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자회견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한 원안 즉시 추진” 강조하며 “원안 추진하면 경기도가 서울-양양 고속도로와의 연결 추진하겠다” 제안
김동연 경기지사는 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기자회견에서 “특정인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는 변경안 대신 원안으로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토부가 내놓은 변경안에 대한 근거를 하나씩 무너뜨려 갔다.
먼저 김 지사는 “경제성과 편의성이 높다는 이유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이 종점을 포함해 무려 55%나 바뀌면서 새로운 노선이나 다름없는 변경안이 나왔지만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후 시‧종점이 변경된 고속도로 사업이 14건이나 된다면서 이례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국토부가 제시한 14건 중 2건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고 나머지 12건 중 11건은 2012년 이전 사업이라고 밝혔다.
2012년 기재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예비타당성 조사 후 노선의 1/3 이상이 변경될 경우에는 기재부와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는데 그 이후 어렵게 통과시킨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 때문에 노선을 함부로 변경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2012년 이후 단 한 건만 종점이 변경됐는데 노선으로는 고작 5%만 변경된 ‘계양-강화 고속도로’였다. 따라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은 2012년 이후 노선의 1/3 이상이 변경된 최초의 사례이자 기재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최적안으로 확정된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동연 지사는 두 번째로 ‘누가’ 그 변경을 주도했는가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용역업체가 노선변경을 주도했다는 국토부 해명은 “비상식적”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지사는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 회사가 조사를 시작하는 착수보고서에서 변경안을 제안했다는 것은 오랜 공직을 경험한 제 식견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타당성 조사 용역은 이미 통과된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반으로 더 정밀하게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국토부와 기재부가 2년 넘게 검토해 확정안 예타안에 대해 55%나 변경되는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동연 지사는 “그동안 국토부가 수립한 5년 주기, 10년 주기, 20년 주기 국가도로계획에 모두 포함돼 있는 노선안을 민간 용역업체가 제대로 조사도 하기 전에 바꾸겠다고 주장한 셈”이라면서 “민간 용역업체가 단독으로 1조 7천억 규모의 국가사업 변경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그 어떤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는 “변경안은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합당한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노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경기도를 배제했는데 ‘타당성 평가 용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7월, 1차 관계기관 협의 때도 경기도는 필수 협의 대상이었다고 김 지사는 밝혔다.
경기도가 필수 협의 대상인 이유는 검토된 대안 노선들이 경기도가 관리하는 도시철도나 도로와 간섭되거나, 연결되거나, 통과하기 때문으로 ‘송파-하남선 도시철도’, ‘국지도 88호선’, ‘지방도 342호선’ 등이 이에 포함된다.
김동연 지사는 “당시 협의에 참여한 하남시도 경기도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시했으나 묵살됐으며 경기도가 변경안에 동의했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변경안에 대한 어떠한 동의도 한 적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김 지사는 “1차 협의에서 배제된 경기도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2023년 1월, 2차 협의에서도 국토부는 변경안에 대한 의견만 요청했을 뿐 원안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2차 협의는 2022년 11월 타당성 용역을 통해 변경안을 ‘최적안’으로 확정한 이후였다. 이미 노선을 결정한 후 경기도에는 통보만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변경안이 원안보다 낫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가 ‘전부 공개’했다는 자료를 아무리 살펴봐도 노선의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사비, 보상비 등 세부 비용 산정 자료가 없다. 비용에 대한 자료는 ‘시기별 총사업비 산출표’ 단 한 장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기존 ‘예타안’보다 총연장이 2km 늘어나고, IC가 1개 추가됐는데 사업비는 고작 140억 원만 늘었을 뿐이고, 그 산출 근거가 전혀 없다”며 국토부 주장의 허술함을 거듭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토부 원안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 과정이 불투명하고 특혜 의혹이 있는 결과를 누가 수용하겠나. 소모적인 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 원안이 추진된다면 경기도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연결을 추진하고 연결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 먼저 준비하겠다”라고 제안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