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월1일~4월30일까지 단기 근로계약 체결 / 종무원 2명 “20~40년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대한불교조계종 용문사가 문화재 관람료 폐지 시행을 앞둔 4월, 매표소 근무 종무원 2명을 해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해당 종무원들은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함께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 및 임금체불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해고된 종무원 A씨와 용문사 B주지스님에 따르면 용문사 측이 매표소 근무 인력을 해고한 건 4월 27~29일. 문화재 관람료 폐지일인 5월 4일을 불과 닷새가량 앞둔 시점이다. A씨와 또 다른 매표소 직원 C씨, D씨를 차례로 불러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했다.
종무원 해고가 논란으로 비화한 시발점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주지스님은 매표소 종무원 4명 가운데 3명과 새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1월 1일~4월 30일까지만 작성했다. 용문사는 1년마다 종무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데, B주지스님이 지난해 12월 ‘새해 5월부터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으니 일단 이렇게 계약하자’고 했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A씨는 “용문사가 지난해 초 종무원의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바꾸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 집단의 검토·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친 뒤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B주지스님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평군출입기자협의회 취재가 시작되자 B주지스님은 “매표팀장(C씨)을 포함한 3명 모두 1~4월 근로계약에 전부 동의했고, 서명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도 “노무사와 상의한 뒤 직원 법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과 개정이유를 설명했고, 직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도 했다.
조계종단 “매표소 인력 구조조정 대신 순환배치” 권고 무색
“관람료 매표 없어졌을 뿐 신도 차량운행 등 기존인력 필요”
용문산관광지의 매표소 근무 인력은 용문사 종무원 4명과 단기 아르바이트 1명, 양평군 지원 전동카트 운전 1명 등 총 6명이었다. 종무원 4명 중 1명은 문도의 큰스님 차량 운전을 겸하고 있어 매표소에 상주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A씨는 “5월 들어 매표소 인력의 절반이 없어지면서 신도들이 사찰 쪽에 불편을 호소하자 스님이 해고한 3명 중 D씨를 나흘 만에 복귀시키기도 했다”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매표소 인력을 줄여놓고 신도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다시 나오라고 하는 모습이 사려 깊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이 같은 문제를 예견해 문화재 관람료 폐지 시행을 앞두고 용문사를 포함한 65개 사찰에 매표소 근무 종사자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안내문으로 발송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명의로 작성된 ‘2023년 문화유산 관람 지원사업 시행에 따른 안내문’에는 관람객 수의 지속적인 집계를 위해 기존 사찰에서 진행하던 방식대로 인원수를 점검할 것(기존 매표소 시스템 유지)을 당부했다. 관람료 폐지로 무료입장을 하지만, 보조금을 신청하려면 매년 월별 관람객 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내문에는 ‘관람료 감면에 따른 매표소 근무 종사자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 업무 순환배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제안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법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B주지스님은 “(관람료 폐지에 따른 매표소 인력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종단 재무부장 등에게 이렇게(매표소 인력 감축) 시행하겠다고 알렸다”며 “근로계약(1월 1일~4월 30일)은 본인들이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 등 진정
문화재 관람료 폐지로 촉발된 매표소 종무원 해고 사태는 출가자인 용문사 주지스님과 지방종무기관의 재가종무원 간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해고된 A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는 임금체불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 건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B주지스님은 변호인을 선임해 절 방을 비우지 않고 있는 A씨를 상대로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으로 응수하고 있다.
A씨와 함께 해고된 C씨도 40년간 일한 용문사에서 하루아침에 나오게 된 처지다. 오랜 세월 근무한 만큼 근속 기념품이나 표창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종무원들과 식사 한 번 못하고 나왔다”며 씁쓸해했다.
A씨는 “조계종 공찰(公刹·종단에서 직접 관리하는 사찰)의 주지스님이 사회 문제를 보듬고 포용하는 대신 부당해고도 모자라 20년간 절에서 숙식을 한 사람에게 당장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에서 일어난 이번 세속화 사태가 부처님의 자비와 자비와 광명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결과가 도래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