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가·미국 국적 남성·유튜버 등 피의자 전환…주변 인물 코카인 투약했다면 수사 급진전
아울러 경찰은 5월 둘째 주 즈음 유아인의 2차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제 서서히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과연 풀리지 않는 마지막 관문이던 코카인 투약 관련 혐의에서도 경찰이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대 출신 작가, 미국 국적 남성, 유튜버 등 이번에 입건된 4명은 2월 5일 유아인과 동반 입국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유아인은 바로 그 다음 날인 2월 6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유아인의 혐의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뿐이었다. 유아인이 2021년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처방받은 정황을 포착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 이에 경찰은 해외 체류 중이던 유아인이 입국하자 바로 다음 날 소환 조사를 벌였는데 당시 함께 해외에서 입국한 인물 4명이 이번에 입건됐다.
그런데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류 정밀감정 결과 모발에서 코카인과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경찰은 병∙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아인이 졸피뎀을 과다 처방받은 기록까지 확보했다. 이렇게 유아인 관련 마약류는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5종으로 늘어났다.
소변 검사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됐다는 의미는 짧게는 5~10일, 길게는 한 달 이내에 대마를 흡연했다는 의미다. 상습 흡연자일수록 소변에서 검출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유아인의 경우 2월 5일 미국에서 입국한 직후 경찰이 소변과 모발 등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미국 등 해외 체류 기간에 대마를 흡연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입건된 4명의 주변 인물들이 당시 함께 입국했음을 감안할 때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변 인물이 해외에서 함께 대마를 흡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직접 투약하진 않았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도 있다. 경찰은 4명을 추가 입건한 사실을 밝히며 유아인이 졸피뎀을 대리 처방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성인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지만 마약류로 분류된 졸피뎀은 하루 10mg씩 최대 4주까지만 처방받을 수 있다. 그 이상의 졸피뎀을 구해 과다 투약하려면 누군가 대리 처방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유아인의 마약 투약을 도운 주변 인물이 받고 있는 혐의는 졸피뎀 대리 처방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대마 흡연이나 졸피뎀 대리 처방 등으로 주변 인물이 입건된 것이라면 유아인 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마 흡연의 경우 초범일 경우 기소유예가 나올 수도 있을 만큼 처벌 수위가 낮고 기소될지라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다. 대리처방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마약류인 졸피뎀은 마약류 관리법이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그렇지만 역시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아인은 이미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경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직접 투약 혐의로 입건된 주변 인물이 대마가 아닌 코카인을 투약했다면 유아인 사건까지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은 모발 검사에서 코카인이 검출됐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혐의 입증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결국 더 이상의 수사가 진행되지 못해 검찰이 코카인 투약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기소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못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다. 유아인의 코카인 투약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 내지는 유아인의 자백 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예 검찰이 코카인 불법 투약 혐의는 기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변 인물이 대마가 아닌 코카인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 유아인과 함께 코카인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생긴다. 유아인과는 별개로 코카인을 투약했을 수도 있지만 코카인은 국내에서 유통이 많이 이뤄지는 편은 아니다. 그만큼 유아인과의 연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 주변 인물과 함께 코카인을 투약한 것이라면 경찰이 코카인 투약 시점을 특정할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경찰이 유일하게 막혀 있던 코카인 관련 수사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는 확실한 동력이 될 수 있는 것.
물론 주변 인물이 직접 투약한 마약류가 다른 것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대마나 코카인이 아닌 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등일 수도 있으며 유아인 마약 5종이 아닌 다른 마약류일 수도 있다. 반면 유아인과 무관하게 마약류를 투약한 것일지라도 마약 혐의 피의자가 된 주변 인물이 경찰 조사에서 유아인 관련 증언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에 입건된 주변 인물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유아인의 코카인 투약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유아인의 마약 사건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5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며칠 만에 구속된 돈스파이크와 달리 유아인 사건은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돈스파이크 사건은 간단하게 한 건으로 진행됐던 건이지만 유아인의 경우 애초 식약처에서 수사 첩보를 받았고 내용도 프로포폴과 대마초, 졸피뎀 등 의약품과 관련한 것들도 있어서 사안이 다르고 혐의도 다수”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해야 할 대상도 다수다. 병원도 여러 곳이고, 압수물 분석이나 대상자 수사에 시간이 걸린다”며 “그런 것들이 진행되면 직접 대상자인 유아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추가 수사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최종 판단을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보탰다.
경찰은 5월 둘째 주 즈음 유아인의 2차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된 뒤 유아인을 추가 소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2차 소환 조사 실시는 어느 정도 수사가 종결 국면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사실 4월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유아인을) 한 번 더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혀 4월 이내에 2차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20일 넘게 수사에 시간이 더 소요됐다. 경찰이 뭔가 더 추가 수사할 내용이 있었다는 의미다. 과연 경찰이 코카인과 관련된 의혹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