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IRA에서 확실한 성과 없었다. 경제 문제 정상 간에 풀었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일 미국 국빈 방문 이후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를 비롯해 산업, 과학기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면으로 동맹을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 경제산업 협력 확대 등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계산서를 들여다본 김동연 경기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김 지사는 5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경제에 있어서는 거둔 성과가 전혀 없었다. 경제는 들러리였다”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40%씩 매달 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 원문을 보면 IRA, 반도체 관련해 더욱 협의하겠다 이렇게만 돼 있다”고 묻자, 김동연은 “정확한 워딩은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한다. 앞으로 협의하겠다’라고 돼 있다. 영어로는 ‘appreciated’라고 해서 평가한다는 뜻이고, 협의한다는 말은 ‘consultation’, 즉 하겠다고 돼 있다. 이건 수사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국빈 방문은 대접은 잘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김동연 지사는 “IRA나 반도체는 앞으로 협의하자는 얘기에 그쳤다. 대신 우리는 엄청난 투자를 미국에 선불로 줬다. 투자 유치를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투자한 걸 갖고 바이든이 재선 선언하면서 써먹었다. 그래서 이번 방문은 국빈 방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국익은 사라진 그런 방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진행자가 반도체나 전기차 외의 꼭 얻어왔어야 하는 분야가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김동연은 “우선 반도체와 IRA에서 확실한 성과를 얻었어야 했다”고 전제한 뒤 몇 주 앞서 다녀온 자신의 방미 성과와 비교했다.
김동연은 “현대자동차의 북미 총 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 현대 측에서 오는 10월에 5200만 달러를 투자한 랩(연구센터)이 완공돼 미시간 주지사가 와줬으면 했는데 못 온다고 하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서 얘기를 해보겠다고 하고 주지사를 만났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에게 그 얘기를 전달하자 즉석에서 가겠다는 약속이 나왔다. 옆에 있는 참모에게 메모하라고까지 했다.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은 대한민국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 해결을 해주는 게 영업사원이다”라며 자칭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칭한 윤석열 대통령을 넌지시 비판했다.
기업들의 니즈를 정치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지사는 “그렇다. IRA나 반도체법을 실무적으로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정상 간에서 풀어주는 것을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행자는 중국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진행자는 중국이 비관세 장벽에 대한 변화를 주거나 희귀 광물의 수출 제한, 특정 수입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내렸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동연 지사는 “저도 그런 우려를 갖고 있다. 작년 중국 대사를 만났고 대사와 구체적인 대화까지 말할 순 없지만 앞으로는 보다 세련되고 정교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가령 중국 국민들의 한국 제품 불매 운동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지사는 “그런 것들은 순수한 민간 운동이라기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외교는 근본적으로 원칙과 방향을 천명하고 실적과 신뢰를 쌓아 예측 가능한 상태가 돼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즉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개방, 기후변화 같은 것들을 외교 원칙에도 맞게 적용해야 한다. 모든 나라가 예측 가능하게 나라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