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군 단위 중 미래전략정책관·대외협력관 유일
- 청도 공직사회 "이제 3년 남았다"… 유행어 나돌아
[일요신문] "김 군수의 변칙행정에 모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어디서 아주 나쁜 것만 배워왔다. 군수가 아니라 도지사 이상의 벼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권위의식으로 군정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많은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청도군 공직사회에는 '이제 3년 남았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김하수 청도군수의 파격적인 군정 추진과 독단적인 인사행태에 대해 청도군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갈등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김 군수는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강한 열정으로 군정을 새롭게 이끌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고 이제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김 군수의 인사정책에 대해 긍정과 비판이 상존하지만 취재에 응한 대다수 직원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군수는 취임하면서 별정 6급 비서실장으로 A씨를 발탁했다. 이때 직원들과 군민들로부터 바람직하지 못한 인사라고 비난을 받았다. A비서실장은 오래전부터 김 군수 선거를 도운 측근의 조카라는 것. 더욱이 행정경험이 부족하고 보은 인사로 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하수 청도군수는 지난해 12월 1일자로 대구 거주 B씨를 미래전략정책관(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김 군수 정책결정을 보좌한다. 그는 대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대구시 서구의원, 시의원, 서구청장을 역임한 대구 사람이다.
B정책관을 채용할 때도 논란이 많았다. 특히, 지난 2014년 대구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성추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성추문 의혹으로 사회적 파장이 있었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가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 인물로 알려졌다.
B정책관은 5급 상당 대우를 받는 전문임기제 나급 공무원이다. 미래전략정책관실은 군수실이 있는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의 정진상이 연상된다고 했다. 청도군청 2층에는 군수실, 부군수실, 총무과 사무실이 있다. 군수실 바로 앞이 미래전략정책관실이다.
미래전략정책관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서관(별정 6급)과 비서의 자리가 있고 탕비실이 있다. 또 하나의 문을 열면 제법 넓은 방 가운데 고급스런 원탁이 있고 정면 벽에는 청도군 미래전략 상황판이 걸려있다. 원탁 위에는 각 부서에서 결재를 받은 서류들이 수북 쌓여있다. 정책관이 검토해서 의견이나 수정사항이 있으면 불러서 지시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을 지나 또 한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책관의 사무용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미래전략정책관이라는 고급 명패가 보였고 책상 앞에는 회의용 테이블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군청의 국장급, 부군수실 이상 규모의 공간이다. 또 정책관에게는 약 6000만원의 연봉이 지급되고, 월 렌터비 110만원 정도의 승용차가 제공된다고 했다.
B정책관은 "나는 열배이상의 보수를 받아야 된다. 열심히 일하고 있고 군수와 청도의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이 반발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 직원들이 일을 잘못한다기보다 군수와 코드가 맞는 내가 정책수립 추진에는 더 적합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문제는 정책관의 능력과 자질을 떠나 채용 절차에 있다. 김하수 군수는 조례를 개정해 미래전략정책관과 대외협력관 자리를 만들었다. 의회와도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북도 군 단위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외부인사를 채용한 지자체는 청도군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곳도 없다.
또한 채용 계획에는 자격기준을 세우고 경력경쟁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처럼 돼있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대상을 정해 놓고 기준을 맞춘 것이다. 공고 절차를 생략하고 김 군수가 미리 B정책관에게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지금 선관위, 공공기관, 노동단체 등 부정채용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기득권자들의 부정부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은수미 전 성남시장은 선거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공무직으로 채용했다가 구속됐다. 지도자는 공정과 깨끗한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한다. 올바른 가치관이자 지켜야 할 덕목이다.
청도군청 C 직원은 "청도군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인, 측근을 등용하는 아주 나쁜 인사방법이란 것이 중론이다. 곧 단행될 인사전횡이 기대된다"면서 "김 군수는 3번의 군수 도전에서 패배했고 도의원에 두 번 당선됐다. 탈당도 했고 다른 당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군정은 군수 혼자, 정책관·협력관 몇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부터 작동된 시스템에 의거 운영돼야 되고 최종적으로 결재권자가 판단해서 결정하면 된다. 김 군수가 결정 장애도 아닌데 무슨 외부 보좌관을 선호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민심을 대변한다"고 꼬집었다.
김하수 군수는 "나는 사심 없이 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사도 공정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청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도군은 자리를 만들어 놓은 대외협력관을 7월에 임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모집공고를 통한 공개경쟁 절차는 생략하고 대상자는 이미 김하수 군수가 내정했다고 한다. 청도군의회도 이러한 김 군수의 독단적인 군정 추진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조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