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서도 돈 살포 가능성…새누리 의혹 진화에 총력
▲ 공천헌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 사진출처=현영희 의원 홈페이지 |
현영희 의원은 지난 2004년 총선 때부터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4‧11 총선에서도 떨어졌지만 비례대표로 기사회생해 그토록 원했던 ‘금배지’를 달았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 지역구 공천에서 낙마한 후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된 유일한 인물이 바로 현 의원이다. 검찰은 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친박계 핵심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한 현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확정 직후 부산지역 전‧현 의원들에게 ‘감사’ 표시로 수백만 원의 돈을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100억대 자산가이자 ‘마당발’로 꼽히는 현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새누리당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 의원은 부산시 의원과 박근혜 전 위원장 지지모임인 ‘포럼부산비전’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새누리당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나라당 시절 고위 당직자를 포함한 부산지역의 몇몇 유력 중진들이 현 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조기문 전 위원장 역시 지역정가에선 유명 인사로 꼽힌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전국구’로 통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 위원장이 친 MB계 인사와 가까운 것으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조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MB 캠프의 부산지역 조직 관리에 기여했고, 최근까지는 홍준표 전 대표의 정무특보 명함을 갖고 다녔다. 조 전 위원장과 가깝게 지낸 한 정치권 인사는 “광고대행사를 하면서 사업가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본업은 정치다. 주변 사람들에게 현 정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자주 과시했다”고 귀띔했다.
조 전 위원장은 공천헌금 사건에서 돈의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검찰은 조 전 위원장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이 현 의원에게 접촉해 공천을 대가로 먼저 돈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 역시 “조 전 위원장은 이른바 ‘정치 브로커’에 가깝다. 예전에 치러졌던 선거에서도 돈 문제로 말썽이 있었다고 한다”면서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이라고 전했다. 특히 야권에서는 조 전 위원장의 활동 반경이 이명박 정부 들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 초기이던 지난 18대 총선에서 더 광범위한 공천헌금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사례 수집에 나선 상태다.
현 전 의원과 현 의원을 제명조치하며 초기 진화에 나선 새누리당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 의원과 조 전 위원장의 정치 이력과 인맥 등을 되짚어봤을 때 과거에 치러졌던 선거에서도 공천헌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가장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박근혜 캠프를 비롯한 여권 안팎에서는 현 의원과 조 전 위원장을 어느 정도 ‘커버’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현기환 전 의원이야 골수 친박이니 알아서 '처신' 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현 의원이나 조 전 위원은 검찰 수사를 계속 받다 보면 자포자기 심정이 될 수 있다. 현 의원과 조 전 위원장에 대해 지나친 선긋기보다는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