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없이 방식 수정해 ‘깜깜이 보수 평가’ 우려…“평가보상위 독립성 보장 사외이사로만 구성” 설명
24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23억 8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8억 8400만 원에서 26.3% 증가한 액수다. 그동안 책정된 상반기 회장 보수 가운데 최고 수준(퇴직금 제외 보수)이다. 상반기 상여금은 전년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하지만 평가 대상 기간 회사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최정우 회장의 보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상여 평가 기간인 지난해 태풍 힌남노 여파로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6.7%, 50% 급락했다.
최정우 회장이 회사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보수를 챙긴 배경에는 바뀐 상여 평가 기준이 있다.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상여와 보수는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책정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이들 임원진이 수혜를 본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존 임원 상여 평가 항목은 △영업이익(25%) △EPS(주당순이익, 20%) △영업현금흐름(10%) △매출액(5%) 등으로 구성된 정량평가 60%와 정성평가 40%였으나 새롭게 적용된 상여 평가 항목은 △영업이익(20%) △영업현금흐름(10%) △매출액(10%) △ROA(자기자본이익률, 10%) △주가(10%) 등 정량평가 60%와 정성평가 40%다. 매출액 비중은 5%에서 10%로 5%포인트(p) 증가하고 영업이익 비중은 5%p 축소됐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급감에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경영진의 상여 평가 기준으로 매출액 비중은 높이고 영업이익 비중은 낮춘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매출액은 다른 방식으로도 부풀릴 수 있다”며 “경영진의 경영 성과는 관련 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PS 기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주가와 ROA가 대신한 것도 지적된다. 지난해처럼 EPS를 기준으로 임원 상여금 산정한다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난 상황이라 임원진이 해당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를 없애고 평가항목을 ROA와 주가로 바꾸면서 최정우 회장이 수혜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평균 주가는 약 28만 3905원이다. 2021년 평균 주가 약 28만 6000원에서 큰 변화가 없다. 더욱이 올해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2차전지 기대를 받고 한껏 치솟은 덕에 최정우 회장의 다음 보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임원 상여 평가 기준을 바꾼 시기에 눈길이 쏠린다. 힌남노 태풍 여파로 비용 반영 후 상여 평가 기준을 바꿨으면 임원진 보수를 늘리기 위해 평가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상여금을 그해 예상 실적을 대상으로 새로운 상여 기준을 적용해 7월에 ‘가지급(실제 돈은 지급됐으나 용도나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 지급한 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힌남노 태풍 사태가 발생하기 전 상여 평가 기준을 수정하기로 해 의도를 가지고 보수 체계를 손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21년 12월 상여 평가 기준을 바꾸는 내용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할 근거로 포스코홀딩스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한 ‘임원보상 체계 및 성과평가 개선’에 대한 의결 사항으로 보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바뀐 상여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각각 평가하던 단기 성과연봉과 장기인센티브(장기 상여) 평가 기준을 통합했고, 이는 2022년 사업보고서부터 바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21년 말 공시한 ‘임원보상 체계 및 성과평가 개선’이 최정우 회장의 상여를 우연히(?) 높여준 결의 사항과 일치하는지 의문이다.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이사회가 결의하는 모든 사항을 공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이사회 결의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보수체계 변동사항과 일치하는지 확신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 측은 2021년 말 장·단기 인센티브를 통합하기로 결의했고, 이를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2022년 상반기 반기보고서에는 기존의 장기 인센티브 기준을 공시했다가 하반기 사업보고서에서야 새롭게 적용된 장기 인센티브 기준을 포함했다. 힌남노 태풍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하반기의 상여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떨어졌는데 우연히 바뀐 평가 기준 덕에 최정우 회장의 보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추측을 낳게 했다”며 “상여 평가 기준에서 영업이익 비중을 줄이고 매출액을 늘리는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불필요한 관심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