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접속했습니다. 한국에서 런던으로 오는 사이에 펜싱 남현희, 남자 양궁 단체전, 그리고 수영의 박태환이 예선과 결승전을 치르는 스케줄이라 그 결과가 궁금했던 것이죠.
10m 공기권총 결승전에 출전한 진종오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은 이미 기내 안에서 기장의 안내 방송으로 알고 있었지만 박태환이 실격 처리 당했다가 가까스로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뉴스는 절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뉴스는 남현희의 메달 획득 실패와 함께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에이스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의 부상 소식이었습니다. 김온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게임 메이커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31-27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경기 종료 2분여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들것에 실려나갔다는 내용이 기사화됐습니다.
먼저 런던에 나와 있는 핸드볼협회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더 심각한 얘기를 전해줬습니다. 무릎 골절이나 십자인대 부상은 아니지만 근육이 찢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김온아의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런던으로 출국 전 진행됐던 인터뷰에서 김온아는 동생 김선화와 함께 올림픽에 동행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동생의 몫까지 보태 더 잘해낼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제외돼야 하는 상황이 그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고 마음이 쓰렸을까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김온아에게 문자로 몸 상태를 물었습니다. 역시 안 좋은 소식을 전해주네요. 한국으로 들어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마음을 접어야할 것 같다고요. 선수촌 숙소에서 쉬며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라고 말한 김온아는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살았던 김온아였습니다. 어깨와 발목 부상으로 테이핑을 하지 않고선 훈련조차 못할 정도로 김온아의 올림픽은 부상 투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는 쟁쟁한 선배들한테 기댈 수 있었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에서의 김온아는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터라 아프다고 쉴 수도, 힘들다고 내색할 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극한의 고통을 수반했던 체력훈련이 아까워서라도 꼭 좋은 성적을 안고 귀국하겠다는 김온아의 각오와 다짐이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선수들이 김온아의 빈자리를 잘 메워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런던=riveroflym@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