자문위원회가 본 취지와 다르게 사전검열적 성격를 가지고 운영되어 문화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므로 해당 위원회를 폐지하게 됐다"라며, "다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예술단으로서 종교중립 의무 준수는 필수인 만큼 실효성 있는 시립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예술·종교계 간 소통과 화합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