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의원, 특정 사업 반대 요구하며 ‘갑질’ 논란

“관리사무소에 갑질한 유점자 구의원은 즉각 사퇴하라”

[일요신문] 부산 해운대구의회 유점자(국민의힘, 해운대 좌동) 의원이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A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갑질한 유점자 구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위치한 모 아파트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사진=하용성 기자

해당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유점자 의원은 지난 5월 4일 방문예고도 없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운촌마리나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행사가 아파트에 보낸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유 의원은 “마린시티 내 다른 아파트는 모두 반대하는 입장인데 이 아파트만 찬성해 확인하러 왔다. 사실이냐”라고 강압적 어조로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기만 찬성했을 경우 나중에 좀 곤란한 입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유 의원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입주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특히 절대 찬·반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아파트 내부 지침에 의해 의원이 요구하는 자료는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입주자대표의 개인 휴대전화번호까지 달라면서 30여 분간 요구하다가 돌아갔다. 이 같은 유 의원의 행동에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큰 불쾌감과 함께 마치 협박당하는 듯한 심적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해 관리사무소가 아파트 동대표 및 입주민들에게 알리자 입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갑질’이라고 판단해 아파트 앞에 유 의원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관리사무소 직원과 아파트 입주민은 유 의원의 사과를 원하고 있다.

‘운촌마리나 개발사업’은 국비와 민간자본 등 851억 원을 들여 매립지를 포함한 동백섬 일대 12만4085㎡에 요트계류장과 클럽하우스, 주차장 등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해양수산부의 길이 335m의 다목적 방파제 건설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이 사업은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주민과 상권 활성화 등을 요구하는 주민 사이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아파트 한 입주민은 “모든 사업에는 찬반이 서로 엇갈릴 수 있다. 자신이 반대한다고 다른 모든 이들을 반대 입장으로 돌리기 위해 의원직을 이용한 갑질을 한다면 이는 사퇴까지 감수해야 하는 요건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는 ‘위원회 제48조(서류제출 요구) 제1항(의장에게 보고)’에 따라 의장에 보고한 후 진행돼야 한다. 특히 민간 사이에 주고받은 자료에 대해 구의원이 사전 예고 없이 찾아와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본보는 유점자 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을 남겼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