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교육감 “‘다 행복한 학교 문화’ 조성할 것”
- 교사권한 vs 학생인권, 대립구도 방향 벗어나야
[일요신문] "학부모 민원이 정말 크게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교사와 교육계 종사자들은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교권 추락'이 불거지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사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 교사는 "매일 아침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가 어제 어떻게 됐는데...'라는 식의 문자를 받는 것으로 시작했던 일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근본적으로 교사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종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야 할 이른바 '유리잔'과 같다. 지식뿐만 아니라 바른 인격도 함께 담아줘야 하지만, 사실상 교육 제도는 입시로 치닫고 있는 상황으로 교사는 교과서 진도 나가기에 빠듯하다.
여기에 학생들 간의 심리적 갈등과 물리적 부딪침이 발생할 경우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학부모의 민원까지 더해진다. 이럴 경우 교사의 대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수많은 '유리잔'이 부딪치지 않도록 신중해야 될 입장에선 최대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학생들의 갈등이 학부모 또는 교사까지 치달으며, '비난성 투서'는 학교장, 교육지원청, 도 교육청, 경찰청, 청와대 국민 신문고까지 향한다. 이런 집요한 공격 패턴에 학교 측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 민원을 최대한 원만하게 합의 또는 조용히 덮고, 교사에겐 그거 참기를 권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것이 한국 교실의 현실이다. 단순히 교사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민원 시스템 구축, 법 개정, 경찰관 배치 등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의 권한과 학생의 인권 간 대립구도를 벗어나 '교육'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대구시교육청, 교권 회복 방안 발표…"강력한 학교 규칙" 예고
대구시교육청은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교권 회복과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24일 오전 대구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은희 교육감은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시면서 고통을 겪고 계신 선생님들의 교권회복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권 강화 방안으론 △강력한 생활지도규정을 바탕으로 학교규칙 개정 △교권 회복·교육활동 보호 강화 대책 △ 민원 응대 시스템 마련·특이 민원 대응력 강화 △ 교원과 학부모 소통과 상호 존중의 학교문화 조성 대시민 캠페인 추진 등을 내세웠다.
- 학교규칙·교원 교육활동 보호 등 조례 제·개정
강력한 생활지도규정을 바탕으로 학교규칙 개정, 교육공동체의 책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제도화를 추진한다.
시교육청은 다음달까지 '대구 학생생활지도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학생생활규정' 제·개정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으로 학생, 교원, 학부모의 책무를 명시한다. 교권이 보호되면서도 학생의 인권도 함께 보장되는 상호 존중의 조직 문화를 제도화한다는 방향이다.
- 교사 법적대항력·심리치료 비용 등 탄력 지원↑
우선 교사들의 법적 대항력을 높인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고문변호사를 통한 법률 지원과 법률 방어비용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민간보험에서 지원하던 교원배상책임보험을 교육청이 운영하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직접 관리하고 배상 보장범위도 현재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보호조치도 강화된다. 교권 침해학생은 피해 교원으로부터 즉시 분리한다. 학교 관리자, 진로전담·상담교사, 1수업 2교사 등을 활용으로 분리된 학생의 생활지도와 학습 지원도 병행한다는 조치다.
교육활동 보호 긴급 지원팀을 운영한다. 교권보호담당, 변호사, 전문상담사, 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구성된 교육활동 보호 긴급 지원팀이 피해교원에 대해 '진단-상담-치유-회복-복귀'의 원스톱 사안 처리·지원시스템을 지원한다.
대구교육권보호센터를 재개관해 전용 상담실로 운영하는 한편, 대구 5대 종합병원과 10개 정신의학과 전문병원과 협약해 30여 명의 전문상담인력이 피해교원의 심리 치유와 상담을 전담하는 등 빠른 교단 복귀를 지원할 방침이다.
현 상담·심리치료 비용도 1인당 100만 원에서 탄력적으로 확대한다. 에듀케어 힐링연수를 확대하고, 소통과 상호 존중의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는 '다 행복 소통 프로그램'을 지속 지원한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학교장에게 의무를 부과해 학교에서 사안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하고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강력 대응하는 한편,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사의 직위해제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아동학대 조사·수사 전 단계부터 교육청의 교육적 판단과 의견이 반영되도록 제도화한다.
특이 민원이 발생 시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기관 차원에서 대응한다. 교원이 교육활동을 침해당할 때 응대·답변 거부권을 행사해 학교 관리자 중심으로 대응하도록 개선한다. 위법행위에 해당하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 고소·고발 등의 강경 대응 조치를 지속해 나간다고 밝혔다.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를 다음달 1일까지 사립유치원 교원까지 전 교원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특히 최근 '대구 학부모 선언문'을 발표, '믿어요 함께해요 우리학교'라는 슬로건으로 범시민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학부모의 다양한 학교 참여 지원 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상호 존중·신뢰하도록 '믿어요 함께해요 우리학교'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 '다 행복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