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브랜틀리가 흥분한 까닭은?
▲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그렇다보니 힘들 때는 힘들다고,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올 시즌 일기 쓴 걸 돌아보니까 야구 잘돼서 기분 좋다고 말씀드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내 자신과의 싸움이 치열했다고 할 수 있겠죠?
야구가 잘될 때는 야구장 가는 길이 정말 즐거워요. 그런데 그 반대의 상황으로 내몰리면 출퇴근길에 제 자신을 책망하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제 마음으로부터요.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가가자고 또다시 주문을 걸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후후.
그래도 우리 팀 벤치코치님의 말씀대로 전 아무리 슬럼프가 길어도 2할7푼대를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선전하고 있는 셈이겠죠?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 전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외야플라이성 공을 잡으려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한 아저씨와 충돌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홈런인 줄 알고 제 키를 넘어가는 공을 향해 전력질주했고, 그 공의 낙하지점을 예상해 점프를 했는데, 갑자기 뭔가가 절 세게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공을 잡고 위를 쳐다보니까 관중석의 한 아저씨가 제 글러브를 잡아당긴 것이더라고요. 자칫 잘못했으면 제 글러브를 빼앗길 수도 있었는데,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올 시즌 우리 팀에서 제일 잘나가는 브랜틀리 선수가 더 흥분을 했었어요. 가볍게 욕도 섞어 가면서요^^.
브랜틀리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요즘 이 친구 정말 야구 잘하죠? 22경기 연속 안타라니,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기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브랜틀리는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선수입니다. 야구도 잘하고 성격도 아주 좋고, 저랑도 친분이 두터운 편이에요. 그래서 그 상황에서 더 흥분했는지 모르고요^^.
참, 우리 팀 안방마님 산타나가 뇌진탕 증세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가 돌아왔는데, 아직도 파울 타구에 맞으면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평소 성격 좋은 산타나도 자꾸 공에 맞다보면 인상을 씁니다. 그런데 표현 강도가 좀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한번은 제가 이런 얘길 했어요. “산타나, 아무리 아파도 네 생명을 위협하는 공이 아니라면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요. 우리 팀에서 제일 많이 주목받는 선수인데, 그런 선수가 자꾸 인상 찡그리고 아픈 걸 호소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면 우리 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산타나가 쿨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파울 타구에 맞았다고 해서 얼굴을 찡그리는 산타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 참! 신시내티전에서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몰아쳤다고 축하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어유, 그거 정말 쑥스러워요. 이제 겨우 5개밖에 안 되는데, 그건 축하받을 일이 아니잖아요. 이 기세를 몰아서 홈런 개수를 쑥쑥 올려야죠. 3할에 20-20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