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더비걸’에서 당당한 대상경주의 여왕으로 등극
7월 22일 저녁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삼관경주의 마지막 무대인 ‘제23회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 2000m, 국산 3세 암수, 레이팅 오픈, 총상금 7억원)’ 대상경주에서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가 지난 더비 우승에 이어 또 한 번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이하 장관배)는 2001년 한국마사회 소관부처가 문화관광부에서 농림부로 바뀌면서 ‘제1회 농림부장관배’로 시작했고, 2004년 Grade 경주체계가 도입되면서 3세 최강자 선발전으로서의 의미가 부여되며 G2 등급으로 승격했다. 2007년부터는 삼관경주 체계가 도입되며 2000m 경주로 고정 시행되고 있다.
올해 삼관경주 시리즈 2관문인 ‘코리안더비(G1)’에서는 1관문인 ‘KRA컵 마일(G2)’에서 우승한 베텔게우스가 다리부상으로 불참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그 결과 김혜선 기수가 기승한 ‘글로벌히트’가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경마 최초 ‘더비걸’ 탄생이라는 역사를 썼다.
마지막 관문인 이번 장관배는 출전마 모두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2000m 경주라는 변수와 함께, 부경의 ‘글로벌히트’를 비롯한 경쟁마들의 시리즈 누적 승점차가 많이 나지 않아 마지막까지 누가 올해의 최강 3세마로 등극할지 예측할 수 없는 짜릿한 승부를 예고했다.
이날 제7경주로 장관배가 열린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가벼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과 부경에서 모인 총 16마리의 국산 3세마들이 출발대 앞에 섰다. 초반부터 게이트 2번의 ‘도끼불패’가 치고 나오며 ‘나올스나이퍼’, ‘럭키선’, ‘섬싱로스트’ 순으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러한 순위는 크게 변동 없이 마지막 코너까지 이어졌지만, 점차 선두권과 거리를 좁혀오며 기회를 보던 ‘글로벌히트’가 마지막 직선주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어느덧 200m 시점부터는 추입에 성공한 ‘글로벌히트’와 ‘스피드영’의 이파전이 이뤄졌다.
이때 힘을 비축하고 있던 ‘글로벌히트’가 김혜선 기수의 노련한 전개와 함께 순식간에 1위로 달려 나가면서, 3마신으로 여유 있게 격차를 벌리며 최종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지난 6월 더비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닌 진정한 실력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2위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부경의 유현명 기수와 ‘스피드영’, 3위는 ‘너트플레이’가 2위와 7마신차라는 큰 격차로 들어왔다.
쟁쟁한 말들이 출전하는 대상경주에서 연이어 우승하기 어려운데, 그동안 찰떡 호흡을 보여준 김혜선 기수와 ‘글로벌히트’가 안정적으로 이뤄냈다. 이번 장관배에서 2013년 이후 11년 연속 부경마가 1위를 차지하면서 올해도 부경마의 우승행진은 깨지지 않고 이어졌다.
‘글로벌히트’와 다시 한 번 역사를 써낸 김혜선 기수는 “지난 코리안더비 우승 때 운이 따랐다는 얘기가 많아서, 이번에는 지난번 ‘글로벌히트’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오늘 장관배는 무리하지 않고 침착하게 타면서 말만 믿고 탔는데, 마지막에 길이 열렸다”고 우승 비결을 담담히 밝혔다.
결혼과 출산 이후 더욱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는 이번이 벌써 3번째 대상경주 우승이다. 그녀는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한국경마 최초이자 유일의 여성기수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을 정도로 한국경마의 역사를 매번 새로 쓰고 있다.
한편, 한여름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2만여 명의 관중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특히 이번 대상경주 개최를 기념해 ‘이길랑말(馬)랑’ 단체응원전, ‘우승마를 맞혀라’ 경품 이벤트 등이 펼쳐졌으며, 워터건 서바이벌, 어쩌다 마주친 게임왕, 솔밭정원음악회 등 여름 맞이 다채로운 행사들이 여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박정헌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